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필자가 대한축구협회(이하 KFA) 기획실에 근무하던 시절, 수년 전부터 작성되고 보관된 다양한 공문서와 보고서가 있었다. 신입 오리엔테이션이 제대로 없었던 그 시절에, 선배들이 사무실 한 면을 빼곡하게 장악한 서류 책장의 파일을 자세하게 읽어보고 공부하라던 것이 오리엔테이션이었다.
KFA에 입사해 행복했던 그 시절에는 퇴근도 마다하고 늦게까지 그 자료들을 반복해서 읽어보던 것이 기쁨이었다. 아마 그 시절의 독학이 축구 산업 전문가로서 근원적인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다. 오늘은 그 당시 기획실 보고서 및 공문서 중 하나의 자료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전후로 브라질 유학의 광풍이 몇 년간 불었다. 축구 팬들에게 유명한 국가대표 출신 이호 (현 무앙통 유나이티드), 박주영 (현 FC서울) 등의 선수들이 이 시기 브라질로 유학 갔던 대표적인 선수들이었다. 특히 이호, 박주영 같은 선수들은 당시 브라질 1부 리그 유명 구단에서도 계약 요청이 올 만큼 잠재력이 큰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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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실의 대외협력 관련 서류 폴더에 특이하게도 상파울루 대한민국 총영사관으로부터 받은 공문과 보고서가 있었다. 해외 주재 한국영사관에서 무슨 문제가 있어 공문과 보고서를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에 자료를 열어보니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브라질에 불법체류 하는 한국 청소년들, 특히 축구유학을 온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축구협회에서 실태 조사를 하고, 유학을 제대로 알고 갈 수 있도록 협조 요청합니다”
업무협조 요청 공문의 첨부로 실태 보고서가 있었다. 2002~2004년경 조사된 명부로 수백 명의 학생들이 브라질에 불법체류를 하고 있고, 선수들을 데리고 나간 에이전트나 매니지먼트 회사, 또는 개인의 방치로 학생선수들이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한국 학생들끼리 지내며 브라질 현지 교육도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 한국 청소년들끼리 팀을 구성해 브라질 지역의 열악한 팀들과 리그를 만들어 진행하는 등 학부모와 학생들이 처음 큰 뜻을 품고 갔던 유학과는 너무나 동떨어지고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었다.
실제 유학비는 엄청 비쌌다고 한다. 그리고 중간에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선수들을 방치하고 떠나는 무책임한 유학업체와 에이전시 등도 있다고 보고서에서는 언급하고 있었다. 그런 사례로 인해 브라질 경찰, 행정기관으로부터 여러 가지 문제와 민원이 접수되어 한국총영사관으로 보고되고 공유되었다. 여러 사례를 대한축구협회로 전달했고, 등록 선수, 학교 팀 등에 이런 상황을 전달해 달라는 것이 업무 협조 내용의 골자였다.
실제 브라질 유학을 통해 좋은 경험을 하고 온 선수들도 많았지만, 경제적 이득만 목적으로 현지 축구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의 사례도 많았던 것이다. 이후 KFA는 일선 축구팀에 브라질 유학을 자제시켰고, 가더라도 여러 가지 유의점을 공지했으며, 나중에는 KFA가 직접 우수선수 해외 유학 사업을 진행하기까지 이르렀다. (설기현 선수의 안더레흐트 진출이 대한축구협회 유학사업의 신호탄이었다) 그 당시에는 축구 에이전시의 숫자도 적었고, 활발한 활동을 하던 에이전시는 유학보다는 대부분 프로선수 관리와 이적을 담당했던 시절이고, 유학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의 수준 또한 높지 않던 시기이다.
몇 년 후, 브라질에 잠시 방문한 적이 있었다. 상파울루 지역의 축구클럽을 방문하고, 구단주도 만났는데, 그 구단에 몇몇 성인 한국 선수가 있었다. 그들도 축구 유학을 통해 브라질에 오게 되었고, 중고등학교 시절을 브라질에서 보내면서, 지역 리그에서 축구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연봉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수당으로 받고, 다른 파트타임도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부모님에게 생활비도 일부 받는다고 했지만, 그 당시에 느끼기로는 축구 선수로 큰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선수들은 브라질에서 축구선수를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또 종종기량을 인정받아, 지역의 유명 축구단으로 들어가는 사례도 있어, 앞으로 수년 더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나마 그 선수들은 포르투갈어를 브라질 사람처럼 구사가 가능해서 다행이었다. 그 선수들을 보면서, 이전에 확인했던 보고서 생각이 났다.
지금도 15년 전 브라질 축구 유학의 문제점과 비슷한 사례가, 유럽으로 지역을 바꾸어 일어나고 있다. 실제 2019년 초에 사기 스페인 축구 유학 사건이 TV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부푼 꿈을 안고 스페인으로 유학을 갔으나, 비싼 관리비만 지불하고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사건이었다. TV에 다뤄지지 않은 더 많은 케이스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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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독일에서도 모 지역 모구단에 방문했는데, 18세 미만의 한국 선수 몇몇이 한국인 관리자와 훈련 후에 같이 있던 걸 봤다. 기본적으로 FIFA Minor Transfer Ban이라는 조항으로 인해, 18세 미만 선수에게는 이적이 허용되지 않는다. 가더라도 최고 수준의 리그에는 등록 자체가 안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그런 사례가, 유럽에서도 광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서유럽의 에이전트들이 아프리카에서 수십 명의 유망주를 헐값에 데려와, 유럽 클럽에서 관리하다, 그중 1~2명이 성공하면 그들만 선택해서 키우고, 나머지는 방치해버리는 것이다. 이는 벨기에, 프랑스 등지에서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이로 인하여 FIFA Minor Transfer Ban이라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후 한국을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미성년자의 축구유학 및 이적은 줄어들었다. 실제 유소년과 청소년들은 부모와 함께 하면서 가까운 지역에서 축구를 배우는 것이 맞다. 이를 위해 각국의 축구협회는 지도자 교육을 강화하여, 학생 선수들이 자국에서 축구 교육을 받아도 해외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상파울루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작성한 보고서의 결론이기도 했다.
*필자는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부에서 재무학을 전공, 리버풀 축구산업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06년부터 7년 간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발전기획팀, 기술교육국에서 근무하였다. 부산아이파크 홍보마케팅 실장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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