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울산 동해안더비 기자회견Kleague

최고(最古)의 동해안 더비, 맞대결 전 입담도 최고(最高)

[골닷컴, 축구회관] 서호정 기자 = K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벌전인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동해안 더비. 오는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161번째 동해안더비가 열린다.

김도훈 감독 부임 후 동해안더비에서 매우 강한 모습(5승 1무 1패)을 보인 울산은 최근 포항을 상대로 3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김도훈 감독은 “1골 먹으면 2골 넣는다는 자세로 승리하겠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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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진으로 인해 물러난 최순호 감독의 뒤를 이어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수원전 승리로 한숨 돌린 뒤 곧바로 동해안 더비에 나선다. 그는 “선수 시절 동해안 더비에서 좋은 기억이 많았는데 지도자가 된 뒤에는 그렇지 않다”라며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감독과 함께 자리한 정재용과 신진호는 현재 포항과 울산 소속이지만 과거 울산과 포항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다. 특히 정재용은 올해 3월 포항으로 이적했다. 두 선수의 친정팀에 대한 생생한 심경까지 담은 동해안더비 사전 미디어데이는 하루 전 열린 슈퍼매치 사전 미디어데이보다 뜨겁고, 위트가 있었다. 2일 축구회관에서 벌어진 양팀의 입담 대결의 주요 매치 포인트를 소개한다.

“모세의 기적이라고 하더라고요.”-김기동 감독
선수 시절 28번의 동해안 더비 중 7번만 졌다는 김기동 감독은 그 하이라이트로 2007년 플레이오프를 회상했다. 당시 미드필더 김기동은 울산 수비 사이를 뚫는 날카로운 패스로 이광재의 결승골을 도왔고, 승승장구한 포항은 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김기동 감독은 “팬들이 수비를 가른 그 패스를 보고 모세의 기적이라고 하더라고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과연 이번 대결에서 포항의 어떤 선수가 김기동 감독이 현역 시절 보여준 수준 높은 패스를 재현할까?

“팬들이 수모를 당하는 걸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죠.”-김도훈 감독
화기애애한 미디어데이 분위기였지만 유독 김도훈 감독은 전투력이 철철 넘쳤다. 평소 다정다감한 그지만 동해안더비만 보면 눈에 불이 켜지는 이유가 있었다. 울산 감독 2년차였던 지난 시즌의 첫 동해안더비였던 포항 원정에서 패한 뒤 포항 팬들의 도발에 울산 팬들이 충돌이 벌어지는 일이 있었다. 당시 원정석에서 포항 팬들은 울산이 승리하면 부르는 ‘잘가세요’를 역으로 시전하기도 했다. 그때 일을 보고 받은 김도훈 감독은 동해안 더비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마음먹었고 실제로 이후 3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재용이는 앞으로 면제 없습니다.”-김기동 감독
지난 3월 울산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미드필더 정재용이 제일 먼저 해야 했던 것은 황지수 포항 코치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지난 2017년 첫 동해안 더비에서 정재용은 홀로 2골을 넣으며 울산의 승리를 이끄는 동시에 당시 포항의 미드필더였던 황지수의 코뼈를 부러트리기도 했다. 그때는 포항 팬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아야 했던 그지만, 이제는 자신을 지도하는 선생님이 된 피해자(?)가 안아주며 2019년 첫 동해안더비에서는 포항의 선봉에 선다. 정재용이 이번 경기에서 활약하면 당시 일에 대한 까방권(까임방지권)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김기동 감독은 “까방권이 뭐죠?”라며 머리를 긁었다. 옆에 있던 김도훈 감독이 “국가대표 애들이 잘하면 받는 것”이라 설명해주고, 정재용이 추가 설명을 하자 이해한 김기동 감독은 “한번으로 안 된다. 재용이는 앞으로 동해안더비에서 계속 활약해야만 한다. 면제는 없다”라고 답했다.

“동해안 더비만큼은 안 뛰게 하고 싶었는데…”-김도훈 감독
김도훈 감독은 지난 3월 포항으로 보낸 정재용을 보며 아쉬움이 남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주로 활용한 4-1-4-1 포메이션에서 포백 앞을 사수하는 키 역할을 했고, 2017년 정재용은 준수한 활약으로 김도훈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 사이 울산에는 박용우, 믹스 등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경쟁에서 밀린 정재용은 도전을 하고 싶다며 포항행을 요청했고 김도훈 감독은 고민 끝에 승락했다. 결정할 당시를 회상한 김도훈 감독은 “보내면서도 동해안 더비는 안 뛰게 하고 싶었다. 울산에 부임하고 첫 경기에서 제게 많은 선물을 안겨준 선수였다. 포항에서도 잘 되길 빈다”라며 이제는 적이 된 제자의 행운을 빌었다.

“죽기살기도 아니고 죽기로 뛰어야죠.”-정재용
4년간 울산에서 뛰었던 정재용은 이제 반대 입장에서 동해안더비에 나선다. 그는 “울산 시절 우승은 못해도 포항에게 지면 안 된다는 얘기 있었다. 포항 와서 보니 포항 팬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슈퍼매치, 전설매치, 경인더비 등 다른 라이벌전보다 무게감이 더 높다고 말했다. 특유의 친화력과 단단한 수비, 한방이 있는 공격 가담으로 김기동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는 그는 포항 유니폼을 입고 첫 동해안더비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그 경기에 임하는 각오는 죽기로 뛴다 였다.

“감독님, 팬들이 원하면 해야 합니다.”-신진호
최근 K리그에서 섹시함의 아이콘으로 칭송받는 김도훈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그 원천이 무어냐는 팬이 보낸 질문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딸 둘이 한창 자라는 상황에서 섹시함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섹시함을 어필할 수 있는 골 세리머니도 요청받았지만 김도훈 감독은 “축구에 더 집중하겠다”라며 고사했다. 그러자 신진호는 자신은 무릎이 까지면서도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슬라이딩을 하며 거수 경례하는 세리머니를 했다며 “팬들이 원한다면 해야 한다”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자 김도훈 감독은 활짝 웃으며 “그래? 알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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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축구 그만둘까 했는데…”-정재용
포항 이적 후 누가 적응을 도와주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재용은 자신보다 몇 달 앞서 포항에 온 유준수를 언급했다. 둘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 정재용은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고 후배인 제가 방졸이었다”라며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서는 “그때 축구를 그만둘까 했는데…”라며 웃음으로 말을 줄였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는 대우가 달라졌고 유준수는 정재용의 가장 확실한 지원군이 됐다.

“함부로 그 번호 물려받았다고 욕 먹었어요.”-신진호
미디어데이 시작 전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신진호는 포항, 정재용은 울산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것. 두 선수의 과거가 이번 동해안 더비 미디어데이의 스토리라인임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신진호는 정재용이 달고 있는 6번의 전 주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앞의 주인은 바로 김기동 포항 감독이다. 신진호는 “신인 시절 김기동 감독님과 1년 동안 함께 생활했다. 은퇴를 하시고 그 다음 해부터 내가 6번을 받았다. 부진하면 팬들이 함부로 그 번호를 물려 받았다고 욕을 해 힘들었다”라고 초년병 시절의 고난을 털어놨다. 포항의 레전드인 김기동 감독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 번호를 재용이는 포항에 가자마자 쉽게 받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재용은 “진호 형이 6번에 자격지심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의) 10번이 더 잘 어울린다”라고 미소로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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