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지난 25일 일본에서 10년 만에 재개된 한일축구 친선 평가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0:3으로 패배했다. 이 친선 경기 한 번으로 너무나 많은 비난을 받게 되어, 결국 정몽규 대한축구협회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과연 이번 경기가 축구협회장의 사과문 발표와 언론의 무차별적 비난 보도로 축구팬을 더 끓어오르게 만들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친선 평가전이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런 참패의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현상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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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가 추구하는 축구를 구사하기 힘든 국내 유-청소년 축구 현장
기본적으로 파울로 벤투가 원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높은 속도의 템포(High speed tempo) 축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요소는 유소년부터 청소년, 그리고 프로 선수 직전의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교육과 경기 경험 등을 통해 습득하게 된다. 그런 교육과 경험을 체득하지 못한다면, 단기간의 전술 훈련 등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국내 대부분 선수들이 빌드업 포함 유럽의 하이스탠다드 축구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초-중-고-대학 시절 이러한 축구를 배우지 못하는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선수뿐만 아니다. 지도자들도 정확하고 깊이 있는 최신 트렌드의 축구를 이해하고 유소년 선수들을 훈련시켜야 하는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울로 벤투 감독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 선수를 훈련시키며 ‘과연 누가 빌드업 축구와 전술적으로 수준 높은 빠른 템포의 축구’를 할 수 있는지 단기간에 확인해 선발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적인 수준으로 넘어와 청소년기에 이런 높은 단계의 축구를 경험하지 못한 프로 선수 중에, 소수의 센스 좋고 습득력 좋은 선수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유럽 시스템 도입 및 정보 습득
2002 한일월드컵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팀의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체력이 가장 떨어진다”고 했다. 국내 축구 지도자들과 축구팬들은 의외의 답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지금 우리 축구 현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준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은 축구의 변방이며,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가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2002 월드컵 전만 해도 한국 축구는 무조건 많이 뛰는 힘든 훈련만 하면 체력이 올라온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온 최고 클래스의 지도자는 축구에 전혀 필요 없는 체력 훈련 하는 것을 지적했다. 실제 축구에 필요한 효과적인 피지컬 트레이닝을 도입하여, 차근차근 준비하여 월드컵 4강의 기염을 토했다.
지금도 한국 축구계는 이전과 크게 다르진 않다. 우리는 유럽이나 다른 국가와는 다르게 언어와 문화 면에서 다른 문화와 호환성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공들여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트랜드에 뒤처질 수 있다.
유럽 진출 선수 규모
축구는 유럽이 본고장이고 트렌드 리더이다. 남미의 축구 강국들도 유럽의 트렌드에 눈을 돌리고, 어떻게든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Soccerway’ 통계에 따르면, 유럽 전체 리그에 진출해 있는 일본 선수는 166명이고 5대 리그(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 등록된 선수는 18명이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유럽 전체 리그에 80여명 정도이며, 5대 메이저리그에는 8명이 등록되어 있다. 2배 차이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일본 선수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피지컬 면에서도 더 이상 한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다는 점이다. 또 선수 개개인들의 전술 이해 숙련도는 이미 큰 격차가 벌어진 것 같다. 유럽에서 더 강한 선수들과 경쟁하고, 선진 지도 방식에 익숙해진 결과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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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단기적인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플랜을 짜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구단 등이 더 과감하게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수의 유럽 진출 지원뿐만 아니라, 젊은 축구인들도 축구의 본고장 유럽으로 더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그들을 지도자, 심판, 축구행정, 축구과학자 등으로 육성해야 한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정신력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말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그 결실을 봐야 한다. 감성으로 이성을 이길 수는 없다.
*필자는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부에서 재무학을 전공, 리버풀 축구산업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06년부터 7년 간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발전기획팀, 기술교육국에서 근무하였다. 부산아이파크 홍보마케팅 실장 역임 후, 현재 에이전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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