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재성Kleague

캡틴 이재성, “인천 팬들에게 행복 축구 선사하고 싶다”

[골닷컴, 남해] 서호정 기자 = 센터백 이재성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의 핵심이다. 수원, 울산, 전북 등을 거치는 동안에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가 그라운드에 서면 누구보다 든든했다. 부상만 없다면 K리그 최고의 커맨더형 센터백이라는 평가가 결코 헛되지 않다. 

지난 시즌 전북에서 인천으로 이적한 이재성은 올해 팀의 주장 완장까치 차게 됐다. 임중용 수석코치의 강력한 추천이 시작이었다. 이재성 본인은 “프로에 온 뒤 내 것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던 선수”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하지만 현역 시절 이재성과 같은 포지션, 같은 나이대에 인천을 훌륭히 이끌며 ‘투게더 정신’이라는 팀 특유의 문화를 만든 임중용 코치는 프로 12년차를 맞는 이재성의 차분한 리더십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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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잠시 주장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처음 오른팔에 완장을 차게 된 이재성은 책임감을 말했다. 단지 선수단을 잘 이끌어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천이 지겹게 반복해 온 생존 경쟁에서 탈출해 늘 잔류를 위해 악에 바쳤던 팬들에게 축구의 행복과 여유를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올 시즌 인천의 잔류를 위해 최대한 부상 없이 수비라인과 팀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이재성을 남해에서 만났다.

Q. 인천은 다른 팀들에 비해 여러 핸디캡을 안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팀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A. 핸디캡이 있는 게 맞다. 남들보다 더 준비해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인데, 감독님 없이 긴 시간 준비해 왔으니까 외부에서는 ‘올해 인천 잘못되는 거 아냐?’ 하는 불안한 시선이 있을 것이다. 유상철 감독님이 떠나시고 코칭스태프와 이천수 전력강화실장님이 그걸 감안해서 철저히 준비했고 선수들도 잘 따라왔다. 팀을 어느 정도 만든 시점에 임완섭 감독님이 오셨다. 생각보다 잘 조화되고 있다. 1차 훈련은 체력 중심이었고, 지금부터 전술을 본격적으로 만들었다. 1차 전훈 내용을 감독님이 빨리 파악하는 중이시다. 선수단도 믿음이 충분하기에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Q. 고교 시절 이후 15년 만에 주장 완장을 달았다고? 
A. 임중용 수석코치님이 추천하셨다. 일단 나이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웃음) 그래도 나를 좋게 봐주시며 믿음을 주신 것 같다. 내가 주장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닌 걸 안다. 잘 할 수 있을까 싶은데, 그래도 코치님이 적극 건의해주셨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수락했다. 

Q. 주장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건 무슨 뜻인가?
A. 어느 팀에 있든 내 것만 열심히 했다. 팀 스포츠지만 그 규율만 열심히 따르는 한 개인에 불과했다. 주장이 된 이후 많은 걸 고려하고, 관찰하고, 소통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신경을 써야 할 게 많더라. 하고 싶은 행동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조심스럽고, 중심을 지키려고 한다. 아직 시즌 전이라서 어려운 건 딱히 없다. 만일 팀 성적이 좋지 않다면 부담이 생길 것이다. 그때 잘 돌파하는 게 진짜 중요할 것 같다. 

Q. 인천 선수단을 이끄는 건 어떤가? 말 안 듣는 선수가 있나?
A. 인천 선수들이 다 착하다. 고맙게도 말 잘 들어주고, 알아서 잘들 한다. 지금까지 내가 따로 얘기하거나 간섭할 게 없어서 고맙다. 시즌 중 어려운 일이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이다. 나 혼자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겠지만 인천은 그런 문화가 아니다. 우리는 한 배를 탔고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위기가 오면 함께 풀어 나가고, 나도 적극적으로 터 놓고 싶다. ‘투게더 정신’이라는 게 정말 이 팀에 있다.

Q. 이전에 거친 수원, 울산, 전북은 모두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었다. 반면 인천은 그 반대 위치에 있다. 강등을 피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하는 그 경험은 어땠나?
A. 그런 경험은 작년 한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었다. 매 라운드 살얼음판을 걸었다. 자칫 한번 넘어지며 순위표 맨 뒤로 간다는 그런 부담감과 싸워야 한다. 이전에는 다른 팀 경기를 잘 보지 않았는데, 인천에 온 뒤에는 항상 순위 경쟁팀 경기를 챙겨보면서 조마조마했다. 잔류 경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가장 절실해야 한다. 동시에 냉정하게 보면 유독 인천이 그런 패턴이 반복되는 것은 현실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준비 과정에서 그것을 감안하고, 작년보다 더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올해는 팬들이 힘들지 않고, 즐겁게 축구 보실 수 있게 준비 중이다.

