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첼시가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가짜 9번 역할을 수행한 카이 하베르츠의 맹활약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첼시는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11경기 무패(8승 3무)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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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가 스탬포드 브릿지 홈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20/21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첼시는 14승 8무 6패 승점 50점으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4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첼시는 투헬 감독 부임 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3-4-2-1 포메이션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하베르츠가 최전방 원톱에 위치했고, 그 뒤를 칼럼 허드슨-오도이와 티모 베르너가 2선에 서면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조르지뉴와 마테오 코바치치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마르코스 알론소와 리스 제임스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을 중심으로 커트 주마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에두아르도 멘디 골키퍼가 지켰다.
https://www.buildlineup.com/지난 리버풀전과 비교하면 하킴 지예흐와 메이슨 마운트, 은골로 캉테, 벤 칠웰, 안토니오 뤼디거 대신 하베르츠, 오도이, 코바치치, 알론소, 주마가 선발 출전하면서 큰 폭의 로테이션이 이루어진 첼시였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하베르츠가 '가짜 9번(False 9: 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선수가 최전방에 서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으로 깜짝 선발 출전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후반기 가짜 9번 역할을 소화한 적이 있긴 하지만 해당 포지션에서 많은 출전 수를 기록한 건 아니었다. 실제 이 경기 이전까지 하베르츠는 프로 데뷔 이후 '가짜 9번'으로 선발 출전한 건 10경기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첼시에선 2라운드 리버풀전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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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얘기하도록 하겠다. 하베르츠 가짜 9번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슈팅 숫자 자체는 2회로 많은 편이 아니었으나 중앙에서 볼을 키핑해 베르너와 오도이에게 패스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첼시의 이 경기 패스 네트워크(하단 그래프 참조)를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그의 볼터치 숫자(53회)와 패스 숫자(41회)는 베르너(볼터치 34회& 패스 21회)와 오도이(볼터치 35회 & 패스 26회)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더 놀라운 점은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답게 패스 성공률이 무려 95.1%였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 성공률은 95.8%에 달했다. 실질적으로 최전방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담당한 하베르츠이다.
Squawka Football첼시, 에버턴전 평균 위치 & 패스 네트워트(그래프 출처: Squawka Football)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내려와서 패스 연결에만 치중한 것도 아니다. 그는 빠른 스피드와 분주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침투하면서 공격에서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볼터치는 5회로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최다였다. 활동량(11.51km)과 순간 최고 속도(32.42km/h)는 물론 평균 속도(7.27km/h) 역시 1위였고, 전력질주 횟수는 24회로 베르너(26회)에 이어 2위였다. 드리블은 2회 시도 해 모두 성공시켰고, 볼경합 승률은 71.4%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31분경, 알론소의 땅볼 크로스를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가면서 에버턴 중앙 수비수 벤 고드프리의 자책골을 이끌어냈다. 53분경엔 오도이의 크로스를 어깨 트래핑에 이은 슈팅으로 골을 넣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핸드볼 반칙이 뒤늦게 불리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64분경엔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가선 코바치치의 장거리 스루 패스를 받아 에버턴 골키퍼 조던 픽포드의 파울을 유도해내며 페널티 킥을 얻어냈다. 이를 조르지뉴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첼시가 2-0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첼시의 2골에 모두 관여하는 괴력을 과시한 하베르츠이다.
첼시는 에버턴전 승리로 투헬 감독 부임 후 11경기 8승 3무 무패 행진을 이어오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11경기에서 첼시가 허용한 실점은 단 2골에 불과하다. 더 놀라운 점은 첼시가 스탬포드 브릿지 홈에서 단 1실점도 내주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감독 부임 기준 첫 홈 5경기 무실점은 PL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단순 성적보다도 더 고무적인 부분은 투헬 부임 후 많은 첼시 선수들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전임 감독 프랭크 램파드 아래에선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던 크리스텐센과 뤼디거, 아스필리쿠에타, 알론소, 조르지뉴, 오도이가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중용되고 있고, 극도의 부진에 빠졌던 베르너도 확연히 살아난 모습이다.
그나마 첼시 선수들 중 크리스티안 풀리식이 잦은 부상으로 주춤하고 있고, 지예흐가 투헬 전술에서 다소 겉돌고 있다. 하베르츠는 투헬 감독 데뷔전(울버햄튼 원더러스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이후 부상으로 3경기 교체 출전이 전부였다. 하지만 에버턴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하베르츠가 에버턴전과 같은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첼시의 공격은 한층 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