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글: 팀 케이힐 / 번역 및 정리: 박문수 기자 = "포스트 코로나 세대에서 스포츠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코로나19 여파로 축구계는 물론 스포츠계 자체가 꽁꽁 얼어 붙었다. 어느덧 봄이 왔지만, 약 한 달 이상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다. 선수들 모두 각기 다른 방식을 통해 코로나 19에 대처하고 있다.
이 중 호주의 레전드 팀 케이힐은 포스트 코로나 세대에서 스포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케이힐은 본 매체 '글로벌 에디션'을 통해 '스포츠가 포스트 코로나 세대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대면 인터뷰는 아니다. 대신 현역 은퇴 이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케이힐은 칼럼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세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고했다.
참고로 케이힐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유명세를 탄 건 2006 독일 월드컵에서였다. 당시 히딩크 감독 체제의 호주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0-1로 끌려 다녔지만, 후반 막판 케이힐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짜릿한 3-1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케이힐은 호주 출신 선수 중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것도 일본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이끌어 내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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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케이힐이 골닷컴에 기고한 글 전문이다.
지금 전 세계가 매우 불확실한 상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더 오래갈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이전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 상황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도 알지 못한다. 사람들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아픔을 겪고 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인 영향력이 전 세계에서 감지되고 있다.
스포츠라는 것은 내 삶 전면에 그리고 중심에 있었다. 뒤뜰에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공을 찰 수 있을 나이를 먹은 이후로 늘 그래왔다. 이는 무언가를 넓게 볼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공포에 처했고,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많은 이가 사랑하는 이를 (하늘로) 보냈다. 축구를 하는 것은 많은 이가 겪고 있는 삶이 바뀌는 상황 옆에 있을 수가 없다.
지금 스포츠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지금의 상황이 끝나고 나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 그리고 이에 대해서 한 발 나아가 생각하고 싶다. 6주 이상이 될 수도 있다. 6개월 이상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내 생각이지만, 스포츠는 사람들이 다시금 정상적인 생활에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이 끝난다면, 풀뿌리 스포츠라는 것이 지역사회에 재결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현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우리가 분리되었다는 점이다. 세계가 닫히면서 국경에 따라 국가로 나뉘었다. 도시 내에서는 이동 제한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그저 각자 집 안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우리가 다시금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 스포츠가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분리라는 생각을 고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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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지닌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가 바로 우리를 단결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올림픽과 월드컵과 같은 큰 국제적인 행사들은 꽤 믿을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를 하나로 묶어 낸다.
운 좋게도 나는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네 번의 월드컵에 출전했다. 그리고 2022년 열리는 다음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Supreme Committee for Delivery & Legacy'의 앰배서더가 됐다. 운동선수로서로 보더라도, 이렇게 사람들이 함께 보이는 축제 분위기는 남다르다.
2018년 당시 러시아에 모스크바 거리는 전 세계 팬들로부터 가득 찼다. 이들은 함께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러한 분위기는 전염성이 있다. 비록 다른 그룹원들이 특정한 국가 그리고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 당시 우사인 볼트와 같이 역사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면, 전 세계 모두가 하나로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2 월드컵이 이처럼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다. 운이 좋아서 몇몇 경기장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쇼를 준비하고 있다.
직접 이곳으로 오든 TV를 통해 보든, 지금과 같은 시기 이후에 열릴 진정한 의미의 국제적인 축구 이벤트인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영향력 있는 상징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를 통합하고 하나로 묶을 것이다. 동시에 회복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스포츠가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두 번째 방식은 바로 풀뿌리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각자의 안전을 위해 물리적으로 서로 멀어진 상태다. 아이들을 데리고 블록 주위를 돌아다닐 때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웃음을 띠면서 지나가는 이들에게도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이는 슈퍼마켓이나 공공장소를 갈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러한 것이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은 그저 조금 덜 친근하게 느껴질 뿐이다. 일단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해지는 거라면, 우리 사이에 있는 이러한 공간을 좁히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풀뿌리 스포츠가 이러한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를 생각하자. 혹은 그들이 언젠가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꿈을 좇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저 또래 아이들과 즐기고 있을 때, 아이들을 응원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이는 우리가 더욱 가까워지게 한다. 골을 넣으면 하이 파이브를 하고, 경기를 마친 후에는 악수한다. 부모와 포옹도 한다.
8년이라는 시간 (나는) 호주에서 풋볼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풀뿌리 스포츠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카타르의 'Generation Amazing program'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시험에 직면한 상태다. 우리에게는 전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여러 스포츠 분야를 비롯해 산업과 미디어도 있다. 많은 이가 연결되면서, 좀 더 활동적인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 접속한다. 그리고 이는 기발한 생각이다. 이를 보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Generation Amazing'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되는 온라인 세션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곧 참여하기를 기대 중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아이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의 일원이 돼서 자신감을 얻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모습을 봤다. 이는 즐거움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서, 풀뿌리 스포츠가 우리를 좀 더 가까워지도록 도울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될 많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모든 이가 그렇듯, 나 또한 세상 반대편에 사는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이 있다. 감사하게도, 나는 그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다. 아내와 아이 그리고 내가 함께 있는 것이 매일매일 우리에게는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TV에서 보여주는 첫 번째 축구 경기 그리고 공원에서 내 아이들의 첫 번째 킥이 굉장히 가치 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는 서로 떨어지고 분리된 상황을 강요받고 있지만, 스포츠가 우리가 다시금 뭉칠 수 있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데 믿음이 있다.
사진 = 골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