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4-0 대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엠레 찬이 터프한 플레이를 시종일관 펼치면서 도르트문트에 결여된 투쟁심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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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가 지그날 이두나 파크 홈에서 열린 2019/20 시즌 분데스리가 22라운드에서 프랑크푸르트를 4-0으로 대파했다. 이와 함께 도르트문트는 최근 침체된 분위기에서 일정 부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도르트문트는 최근 베르더 브레멘과의 DFB 포칼(독일 FA컵) 16강전에서 2-3으로 패한 데 이어 지난 주말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분데스리가 21라운드에서도 3-4로 패하면서 연패에 빠졌다. 반면 프랑크푸르트는 후반기 4경기에서 3승 1무 무패로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가장 좋은 후반기 성적을 기록 중에 있었다. 심지어 프랑크푸르트는 지난 주말 아우크스부르크 상대로 5-0 대승을 거두며 사기가 절정에 오른 상태였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일전이 예상됐다.
안 그래도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0라운드까지 승승장구했으나 브레멘과의 포칼 16강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하면서 탈락한 걸 시작으로 4경기 연속 무승의 슬럼프에 빠지면서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16강에서 조기 탈락했고, 지속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분데스리가에서조차 막판 역전 우승을 허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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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도르트문트가 똑같이 브레멘에게 포칼에서 탈락한 이후 곧바로 레버쿠젠 상대로 경기 종료 10분을 남긴 시점에 2실점을 허용하면서 역전패를 당하자 독일 현지 언론들은 '도르트문트가 또다시 자멸했다'라고 평가하면서 지난 시즌의 악몽이 또다시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들이 흘러나왔다. 이에 겨울 이적시장 데드라인을 통해 도르트문트에 입단한 찬은 경기가 끝나고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지저분하게 경기를 치를 필요가 있다"라며 동료 선수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찬의 코멘트는 그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도르트문트의 약점으로 지적하던 지점 중 하나이다. 도르트문트는 화끈한 공격 축구를 자랑하지만 너무 예쁘게 축구하려는 경향성이 있고, 수비도 상당히 불안정한 편에 속한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보다 승점 2점 차로 아쉽게 2위에 그쳤으나 팀 실점은 44골로 최소 실점 4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심지어 2017/18 시즌엔 47실점으로 최소 실점 9위(분데스리가는 18개팀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정확하게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까지 밀려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번 시즌 역시도 도르트문트는 32실점으로 최소 실점 8위에 그치고 있다. 이것이 도르트문트가 22라운드까지 63득점을 올리면서 팀 득점 전체 1위를 넘어 분데스리가 역대 22라운드 기준 최다 득점 타이(1973/74 시즌 바이에른과 1981/82 시즌 함부르크)라는 대기록을 수립했음에도 좀처럼 1위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조금 더 거친 축구를 펼치면서 수비적으로 상대를 괴롭힐 필요가 있는 도르트문트였다. 당장 레버쿠젠전도 공격은 3득점을 올리면서 제몫을 해줬으나 수비가 무너지는 바람에 역전패를 당한 것이었다.
지난 레버쿠젠전에서 부상을 당한 율리안 브란트를 대신해 프랑크푸르트전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찬은 솔선수범이라도 하듯 터프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상대 중원을 괴롭혔다. 이 덕에 도르트문트는 점유율에서 63대37로 우위를 점했고, 슈팅 숫자에선 17대1로 프랑크푸르트를 압도하는 데 성공했다.
찬은 이 경기에서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6회의 태클을 시도했고, 이 중 3회를 성공시켰다. 게다가 그는 가로채기 역시 도르트문트 선수들 중 하파엘 게레이루(4회)에 이어 2번째로 많은 3회를 기록했다. 볼 경합 승률은 무려 7할에 달했다(통상적으로 경합 승률은 60%만 되도 상위권에 해당한다).
더 놀라운 건 그의 태클과 가로채기가 모두 페널티 박스 근처 위험 지역에서 성공했다는 데에 있다(하단 사진 참조). 즉 위기 순간마다 집중력 있는 수비를 펼쳐줬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OPTA사진캡처: OPTA(초록색: 태클 성공, 빨강색: 태클 실패, 파랑색: 가로채기)
특히 그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프랑크푸르트 에이스 필립 코스티치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자 뒤에서 빠르게 쫓아가 깔끔한 백태클로 볼만 빼내면서 실점 위기에서 팀을 구해냈다. 후반 3분경에도 프랑크푸르트 공격수 안드레 실바가 슈팅을 시도하자 뒤에서 발만 뻗어 볼만 빼내는 환상적인 수비 스킬을 선보였다. 이는 이전 도르트문트 선수들에게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찬이 수비적으로 높은 공헌도를 보여주자 자연스럽게 주변 동료 선수들은 한결 수월하게 공격에 가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도르트문트는 33분경, 아슈라프 하키미의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에 이은 우카시 피슈첵의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후반 4분경 역습 과정에서 악셀 비첼의 패스를 받은 제이든 산초가 단독 돌파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이어서 후반 9분경 하키미의 땅볼 크로스를 엘링 홀란드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며 점수 차를 벌려나가는 데 성공했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자 루시앵 파브르 도르트문트 감독은 주중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 대비해 후반 19분경 찬을 빼고 마흐무드 다후드를 투입한 데 이어 후반 30분엔 산초 대신 조반니 레이나를, 후반 34분엔 홀란드 대신 괴체를 차례대로 교체 출전시키면서 체력 안배에 나섰다. 도르트문트는 후반 29분경 게레이루가 골을 추가하면서 4-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미 도르트문트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공격수 홀란드가 분데스리가 5경기에서 8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하면서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 그래도 도르트문트 공격은 분데스리가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데 홀란드 가세 이후 후반기 5경기에서 22골(경기당 4.4골)을 몰아넣으며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63득점으로 22라운드 기준 대회 역대 최다 득점 타이(1973/74 시즌 바이에른과 1981/82 시즌 함부르크)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홀란드에 이어 찬마저 맹활약을 펼치면서 수비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여준다면 도르트문트는 팀의 최대 약점을 메울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후반기 도르트문트의 성패에 있어 키를 잡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찬일 지도 모르겠다. 그가 이번 프랑크푸르트전처럼 다소 유약하다는 비판을 듣는 도르트문트 선수단에 투지를 심어줘야 한다.
파브르 감독 "찬은 정말 잘 하고 있다. 그는 싸우고, 볼경합에서 승리한다. 볼을 지배하거나 상대가 볼을 가지지 못하도록 괴롭힌다. 게다가 그는 경기 내내 동료들과 많은 의사소통을 한다. 이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