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pa Arrizabalaga, ChelseaGetty

첼시의 명암... 게임체인저 풀리식과 골 못막는 골키퍼 케파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첼시가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3-5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첼시는 또다시 수비 문제를 드러냈으나 교체 출전한 크리스티안 풀리식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첼시가 안필드 원정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19/20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7라운드에서 3-5로 패했다. 이와 함께 첼시는 19승 6무 12패 승점 63점에 골득실 +13으로 3위 자리를 웨스트 햄과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은 63점으로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28로 크게 앞서고 있다)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 경기에서 첼시는 또다시 수비 문제를 드러냈다. 조르지뉴는 포백을 전혀 보호해주지 못한 채 전반전 막판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의 골 장면에서 실수를 범했다. 믿을 수 있는 중앙 수비수의 부재로 인해 베테랑 오른쪽 측면 수비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를 중앙 수비수로 내리면서 중앙 수비수 숫자를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리는 강수를 던졌으나 리버풀의 자랑거리인 사디오 마네와 모하메드 살라의 좌우 측면 공격수들에 더해 공격적인 좌우 측면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에게 측면이 집중 공략 당하면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첼시 수비의 근원적인 고민거리는 바로 케파 아리사발라가에게 있다. 물론 이 경기에서 케파가 실점한 5골은 하나같이 골키퍼가 막기 힘든 성격의 슈팅들이었다. 이 점은 기본적으로 전제로 깔고 갈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케파의 부진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케파가 어떤 선수인가? 지난 2018년 여름, 티보 쿠르투아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자 급하게 바이아웃을 통해 아틀레틱 빌바오에서 공수해온 골키퍼이다. 이로 인해 그의 이적료는 무려 7,100만 파운드(한화 약 1,081억)에 달했다. 이는 첼시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이자 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첼시에 입단한 이래로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상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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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시즌 선방률 67.5%로 EPL 골키퍼들 중 15위라는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2019년 2월 24일에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카라바오 컵 결승전에서 당시 첼시 감독이었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의 교체 지시를 거부해 많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그래도 지난 시즌은 양반이었다. 더 큰 문제가 이번 시즌 들어 발생했다. 시즌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한 것. 참다 못한 프랭크 램파드 현 첼시 감독은 EPL 25라운드부터 28라운드까지 4경기에 케파를  벤치로 내리면서 만 38세 베테랑 백업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를 주전으로 활용했을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즌이 중단됐고, 3개월 뒤에 다시 시즌이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램파드는 다시 케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의 선수를 계속 벤치에 놓고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즌 재개 후에도 부진을 보이면서 첼시 수비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근원적인 문제는 골키퍼임에도 기본적인 슈팅조차 선방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여러 지표를 통해 분석할 수 있다. 일단 그의 선방률은 53.5%로 EPL을 넘어 유럽 5대 리그(UEFA 리그 랭킹 1위부터 5위까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1부 리그가 이에 해당한다)에서 25경기 이상 출전한 골키퍼들 중 최하위다. 운명의 장난일까? 케파를 첼시로 영입하게 만든 장본인인 쿠르투아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79.2%의 선방률을 자랑하면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비교 체험 극과 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 공격수들이 케파만 만났다하면 환상적인 원더골을 넣으면서 그가 손을 쓸 수도 없게 만든 것도 아니었다. 이는 유효 슈팅 기준 기대 실점(xGOT: Expected Goals on Target Conceded의 약자)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EPL 33경기에서 47실점을 허용했다. 그가 출전한 경기에서 첼시의 xGOT은 34.33골이었다. 즉 xGOT 대비 무려 13골(12.67골) 가까이 더 많은 실점을 허용한 케파이다. 이는 EPL에서 25경기 이상 출전한 골키퍼들 중에서 독보적인 최하위에 해당한다.

참고로 25경기 이상 출전한 EPL 골키퍼들 중에서 xGOT에서 케파 다음으로 수치가 안 좋은 골키퍼는 바로 노리치 시티 골키퍼 팀 크럴이다. 그는 35경기에 출전해 63실점을 허용했는데 그가 출전한 경기에서 노리치의 xGOT는 58.55골이었다. 즉 xGOT 대비 4골 가량(4.45)을 더 실점한 셈이다. 케파는 크럴보다도 3배가 더 많은 수치다. EPL에선 비교할 수 있는 골키퍼가 없을 정도로 부진했다는 소리다.

Expected goals saves by top-half goalkeepersSky Sports
그래프 캡처: Sky Sports

이번 리버풀전에서의 골들은 하나같이 막기 힘든 성질의 슈팅들이었다고는 하지만 케파는 2번째 실점부터 4번째 실점까지 3골을 허용하는 동안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그나마 마지막 실점 장면에서 슈팅에 손을 갖다대긴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케파급 이적료의 골키퍼라면 5실점 중 하나 정도는 막아줬어야 했다. 이것이 그 이적료를 지불하는 가치에 해당하는 활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케파의 스페인 대표팀 선배 골키퍼인 다비드 데 헤아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정면으로 오는 슈팅에 약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는 대신 최소 매경기 슈퍼 세이브를 2~3차례씩 선보이고 있다. 이 부분이 케파와는 결정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장 주말 첼시와의 FA컵 준결승전에서도 그는 본인의 실수로 실점을 허용하면서 탈락의 주범으로 떠오르긴 했으나 골과 유사한 슈팅을 3차례나 막아내는 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첼시에게 위안거리는 있었다. 바로 풀리식의 맹활약에 있다.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주말 FA컵 준결승전 결장에 이어 이번 리버풀전에서도 벤치에서 대기한 그는 58분경 교체 출전해 30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 동안 환상적인 경기력을 자랑하면서 첼시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의 활약 덕에 첼시는 1-4로 지고 있었던 경기를 73분경 1골 차(3-4)까지 좁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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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풀리식은 교체 투입되자마자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다소 길게 넘겨준 크로스를 감각적인 볼터치로 받아내면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서 60분경 빠른 순간 스피드로 파비뉴와 아놀드 사이를 파고든 뒤 리버풀 중앙 수비수 조 고메스까지 드리블로 제치고선 땅볼 크로스로 타미 에이브러햄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골을 어시스트한 그는 적극적으로 골 사냥에 나섰다. 먼저 그는 63분경 리스 제임스의 롱패스를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낸 후 슈팅을 가져갔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이어서 67분경엔 각도 없는 곳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접는 동작에 이은 과감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넘어갔다. 비록 두 차례의 슈팅이 빗나갔으나 그는 72분경 역습 상황에서 오도이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낸 후 발재간으로 아놀드와 고메스를 따돌리고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그의 골이 터져나오자 적장인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미소를 지었을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 32분을 뛰었으나 첼시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회의 슈팅과 3회의 드리블 돌파 성공시켰다. 패스 성공률과 드리블 성공률 모두 100%였다. 이전 첼시 에이스였던 에당 아자르가 전혀 그립지 않을 정도로 멋진 공격을 펼친 풀리식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당연히 풀리식은 EPL 주관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로부터 평점 8점을 받으면서 이 경기 최우수 선수인 아놀드(8점)와 동일한 평점을 기록했다. 반면 케파는 평점 4점으로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렇듯 첼시는 케파의 부진을 보면서 한숨을 쉬면서도 풀리식의 활약을 보면서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현재 첼시는 새로운 골키퍼 영입을 추진 중에 있다는 루머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첼시의 챔피언스 리그 진출 운명이 걸린 울버햄튼 원더러스와의 최종전에서 케파를 선발로 써야 할 지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에 놓인 첼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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