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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까지 포기한' 펩, 과감한 전술 변화로 승리 이끌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번리 원정에서 고전했으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기민한 전술 변화로 1-0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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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가 터프 무어 원정에서 열린 번리와의 2018/19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5라운드 경기에서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맨시티는 2위 리버풀에 승점 1점 차로 앞서면서 EPL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평소 즐겨 사용하는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베테랑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가운데 르로이 사네와 라힘 스털링이 좌우 측면 공격수로 포진했고, 다비드 실바와 베르나르두 실바가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위치했다. 일카이 귄도간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백을 보호하면서 후방 빌드업을 주도했고, 올렉산드르 진첸코와 카일 워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으며, 주장 뱅상 콤파니와 아이메릭 라포르테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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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리 역시 즐겨 사용하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대신 전체적으로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을 아래로 내리면서 두줄 수비벽을 구축했다. 번리는 이 경기에서 슈팅 2회 만을 기록할 정도로 철저히 수비적인 마인드로 맨시티전에 나섰다.

맨시티는 번리의 밀집 수비에 막혀 전반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전 맨시티가 기록한 총 슈팅은 7회였고, 이 중 유효 슈팅은 2회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2회의 유효 슈팅 모두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슈팅이었다. 7회의 슈팅 중 절반에 가까운 3회의 슈팅이 상대 수비벽에 차단되고 말았다.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스털링을 아구에로와 함께 투톱으로 전진 배치하면서 베르나르두를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시켜 4-4-2로 포메이션을 전환한 것. 다비드 실바가 귄도간과 함께 중원을 형성하는 다소 수비적으로 부담이 가는 전술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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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가 4-4-2로 전환했다는 건 스털링과 베르나르두의 볼터치맵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털링은 전반전만 하더라도 우측면에 볼터치가 집중되어 있었으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20분경까지 중앙에 폭넓게 볼터치가 형성되어 있다. 당연히 베르나르두의 볼터치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20분경까지 우측면에 집중되어 있다(하단 터치맵 참조).

Rahim Sterling Touch Map vs Burnley(1st half)
Rahim Sterling Touch Map vs Burnley(46-65min.)Whoscored
Bernardo Touch Map vs Burnley(46-65min.)Whoscored
사진캡처: Whoscored

스털링이 투톱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아구에로에 대한 견제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스털링과 아구에로의 거리가 줄어들면서 밀집 수비 속에서도 둘 사이의 연계 플레이가 한층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전반전, 아구에로의 슈팅은 단 1회가 전부였으나 후반전에만 교체 아웃되기 이전까지 38분 사이에 무려 8회의 슈팅을 시도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겠다. 맨시티의 슈팅 역시 후반 시작부터 32분경까지 18회를 기록했을 정도로 쏟아져 나왔다.

먼저 후반 2분경, 스털링이 내준 패스를 아구에로가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후반 9분경, 스털링의 패스를 받은 아구에로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결국 아구에로의 발에서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후반 18분경 베르나르두의 크로스를 아구에로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려던 게 빗맞았으나 집중력있게 재차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 과정에서도 스털링은 아구에로 옆으로 침투해 들어오면서 상대 수비수의 시선을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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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에로의 골이 터져나오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곧바로 사네를 빼고 가브리엘 제수스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스털링을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이동시켰다. 이어서 그는 후반 38분경, 아구에로를 빼고 중앙 수비수 존 스톤스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수비를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기 종료 직전 스털링 대신 베테랑 중앙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를 투입하면서 굳히기에 나섰다.

스톤스와 오타멘디까지 들어가면서 맨시티는 무려 4명의 중앙 수비수를 배치하는 극단적인 수비 형태로 돌아갔다. 과르디올라가 중앙 수비수만 네 명을 배치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맨시티는 1-0 스코어를 끝까지 지켜내면서 30승 2무 4패 승점 92점으로 리버풀을 승점 1점 차로 제치고 1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EPL 역사상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치열하면서도 수준 높은 우승 경쟁이다. EPL 역사상 2개 구단이 동시에 승점 90점 고지를 넘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EPL 이전 시대인 1부 리그 시절을 따져보더라도 1970/71 시즌 아스널(94점)과 리즈 유나이티드(91점) 48년 만에 처음이다. 그마저도 당시엔 한 시즌 22개 구단 42경기 체제였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맨시티는 EPL 12연승을 달리고 있고, 리버풀 역시 7연승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한 번이라도 삐끗한다면 양 팀의 운명이 뒤바뀌게 된다.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맨시티와 리버풀이다.

이렇듯 이번 시즌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기에 펩은 승부처에서 과감한 전술 변화를 감행한 데 이어 수비적인 교체들을 통해 그답지 않은 잠그기를 가동하면서 번리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를 기록했다. 패스 축구라는 철학을 고수하는 펩에게 있어 삼각대형은 기본 중에 기본임에도  그는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일자형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는 펩이 본인 특유의 철학을 일정 부분 포기했다는 점에서 그의 축구 인생에 있어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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