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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라, 이탈리아 탈락 이끈 3가지 전술적 패착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잔 피에로 벤투라 감독이 마지막 순간까지 전술적인 고집을 펼치면서 이탈리아는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브라질, 독일과 함께 월드컵에서 가장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1무 1패에 그쳤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물론 탈락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바로 벤투라 감독이다. 벤투라는 끝까지 자신의 전술적인 고집을 꺾지 않으면서 이탈리아 탈락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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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선임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던 벤투라

애당초 벤투라는 감독 선임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던 인물이다. 벤투라는 1981년, 처음 감독직에 부임한 이래로 25년 동안 단 한 번도 강팀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특히 감독 커리어 중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하부 리그 전문 감독이었다.

벤투라가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1995년, 레체 감독에 부임하면서부터다. 그는 지휘봉을 잡자마자 세리에C1에 있던 레체를 2시즌 연속(1995/96, 1996/97) 승격으로 이끌며 팀을 세리에A로 이끌었다. 곧바로 1997년, 세리에B에 있던 칼리아리 감독에 부임해 세리에A 승격을 견인했다.

행복도 잠시, 그는 삼프도리아와 우디네세, 나폴리(2004/05 시즌. 당시 나폴리는 지금과 달리 세리에C1에 속해있던 몰락한 명가였다), 메시나, 그리고 헬라스 베로나에서 연달아 실패를 맛보았다. 2005/06 시즌과 2006/07 시즌엔 연달아 메시나와 헬라스 베로나를 세리에B로 강등시키며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대로 벤투라의 감독 경력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는 2007/08 시즌, 피사를 세리에A로 승격시키며 다시금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2009/10 시즌엔 바리 지휘봉을 잡고 레오나르도 보누치와 안드레아 라노키아를 육성해내며 승격팀 돌풍을 견인했다. 

그의 감독 커리에서 있어 가장 빛나는 순간은 토리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2011/12 시즌, 그는 부임 첫 해 토리노를 세리에A로 승격시켰다. 2013/14 시즌엔 토리노의 세리에A 7위 등극을 견인하며 유로파 리그 진출권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의 지도 하에서 마테오 다르미안과 카밀 글릭, 알레시오 체르치, 안젤로 오그본나, 알레산드로 가치 등이 스타덤에 올랐다. 

Giampiero Ventura Torino

바리와 토리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2016년 여름, 안토니오 콘테의 후임으로 이탈리아 지휘봉을 잡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의 선임 과정 자체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그의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선임 자체가 이탈리아 축구협회장 카를로 타베키오 덕이라는 소리가 있었다. 참고로 타베키오는 1999년부터 무려 15년간 이탈리아 아마추어 리그협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이탈리아 축구협회장 선거 당시 인종차별 발언(이탈리아에는 듣도보도 못한 외국인 선수가 와선 바나나를 먹고는 주전으로 뛴다)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UEFA로부터 6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하부 리그 팀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서 2014년 이탈리아 축구협회장에 선출됐다. 그러하기에 지도자 경력이 이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벤투라의 부임 자체가 아마추어 리그 협회장 출신인 타베키오와의 인맥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벤투라는 부임 첫 경기부터 로렌조 인시녜와 슈테판 엘 샤라위, 도메니코 베라르디 같은 측면 공격수 자원들을 전원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그는 이에 대해 "3-5-2 포메이션에서 엘 샤라위가 뛸 자리는 없었다. 베라르디 역시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에는 좋은 공격적인 측면 자원들이 많이 있지만 3-5-2 전술을 사용한다면 이들은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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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투라의 전술적 패착들

벤투라가 가장 비판을 받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에 있었다. 