Q. 인천 팬들이 올해 가장 소망하는 것 중 하나가 부상 없는 이재성을 보는 것이다. 그만큼 팀에 중요한 선수다. 
A. 지난 시즌 끝나자마자 양쪽 무릎에 수술을 했다. 큰 수술은 아닌데, 팀에 도움이 되려면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줄여야 한다고 해서 수술을 하고 현재 몸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는 단계다. 좀 하려고 하면 늘 부상을 당해서 선수 생활 내내 내 스스로가 안타까웠다. 부상을 안 당하려고 한다고 피하는 게 아니지 않나. 내가 관리도 잘 해야 하지만,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행운도 이어져야 한다. 올해는 정말 부상 없이 인천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Q. 태국 전지훈련에서 팀이 스리백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 
A. 그때는 나도 재활 단계여서 스리백을 준비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문지환, 부노자 등 우리 팀 좋은 선수들과 점점 맞춰가려고 한다. 서로 믿고 소통하는 게 중요할 거 같다. 수비수들은 말이 많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아야 한다. 나는 포백에 익숙했던 입장이다. 스리백은 프로에 와서는 거리감이 있었다.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실점을 줄여야 잔류 경쟁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우리의 강점인 공격력을 더 살릴 수 있다. 코칭스태프의 판단을 존중하고, 그걸 최대한 채우고 싶다. 최근에 프리미어리그의 셰필드 유나이티드 경기를 찾아보며 공부 중이다. 우리가 준비하는 전술과 비슷한 것 같다.

Q. 인천으로의 이적은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무엇을 가장 크게 배웠나?
A. 어느 팀에 있든 축구 선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에 나서서 그걸 성취하는 기쁨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을 즐길 줄 아는 나이도 됐다. 우승 경쟁을 하는 팀에 있으면 분명 선수로서 좋겠지만, 축구를 한다는 그 보람을 다 채울 수 없었다. 작년 한 해 인천에서 축구를 시작할 때의 초심을 찾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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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천 팬들과의 1년도 의미 있을 것 같다. 밖에서 바라보던 것과 안에 들어와서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밖에 없다. 
A. 상대팀 선수여도 인천 원정 경기를 오면 그 팬들의 열정이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여기 속해서 팬들을 보니까 정말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승 경쟁을 하고, 이기는 경기가 더 많은 팀은 팬들도 응원할 맛이 더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천은 매년 하위권에서 2부 강등 우려를 하고 싸우는 팀이다. 그런데도 팬들이 시즌 말미로 갈수록 오히려 증가했다. 지금까지 거쳐 온 모든 팀들의 팬들이 소중했지만 인천 팬들은 더 특별한 것 같다. 팬들을 위해서 모든 걸 쏟아 붓고 뛰자는 얘기를 인천에 와서 가장 많이 한 거 같다. 그런 팬들이 악을 지르며, 팀의 생존을 위해 절실하게 응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인천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고, 즐겁게 축구를 보실 수 있는 행복한 상황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Q. 유상철 감독은 이제 명예감독으로서 한 발치 떨어져 팀을 지켜본다. 지난해 투병 사실이 알려진 뒤 유상철 감독이 유달리 경기 후 이재성 선수를 찾고 안아주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A. 감독님의 병을 알기 전에도 인천 팬들을 위해 잔류하겠다는 마음 먹었지만, 그걸 알고 난 뒤에는 정말 감독님을 위해서 잔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걸 못 하면 살면서 평생 죄송한 마음일 것 같았다. 축구 인생의 가장 후회되는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아서 유상철 감독님과 팬들을 위해 뛰었다.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선수를 편하게 해 주고 굳건한 믿음을 주신 감독님은 처음 봤다. 모든 책임은 자신의 것이라 하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며 선수들을 끌어주셨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난 뒤 감독님에게 안겼다. 감사와 존경의 표현이었다. 함께 일하는 게 행복했다. 작년이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행복했던 시즌으로 기억한다. 감독님께 연락드릴 때마다 내가 은퇴 안하고 감독님이 회복하시면 다시 한번 함께 축구 하고 싶다고 말씀드린다.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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