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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DF 라이스트너, 유스 시절 친정팀 구호에 나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 활동 자체가 정지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들은 외출 금지령을 통해 약국과 식료품점 같은 필수용품 판매점을 제외한 상가들의 상업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백악관 코로나 태스크포스 조정관 데보라 벅스부터 앞장서서 "지금은 식료품점이나 약국도 갈 때가 아니다. 가족과 친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축구 구단들 역시 재정적으로 힘든 건 매한가지다. 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는 시즌 중단이 계속 이어진다면 5월 말경에 분데스리가 1부와 2부 총 36개 구단들 중 13개 구단이 중계사에 중계권료를 환불해야 하는데 이를 할 재정적인 능력이 없기에 파산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마이크 갈릭 번리 회장 역시 시즌이 취소될 경우 구단이 8월에 파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프로 리그 구단들은 스폰서 계약도 있고 하다 보니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하부 리그 구단들은 시즌이 중단되면서 돈줄 자체가 막히다 보니 속칭 죽을 맛이다. 이에 독일 4부 리그팀 로코모티브 라이프치히는 '보이지 않는 상대(Unsichtbaren Gegner)'와의 경기 티켓을 1유로(한화 약 1300원)에 판매 중에 있다. 티켓을 산 사람들에겐 인터넷 라디오 해설자가 가상 경기 중계에 나선다. 생존을 위한 방안인 셈이다(다행히 해당 티켓은 11만장이나 팔리면서 대박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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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현재 쾰른에서 임대로 뛰고 있는 퀸스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소속 수비수 라이스트너가 유스 시절 친정팀 구호에 나섰다.

라이스트너는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어린 시절 그의 소속팀은 당시 5부 리그(세미 프로)에 있었던 보레아 드레스덴이었다. 이후 그는 만 20세에 뒤늦게 당시 디나모 드레스덴과 2군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그는 디나모 드레스덴에서 주로 2군에서 뛰었으나 성실한 플레이로 코칭스태프의 눈에 띄어 간헐적으로 1군 출전 기회를 얻었고, 2012/13 시즌 3부 리그 구단 할레스헤르 임대 생활을 거쳐 2013/14 시즌, 만 24세에 들어서야 마침내 디나모 드레스덴과 1군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팀은 해당 시즌 2부 리가 17위에 그치면서 강등을 당하는 아픔을 맛보았으나 그는 인상적인 활약상을 펼친 덕에 2부 리그 구단 우니온 베를린으로 이적할 수 있었고, 2018년 여름엔 과거 박지성이 말년에 뛰었던 팀으로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친숙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구단 QPR로 이적하기에 이르렀다.

QPR에서 그는 강력한 대인 수비를 자랑하면서 팬들로부터 "거대하고 친숙한 독일 친구"라는 애칭을 얻었다. QPR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만 29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비록 임대 신분이라고는 하지만 쾰른에 입단하면서 꿈에 그리던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게된 라이스트너이다.

하지만 그는 힘들었던 시절을 잊지 않고 있었다. 코로나19로 하부 리그 구단들이 재정 악화에 시달리자 그는 먼저 현재는 7부 리그로까지 추락한 유스 시절 친정팀 보레아 드레스덴으로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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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보레아 드레스덴 단장 엘비르 유고는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토니가 먼저 연락해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난 그에게 유스팀 코칭스태프들 임금을 대신 좀 지불해줄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오래 갈 지 모르다 보니 자금 유동성이 필요했다"라고 토로했다.

라이스트너 역시 "엘비르 단장이 코칭스태프 월급 내역을 보내주었다. 난 아내와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선 곧바로 다음 날에 돈을 송금했다"라고 밝혔다.

보레아 드레스덴은 7부 리그에 위치하고 있으나 드레스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연령대별 유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유스팀 코칭스태프 숫자만 무려 36명에 달한다. 이들의 월급을 친정팀을 대신해 흔쾌히 지불한 라이스트너이다. 이에 유고 단장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덕에 우리가 계속 우리 코칭스태프들의 노고에 대가를 지불할 수 있게 됐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라이스트너는 SNS를 통해 보레아 드레스덴 유니폼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짧은 글을 남겼다. 이는 아래와 같다.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뿌리를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이것이 내가 유스 시절 팀이었던 보레아 드레스덴의 이번 달 유스팀 코칭스태프 월급을 대신 지불하기로 결정한 이유이다. 이를 통해 드레스덴 축구에서 미래의 새로운 재능들이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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