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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한국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대회 초반 2연승과 함께 또 승점 3점을 챙겼지만, 결과를 내기 전까지의 부실한 과정은 이번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12일(한국시각) UAE 알 아인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한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2차전 경기를 1-0 신승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경기 내용은 필리핀과의 1차전처럼 답답했다. 대표팀은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고, 김민재가 전반 막바지에 세트피스를 통해 뽑아낸 득점으로 한 골 차 승리를 거뒀다.

큰 점수 차로 대승을 거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공격 전개가 더뎌지며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가 고립됐지만, 그는 문전에서 패스를 받으면 변함없는 날카로움으로 이를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황의조가 두 차례, 황희찬이 한 차례 골대를 맞추며 점수 차를 벌리는 데 실패했다. 골득실에서 밀려 C조 2위에 머무른 대표팀은 최종전에서 중국을 반드시 이겨야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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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유율(possession)보다 유의미한 기록은 구역별 액션 비율(action area ratio)

경기가 끝난 후 AF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볼 점유율은 70.9%를 기록한 한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이는 대표팀이 지난 필리핀전 점유율이 80%를 넘긴 점과 유사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공이 머무른 위치를 집계하는 구역별 액션 기록을 보면, 이날 키르기스스탄의 공격 빈도는 한국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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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소유한 건 한국이었으나 슈팅, 패스, 태클, 가로채기, 드리블 돌파 등 이날 경기 도중 발생한 모든 동작(action)이 중원(middle)에서 이뤄진 비율은 무려 52%에 달했다. 공을 '누가 소유했느냐'가 아닌 공이 '어디에서 움직였느냐'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날 경기는 공이 미드필드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됐다는 뜻이다.

오히려 상대 진영에 공을 더 오래 머무르게 한 팀은 한국이 아닌 키르기스스탄이었다. 한국의 공격 진영(attacking third), 즉 키르기스스탄의 수비 진영에서 공이 머무른 비율은 23.9%였다. 공이 한국의 수비 진영(defensive third), 즉 키르기스스탄의 공격 진영에 머무린 비율이 24.1%로 근소하게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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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왼쪽이 키르기스스탄 진영, 오른쪽이 한국 진영. 점유율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정작 상대 수비 진영에 공을 더 오래 머무르게 한 건 키르기스스탄이었다. 

# 상대의 밀집 수비는 공격 진영으로 침투하지 못한 핑계가 될 수 없다

물론 키르기스스탄이 밀집 수비를 하면서 한국이 후방에서 패스를 돌리는 현상이 잦아지며 이러한 현상을 낳은 것 또한 일정 부분 사실이다. 그러나 밀집 수비를 펼친 건 지난 상대 필리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필리핀전에서 한국이 공격 진영에 공을 머무르게 한 액션 비율은 32.6%였고, 수비 진영 액션 비율은 11.3%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비슷한 유형의 상대를 만난 우승 후보의 구역별 액션 기록을 봐도 이란은 예멘을 상대로 공격 진영 24.9%와 수비 진영 17.2%, 일본은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공격 진영 30.7%와 수비 진영 17.6%를 기록했다. 심지어 한국과 같은 C조의 중국조차 1차전 경기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공격 진영 액션 비율 26.6%를 기록했다.

게다가 키르기스스탄은 필리핀과 달리 한국을 상대로 상황에 따라 수비라인의 위치를 공격 진영을 향해 높게 끌어올리는 '하이 라인(high line)'을 가동하며 이날 오프사이드를 네 차례나 유도했다.

점유율이 70%가 넘은 한국의 이날 슈팅 횟수는 19회였다. 이는 볼 점유율이 70%를 돌파한 팀의 슈팅수치고는 지나치게 적다. 점유율이 30%가 채 안 된 키르기스스탄은 슈팅 12회를 기록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KFA)
그래픽=아시아축구연맹(A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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