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경남한국프로축구연맹

차근차근 설기현 감독의 ‘오답 노트’

[골닷컴, 창원] 박병규 기자 = 경남FC 설기현 감독은 올 시즌 프로 감독으로 처음 데뷔하였기에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집을 밀고 나가기보다, 실수를 인정하고 방향을 바꾸며 수용하는 자세로 팀을 변화시켰다.

경남은 지난 2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수원FC와 17라운드 맞대결에서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경남의 6경기 무패 행진은 마감되었지만 시즌 내내 1, 2위를 다투던 수원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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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최근까지 4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였기에 내심 연승 행진을 이어 가길 바랬다. 그러나 상대는 강호 수원이었고 시즌 첫 만남에서 1-3으로 패한 기억이 있었기에 힘든 승부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박진감이 넘쳤다. 공격을 이끌던 백성동이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베테랑 황일수가 공격을 주도하며 찬스를 만들었다. 허리에선 정혁이 볼 배급과 경기를 조율했다.

설기현 감독은 시즌 초만 하더라도 후방 빌드업과 높은 점유율을 강조했다. 경남에겐 처음 입는 옷이라 실수도 잦았고 실점으로 자주 이어졌다. 득점 찬스도 좀처럼 만들지 못해 고전했다. 부상 선수 증가와 성적이 좋지 않자 설기현 감독은 색깔을 바꾸었다. 큰 틀에서는 점유율을 버리고 빠른 전개로 공격 패턴을 바꾸었고 자신이 강조하던 빌드업은 작은 틀에서 유지했다. 당시 설기현 감독은 “변화가 필요했다. 내 욕심을 버렸다”며 이상 대신 현실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 선수 활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는 시즌 초 룩의 훈련 태도, 전술 부적합 등을 언급하며 활용 계획이 없음을 단호히 밝혔다. 그러나 제리치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하자 룩을 다시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대화와 이해로 맞춰가고 있는 중이다. 

수원전에서 설기현 감독은 룩에게 끊임없이 움직임과 전술을 지시했다. 그러나 경기 중 거리 차로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았기에 서로 불편한 표정만 지었다. 그러다 부상 선수로 경기가 지연되자 답답했던 룩이 벤치로 다가왔다. 설기현 감독 역시 룩에게 다가가 한참을 이야기하였고 그제서야 룩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설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룩 설기현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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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감독은 현역 시절 벨기에와 잉글랜드 등에서 10여 년간 선수 생활을 했기에 영어에 능통하고 유럽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 경기 중 일어난 해프닝에 관해 묻자 “룩은 특성이 있는 선수다. 전술 활용에 어려움이 있고 안 맞는 부분도 있다. 룩은 페예노르트, 인터밀란 등 워낙 체계적인 팀과 명성이 있던 팀에서 뛰었기에 자존심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도 제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앞으로 전술을 잘 이해시켜 팀에 도움이 되고 녹여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무패행진이 마감된 경남이지만 순위는 어느덧 4위로 올라 3위 대전하나시티즌과의 격차를 2점 차로 좁혔다. 지휘봉을 잡은 첫해에 배부를 순 없지만 오답 노트로 개선점을 찾아 전진의 원동력을 얻은 경남의 순항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골닷컴 박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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