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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데울로페우, 왓포드 FA컵 결승 이끌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왓포드가 교체 출전한 헤라르드 데울로페우의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울버햄튼 원더러스를 연장 접전 끝에 3-2로 꺾고 FA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왓포드가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울버햄튼과의 2018/19 시즌 FA컵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2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왓포드는 1983/84 시즌 이후 무려 35년 만에 구단 역사상 2번째로 FA컵 결승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왓포드는 평소 즐겨 쓰는 4-2-2-2 포메이션이 아닌 다이아몬드 4-4-2를 가동했다. 단판 승부 및 울버햄튼의 단단한 허리 라인에 대항해 수비형 미드필더 에티엔 카푸에를 중심으로 압둘라예 두쿠레와 윌 휴즈를 역삼각형 형태로 허리 라인을 구성하면서 평소보다 중원 싸움에 무게 중심을 둔 왓포드였다. 이로 인해 이번 시즌 왓포드의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데울로페우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대신 안드레 그레이가 주장 트로이 디니와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포진하면서 직접적으로 득점 사냥에 나섰다.

중원 싸움에 전술적인 방점을 둔 만큼 점유율에선 왓포드가 58대42로 시종일관 우위를 점했다. 특히 65분경까지만 하더라도 점유율에서 61대 39로 크게 앞선 왓포드였다. 문제는 공격 효율에 있었다. 팀 내에서 드리블 돌파를 담당하고 있는 데울로페우가 빠지다 보니 왓포드의 공격은 다소 무기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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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울버햄튼은 주앙 무티뉴와 후벤 네베스의 정교한 롱패스를 바탕으로 최근 물오른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투톱 라울 히메네스와 디오구 조타의 현란한 돌파에 더해 좌우 측면 윙백 조니 카스트로와 맷 도허티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이루어지면서 효과적으로 왓포드의 골문을 위협해 나갔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조타의 패스를 받은 조니의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이 골대를 빗나갔다. 이어서 5분경 무티뉴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35분경, 울버햄튼 중앙 미드필더 레안데르 덴동커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은 왓포드 베테랑 골키퍼 에우렐류 고메스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36분경, 왓포드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무티뉴가 코너킥을 짧게 내준 걸 조타가 크로스로 올려주었고, 이를 도허티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후반 초반에도 울버햄튼이 공격을 주도해나갔다. 후반 2분경, 울버햄튼은 수비수 로마인 사이스의 롱패스에 이은 히메네스의 슈팅이 고메스 골키퍼 선방에 막혔으나 후반 17분경, 도허티의 크로스를 히메네스가 가슴 트래핑에 이은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며 2-0으로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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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FA컵 결승의 주인공은 울버햄튼으로 결정이 나는 듯싶었다. 울버햄튼의 단단한 수비 라인을 뚫고 정규 시간 종료까지 인저리 타임 포함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왓포드가 2골을 넣는 건 불가능으로 보였다.

하지만 왓포드엔 데울로페우라는 승부수가 있었다. 하비 가르시아 왓포드 감독은 후반 21분경, 중앙 미드필더 휴즈를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데울로페우를 투입하면서 평소 즐겨 사용하는 4-2-2-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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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주효했다. 후반 33분경, 왓포드 왼쪽 측면 수비수 호세 홀레바스의 롱 스로인을 상대 수비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걸 데울로페우가 잡아선 188cm의 장신 미드필더 덴동커를 앞에 두고 환상적인 오른발 로빙 슈팅으로 추격하는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인저리 타임에 데울로페우가 찔러준 패스를 두쿠레가 크로스로 올린 걸 디니가 받는 과정에서 덴동커가 파울을 범하면서 왓포드는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 킥을 얻어냈다. 이를 디니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왓포드는 연장전으로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 영웅으로 등극한 인물도 다름 아닌 데울로페우였다. 연장 전반전 종료 1분을 남기고 역습 과정에서 그레이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은 데울로페우는 빠른 스피드를 살려 울버햄튼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해 들어갔고, 각도가 없는 곳에서 먼 골대로 꺾어차는 형태의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천금같은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다급해진 울버햄튼은 뒤늦게 공세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연장전 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히메네스의 전진 패스를 조타를 대신해 교체 출전한 이반 카발레이루가 잡아서 골키퍼까지 제치면서 절호의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조급한 마음에 볼터치 실수를 저지르면서 가로채기를 당했고, 결국 양 팀의 승부는 3-2 왓포드의 승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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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데울로페우는 66분경 그라운드를 밟았고, 112분경 켄 세마로 교체되면서 46분이라는 짧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 사이에 그는 49회로 많은 볼터치를 기록했고, 2회의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시키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패스 성공률도 94%로 공격 쪽 포지션 선수로는 경이적인 수치를 올렸고, 공중볼 역시 2회를 획득하면서 공격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했다. '크랙(Crac: 스페인어로 축구에서 혼자 힘으로 승부를 뒤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를 지칭하는 표현)'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데울로페우이다.

데울로페우의 영향력은 그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왓포드 팀 전체 슈팅 횟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왓포드는 데울로페우가 그라운드에 없었던 74분 동안 슈팅 7회에 그쳤다. 그마저도 유효 슈팅은 전무했다. 하지만 데울로페우가 뛴 46분 사이에 왓포드는 8회의 슈팅을 시도하면서 3골을 성공시켰다.

이렇듯 왓포드는 데울로페우 개인의 힘으로 울버햄튼을 꺾고 35년 만에 FA컵 결승에 진출했다. 데울로페우는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 현역 최고의 축구 선수인 리오넬 메시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듣던 선수였다. 하지만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에버튼과 AC 밀란에서 임대로 뛰다가 왓포드로 이적해 오기에 이르렀다. 프로 경력 초창기의 그는 지나치게 드리블만 한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경험이 쌓이면서 한층 더 위협적인 선수로 발전해 가고 있다.

왓포드의 FA컵 결승전 상대는 바로 데울로페우에게 당시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 데뷔전(2011년 10월 29일, 마요르카와의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을 선사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다. 왓포드가 4관왕(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스 리그, FA컵, 리그 컵)에 도전하는 강호 맨시티를 꺾고 구단 역사상 첫 FA컵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팀에서 유일하게 '크랙형 선수'라고 할 수 있는 데울로페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왓포드는 2부 리그나 3부 리그, 4부 리그 같은 하부 리그 우승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우승을 기록한 적이 없는 구단이다.

가르시아 "데울로페우는 준결승전에 뛰고 싶어했기에 내가 그를 선발에서 제외했을 때 화가 났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난 내 선수들이 프로다운 자세를 유지하는 걸 보길 좋아한다. 그는 순간 화가 났을 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2골을 넣으면서 팀을 구해냈다. 그는 본인의 임무를 확실하게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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