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레알 마드리드가 첼시 에이스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 에당 아자르를 영입했다. 그는 10년 전에 레알에 입성했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등번호 7번을 성공적으로 계승할 수 있을까?
레알이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자르 영입을 발표했다. 이적료는 1억 유로(한화 약 1335억)이고, 계약 기간은 5년(2024년 6월 30일)이다. 아직 등번호는 공식 발표한 게 아니지만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아자르가 2018년 여름, 유벤투스로 떠난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7번을 물려받는다고 보도하고 있다.
레알에게 있어 7번은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번호이다. '작은 나폴레옹'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1958년 발롱 도르 수상에 빛나는 레이몽 코파를 비롯해 레알의 정신으로 불리는 후아니토(하단 주석 참조), 불세출의 공격수로 불렸던 에밀리오 부트라게뇨, 레알의 상징 라울 곤살레스를 이어 호날두가 달았던 번호이다. 레알의 에이스 번호는 10번보다도 7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실제 레알 10번은 페렝 푸스카스와 마누엘 벨라스케스, 루이스 피구를 제외하면 5년 이상 달았던 선수조차 없다).
주석: 후아니토는 1977년부터 1987년까지 레알에서 활약했던 공격수로 몸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거친 플레이를 일삼았고, 부상 투혼도 발휘했던 승부욕의 화신이었다. 그는 1984/85 UEFA컵 당시 레알이 많은 역전극을 펼치면서 우승을 차지하자 "베르나베우(레알 홈구장)의 90분은 정말 길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후 레알 팬들은 홈에서 대역전극이 필요할 때면 후아니토의 7번을 기려 7분경에 'illa illa illa Juanito maravilla!'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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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와 아자르는 여러 면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둘 다 선수 커리어를 통틀어 왼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주로 담당했고, EPL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이적료는 호날두가 9400만 유로였고, 아자르는 1억 유로로 600만 유로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호날두가 레알에 입단하고 정확하게 10년 뒤에 아자르가 레알로 왔다. 이적 이전에 있었던 월드컵에서 자국팀을 대표해 준결승까지 진출했다는 점도 동일하다(2006년 독일 월드컵 호날두의 포르투갈 4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자르의 벨기에 3위). 이 정도면 평행이론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호날두가 입단하기 이전 레알은 2004/05 시즌부터 2008/09 시즌까지 무려 5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로 인해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선 16강 마드리드라는 놀림을 받았던 레알이었다. 호날두가 가세한 2009/10 시즌에도 레알은 16강에서 탈락했으나 당시 호날두의 등번호는 9번이었다. 호날두가 등번호 7번을 계승한 2010/11 시즌부터 레알은 매번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이상 진출했고(8시즌 연속), 2013/14 시즌 우승을 시작으로 2015/16 시즌부터 2017/18 시즌까지 챔피언스 리그 3연패라는 대위업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호날두가 떠나자 2018/19 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 아약스에 의해 탈락하고 말았다.
즉 레알이 아자르에게 거는 기대치는 호날두에 비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호날두의 뒤를 이어 레알의 에이스 역할을 담당하면서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주길 바라마지 않고 있다.
다만 둘은 플레이스타일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 호날두는 전형적인 득점 특화형 측면 공격수이다. 물론 드리블 돌파도 곧잘 하고 찬스메이킹도 잘 하는 선수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많은 슈팅을 시도해 30골 이상의 골을 보장하는 선수다. 특히 나이를 들어가면서 더더욱 오프 더 볼(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체력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측면 공격수 포지션에선 급이 다른 피지컬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아자르는 호날두만한 득점력이나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진 않다. 파괴력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호날두에게 밀린다고 할 수 있다. 대신 아자르는 호날두보다 더 세밀하고, 드리블 돌파에 능하며, 찬스메이킹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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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자르의 세부 지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자르는 지난 7년 동안 첼시에서 뛰면서 해당 기간 동안 EPL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드리블 돌파(909회, 2위는 윌프리드 자하 621회)와 파울을 유도해냈다(638회, 2위는 자하 450회).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역시 595회로 최다였다(2위는 다비드 실바 566회). 이를 바탕으로 그는 EPL 통산 85골 54도움을 기록하면서 동기간 내 EPL 득점 4위와 도움 3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특히 2018/19 시즌 그는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료 선수들의 부진 속에서 그는 16골 15도움을 올리며 EPL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골(2016/17 시즌과 동일)과 최다 도움을 동시에 달성했다. 2018/19 시즌 EPL 전체 도움왕 역시 아자르의 차지였다(2위는 본머스 미드필더 라이언 프레이저로 14도움).
참고로 EPL 역사상 15골 이상과 15도움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아자르 이전에 올드 트래포드의 왕 에릭 칸토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992/93)와 사우샘프턴에서 신으로 불리던 맷 르 티시에(1994/95), 그리고 아스널의 '킹' 티에리 앙리(2002/03) 셋 밖에 없었다.
단순히 골과 도움만 많았던 게 아니었다. 세부 지표 역시 예술 그 자체였다. 그는 2018/19 시즌 EPL 선수들 중 최다 드리블 돌파(138회)와 최다 파울 유도(104회)에 더해 키패스 2위(98개)를 차지했다. 키패스 1위는 레스터 시티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으로 아자르보다 2개 더 많았을 뿐이었다.
다만 키패스의 순도 자체는 아자르가 더 높았다. 매디슨은 레스터에서 세트피스 전담 키커였다. 프리킥은 물론 코너킥까지 모두 전담해서 처리하다시피 했다. 이로 인해 매디슨은 키패스 100개 중 세트피스 상황에서 절반에 가까운 48개의 키패스를 기록했다. 반면 아자르는 세트피스를 동료 선수들과 분담했기에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키패스는 18개가 전부였다. 오픈 플레이(Open Play: 경기가 세트피스나 코너킥처럼 정지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상황을 지칭함)에서 무려 80개의 키패스를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한 아자르였다.
Squawka Football물론 아자르가 가세한다고 해서 레알의 득점력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아자르 개인의 득점 능력 자체는 호날두에 미치지 못하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레알은 호날두가 있었던 9년 동안 시즌 평균 106.7득점을 올리는 막강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심지어 호날두 있는 동안 가장 팀 득점이 적었던 2017/18 시즌조차도 94득점을 기록했던 레알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레알의 팀 득점은 63골이 전부였다. 이를 메운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하기에 다른 레알 동료 공격수들의 득점 분담은 필수이다. 이것이 레알이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신예 공격수 루카 요비치를 영입한 이유이다. 요비치와 벤제마가 아자르의 패스를 받아 호날두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레알의 득점력을 회복시켜줄 필요성이 있다. 잘 받아먹어주기만 한다면 아자르는 그만큼 양질의 패스를 제공해줄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호날두와 똑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그는 아자르 스타일로 레알에 많은 걸 제공하면서 에이스 역할을 맡을 만한 능력을 오랜 기간에 걸쳐 입증한 선수이다. 그의 영입은 진짜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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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르 "때로는 드리블이 골보다 더 즐겁다. 드리블을 할 때면 관중들이 일어서서 박수를 보낸다. 이는 내 반사작용 중 일부이다. 사람들은 쇼를 보기 원하고, 이를 위해 금액을 지불했다. 난 배우이다.그러면 난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내 주요 장기이기도 하다"
존 크로스(데일리 미러 축구 편집장) "아자르의 이적은 호날두 이후 EPL 최고의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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