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지난해 대한축구협회(KFA)는 제2의 국가대표 축구센터(이하 NFC)를 위해 지자체 경쟁입찰을 진행하여, 천안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대한축구협회가 458억원, 천안시가 1,100억원을 출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선정 당시 진행을 주도했던 구본영 천안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상실했다. 또 지역 내에서도 NFC가 내려와서 지역 경제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비해, 천안시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과중하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천안 NFC와 관련해 예상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현실적인 제언을 해보려고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둔 2001년 11월 파주 탄현면에 트레이닝 센터를 건립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건립 및 운영하여, 파주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이었다. 트레이닝 센터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조중연 당시 전무이사(51대 회장)가 헬기를 타고 여러 입지를 체크했고, 현재의 파주 탄현면 부지가 가장 낫다는 판단 하에 정몽준 당시 축구협회장(47~50대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 받은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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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업은 축구협회 및 관련 정부 체육 기관이 PF를 일으키고, 파주시가 부지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일정 기간 임대 후에 기부채납하고 계속 임대 연장을 하는 구조였다. 이 기부채납 이후, 특정 단체에 계속 임대를 해주는 부분도 당시에는 조례에 없었다. 또 스포츠산업 진흥법 개정 이전에는 특정 단체에 장기 임대를 해줄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여, 이에 대한 부분이 매년 파주NFC 운영에 걸림돌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늘 대한축구협회에서는 협회 소유의 훈련센터를 만들고자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현재 파주 NFC의 수요 대비 수용능력과 위치 문제 등으로 제2의 NFC를 지속적으로 물색해왔다. 그런 와중에 2017년 20세 청소년월드컵 해산 총회 시 잔여 예산을 활용해 제2의 NFC를 만들기로 결의를 했다. 그렇게 2018년도에 구체적인 계획이 준비되어 2019년 10여개 지자체가 참여해, 최종적으로 천안시가 제2의 NFC 부지로 최종 결정되었다.
대한축구협회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파주시 입장에서는 제2 센터가 건립되어 대부분의 축구협회 기술 관련 활동이 이전될 경우, 지역에 도움되었던 기관의 역할이 빠져나가는 것을 반가워할 리 없다. 이에 따라 파주시는 NFC의 이탈을 막고자 대한축구협회가 원하는 사항을 최대한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협회 수뇌부에서는 긍정적으로 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 대표팀이 제2 센터로 옮겨가게 되면, 파주 NFC의 가동률은 상당히 떨어진다. 모든 연령별 대표팀이 사용하던 것이 일부 연령별 대표 또는 여자 대표팀 등만 사용하게 되면 파주시 입장에서는 지역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2 센터 유치에 성공한 천안이 내건 조건을 보면 다소 파격적이다. 하지만 그 조건을 들여다보면, 해당 시설로 많은 축구팀이 와서 지역에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러한 예로, 과거 전국 초등학교 축구팀 및 유소년 클럽이 참여했던 경주 화랑대기 대회를 들 수 있다. 이 대회는 약 5~600개의 U-12 팀이 여름 방학 및 휴가 기간에 경주를 방문하면서 지역 내 숙박업소와 식당이 호황을 이루어 매년 경제적 파급효과가 500억원 이상에 달한다는 지역 대학들의 연구가 있다.
천안시도 이러한 기대를 했던 것 같은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제2 센터의 사업내용을 들여다보면 센터 자체가 워낙 크고, 숙박 시설 등 대부분의 필요 시설이 센터 내에 모두 확보된다. 그리하여 시 입장에서는 이 사업을 유치하더라도, 전국대회와 같은 효과는 크게 없을 수도 있다.
다만 대한축구협회 본사가 천안으로 내려오면, 비영리 사업 부분에 대한 지방세와 직원들이 천안으로 내려오는 것에 대한 지방세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1,100억원의 천안시 세금을 투입한 것에 비해 경제적인 기대효과가 충분한 것인지에 대한 천안시의 고민이 깊은 듯하다. 따라서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상돈 천안시장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천안시의 사정을 검토해 달라는 협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필자는 대한축구협회 기획 부서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협회가 숙원사업이었던 자체 훈련센터 보유를 제2 NFC 프로젝트로 마침표 찍으려 했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관점에서 한번 짚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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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와 천안시의 계약은 상호 호혜의 원칙에 입각해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천안시가 일방적으로 많은 부분을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지역 언론을 통해 언급되고 있다. 물론 천안시가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 무리하게 제안을 한 것은 그들의 선택이었지만, 지자체 재정에 많은 부담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천안시는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축구협회에 경감 요청을 할 것이다.
세부 계획에 대해서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천안시와 잘 협의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한 번 다른 방향의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기존에 수립한 해당 부지 계획이 너무 크다면, 일부를 축소하고 세이브한 자금을 활용해 천안시가 철거한 오룡경기장 부지에 축구전용 경기장을 건립하는 사업으로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대한축구협회가 일부 소유권을 확보하거나, 장기 임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트레이닝 센터는 그 기능을 가지고 사용하되, 신축 축구 전용 경기장을 활용해 대한축구협회의 각종 대회, 특히 유소년 대회를 운영해 천안시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것이다. 더불어 일본 고교야구의 상징인 고시엔과 같은 문화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보는 것은 어떨까?
또 대한축구협회는 천안시와의 원만한 협의를 위해, 또는 제2 NFC의 활용 극대화를 위해 협회 전체가 현재 신문로 사옥에서 천안으로 이전하는 것도 고려한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축구협회가 그 국가의 수도가 아닌 곳에 위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방으로 가게 되면, 정보 수집 및 대정부, 대기관 업무에서 상당한 불편 사항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유독 한국에서만 수도에 집중되는 문제에 대해서 여러가지 물리적인 제약을 가하려는 상황이 정책적으로 전개가 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도시 편중 현상은 전세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최근에는 차라리 더 효과적으로 해당 현상을 처리하려는 정책이 일반적이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런던, 프랑스축구협회(FFF)는 파리, 일본축구협회(JFA)는 도쿄, 아르헨티나 축구협회(AFA)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리잡고 있듯 대부분 주요 축구협회의 본사는 해당 국가의 수도에 위치하고 있다. 이 사안은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