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lor NavasGetty Images

'최다 선방 신기록' 나바스, 친정팀 레알 발목 잡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 수호신 케일러 나바스가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면서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의 발목을 잡았다.

PSG가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열린 레알과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5차전에서 고전 끝에 2-2 무승부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PSG는 4승 1무 무패로 6차전 결과와 상관 없이 A조 1위를 확정지으면서 16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레알은 2승 2무 1패 승점 8점으로 2위를 확정지으면서 16강에 진출했다).

결과는 2-2 무승부였으나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PSG 입장에서 무승부가 천만다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점유율 자체는 53대47로 PSG가 근소하게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문제는 직접적인 공격 횟수에 있었다. 슈팅 숫자에서 레알이 27대13으로 PSG에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유효 슈팅에선 레알이 12대4로 PSG보다 정확하게 3배가 더 많았다. 심지어 레알은 골대도 3차례나 맞추었다. 이래저래 레알 입장에선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골운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PSG가 레알의 파상공세를 저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바로 지난 시즌까지 레알에서 뛰었던, 그 누구보다도 베르나베우 구장에 익숙한 골키퍼 나바스가 있었다. 나바스는 연신 레알의 위협적인 슈팅들을 선방해내며 지난 시즌까지 동료였던 선수들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선제골을 넣은 건 레알이었다. 레알은 16분경 하프라인 근처에서 새로운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고 반대편 측면으로 패스를 넘겨준 걸 신예 중앙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 카르바할과 이대일 패스를 주고 받고선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스코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간 게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를 간판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이른 시간에 리드를 잡아나갔다.

기세가 오른 레알은 공격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PSG는 나바스의 선방 덕에 전반전을 더 이상의 실점없이 0-1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먼저 21분경 아자르의 패스를 벤제마가 슈팅으로 연결한 게 수비벽에 막고 나오자 재차 벤제마가 슈팅을 가져갔으나 슈팅 각도를 좁히고 나온 나바스가 육탄방어로 저지해냈다. 이어서 레알 후방 플레이메이커 토니 크로스가 27분경과 33분경에 연달아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나바스가 모두 선방해냈다. 38분경엔 오른쪽 측면 수비수 카르바할의 중거리 슈팅을, 다시 2분 뒤(40분)엔 왼쪽 측면 수비수 마르셀루의 슈팅을 선방하면서 전반에만 총 5회의 슈팅을 선방한 나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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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도 나바스의 선방쇼는 이어졌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레알 왼쪽 측면 수비수 마르셀루의 크로스를 벤제마가 골문 앞에서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나바스가 다리를 쭉 뻗어 선방해냈다. 이에 벤제마는 당황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어서 후반 15분경엔 마르셀루의 땅볼 크로스를 레알 공격형 미드필더 이스코가 골문 앞에서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 역시 나바스가 몸을 날려 선방했다. 다시 1분 뒤(후반 16분)에 마르셀루의 전진 패스에 이은 아자르의 컷백을 레알 수비수 라파엘 바란이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는 골대를 맞고 나갔다.

다행히 레알은 후반 34분경 마르셀루의 크로스를 벤제마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2-0으로 점수 차를 벌려나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방심한 탓이었을까? 레알은 골을 넣고 곧바로 1분 뒤에 PSG 오른쪽 측면 수비수 토마스 무니에르의 땅볼 크로스를 바란이 급하게 처리한다는 게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 몸을 맞고 뒤로 흘러나가면서 PSG 간판 공격수 킬리앙 음바페에게 추격하는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기세가 오른 PSG는 음바페의 골이 나오고 곧바로 3분 뒤에 에이스 네이마르의 전진 패스를 왼쪽 측면 수비수 후안 베르낫이 땅볼 크로스로 연결했고, 율리안 드락슬러의 논스톱 슈팅이 수비 맞고 나온 걸 파블로 사라비아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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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이 조 1위 가능성을 조별 리그 최종전까지 이어가기 위해선(5차전에서 레알이 승리했다면 6차전에서 레알이 클럽 브뤼헤에게 승리하고 PSG가 갈라타사라이에게 승리하지 못한다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경기 승리가 절실했다. 이에 레알은 막판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85분경 벤제마의 패스에 이은 카르바할의 중거리 슈팅은 나바스의 선방에 막혔고, 경기 종료 직전 가레스 베일의 프리킥은 골대를 강타하고 말았다. 결국 이대로 양 팀의 승부는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경기 전체를 놓고 보면 레알이 대승을 거두었어야 마땅했다. 이는 기대 득점(xG: Expected Goals의 약자로 슈팅 지점과 상황을 통해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 스탯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레알의 기대 득점은 무려 4.01골에 달했던 데 반해 PSG의 기대 득점은 2.26골이 전부였다. 즉 PSG는 기대 득점만큼 실제 득점을 한 셈이다. 하지만 레알은 4골을 넣었어야 했던 경기에서 골대 불운과 나바스의 선방에 막혀 2득점에 그쳤다. 골대 불운 역시도 지나치게 나바스를 의식해 구석으로 차려다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Real Madrid vs PSG xGInfogol

나바스는 이 경기에서 무려 10회의 슈팅을 선방해냈다. 이는 나바스 개인에게 있어 챔피언스 리그 기준 한 경기 최다 선방에 해당한다. 자신 대신 쿠르투아를 선택한 레알 앞에서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면서 무력 시위를 제대로 펼친 나바스이다.

당연히 경기가 끝나고 나바스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멀티골을 넣은 벤제마는 "오늘 나바스의 활약상은 정말 좋았다"라고 평가했고, 에밀리오 부트라게뇨 레알 단장 역시 "나바스는 인간미 넘치면서도 프로답게 이 구단에 위대한 이정표를 남기고 떠났다. 우리는 그에게 많은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베르나베우 구장을 가득 메운 레알 팬들은 그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에 나바스는 "레알 팬들이 나에게 많은 사랑을 보내주었다. 나 역시 마음 속 깊이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난 레알 팬들과 함께 믿을 수 없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그들은 영원히 내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듯 나바스는 친정팀을 상대로 인생 경기를 펼치면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SG가 최근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연달아 골키퍼 실수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 점을 고려하면 레알의 챔피언스 리그 3연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나바스의 존재는 단순한 골키퍼 그 이상의 의미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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