첫째, 지나친 투톱 고집이었다. 3-5-2를 쓰건 4-4-2(벤투라 본인은 4-2-4라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플랫형 4-4-2이다)를 쓰건 투톱엔 변함이 없었다. 투톱을 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투톱을 쓰더라도 한 명은 폭넓은 활동폭을 바탕으로 개인기가 뛰어나던지, 연계 플레이에 능하다던지, 혹은 궂은 일을 해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서포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벤투라는 주로 스코어러형 공격수인 치로 임모빌레와 안드레아 벨로티 투톱을 고집했다. 이로 인해 둘의 동선이 자주 겹치는 문제가 발생했고, 공격 방식도 지나치게 투박하게 이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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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크로스 위주의 단순한 공격 방식에 있다. 이는 1번 사안과도 일정 부분 연계가 되는 부분이 있다. 매번 타겟형 공격수 두 명을 세우고선 좌우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단조로운 방식으로 공격을 반복했다. 하위권 팀에선 이 전술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강팀의 경우 상대팀이 수비적으로 나오기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탈리아가 월드컵 예선 마지막 6경기(플레이오프 2경기 포함)에서 단 3골에 그친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특히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다니엘레 데 로시와 마르코 베라티, 마르코 파롤로로 구축된 뛰어난 중원을 데리고도 마테오 다르미안과 안토니오 칸드레바 좌우 윙백의 크로스에 의존하는 공격 방식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의 패스맵은 U자형을 띄고 있었다. 말 그대로 중원이 생략된 축구를 한 셈이다. 이럴 거면 중앙 미드필더를 셋이나 배치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

Positions & Passing Network Italy at Sweden

2차전엔 그나마 한층 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24회에 달하는 슈팅을 시도하긴 했으나 여전히 측면 크로스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을 반복하다보니 위협적인 장면 자체는 많지 않았다. 실제 이탈리아의 스웨덴과의 xG(Expected Goals, 기대 득점) 스탯은 1.2골에 불과했다. 슈팅 대비로 따지면 상당히 떨어지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Italy vs Sweden xGOPTA

셋째, 지나치게 소극적인 축구를 고집했다는 것이다.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원정이었으니 일정 부분 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2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던 2차전조차 중앙 수비수 3명을 배치하는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심지어 수비형 미드필더 데 로시는 코칭스태프가 몸을 풀 것을 지시하자 "우리는 지금 이겨야 한다. 내가 아닌 인시녜를 투입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Daniele De RossiSky Italia

이 모든 문제점을 종합해보자면 결국 벤투라의 전술적인 경직성이 이탈리아의 탈락을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매번 같은 방식의 플레이를 고수한 이탈리아이다. 

최근 선수 은퇴를 선언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를 포함해 많은 이탈리아 축구계 인사들과 전문가들은 인시녜와 엘 샤라위를 좌우 측면에 배치하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 인테르와 우디네세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바 있는 안드레아 스트라마치오니(현 스파르타 프라하 감독)는 "벤투라가 내 은사인데 그는 항상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4-3-3을 언급하지만 이는 벤투라의 전술이 아니다. 그는 3-5-2나 4-2-4 밖에 사용할 줄 모른다. 그게 바로 벤투라이다. 만약 벤투라가 토리노 감독 시절에 인시녜 영입과 관련한 제안을 받았다면 그는 거절했을 것이다"라며 벤투라가 외부의 조언을 들을 리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이번 시즌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로 호평받고 있는 인시녜는 끝까지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스트라마치오니의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그나마 벤투라가 하나 고집을 꺾은 게 있다면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 조르지뉴를 선발 출전시켰다는 데에 있다. 조르지뉴는 두 차례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연결하며 임모빌레에게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제공해주었다(16분경엔 임모빌레의 슈팅이 살짝 골대를 빗나갔고, 40분경엔 골키퍼 다리 맞고 굴절되어 골문으로 향한 걸 골 라인 바로 앞에서 스웨덴 주장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가 걷어냈다).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 이탈리아 미드필더들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가 다름 아닌 조르지뉴였다.

이미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조르지뉴를 대표팀에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조르지뉴를 쓴 벤투라이다. 조르지뉴를 더 효과적으로 쓰려고 했다면 스웨덴 원정에서 썼어야 했다. 스웨덴이 공격적으로 나설 수록 조르지뉴의 스루 패스가 한층 빛을 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이미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드는 격이 되고 말았다.

Lorenzo InsigneGetty Images


# 결론

이탈리아는 스웨덴전 0-0 무승부와 함께 60년 만에 탈락하면서 이제 강제적으로 새로운 시기를 맞이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이미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를 시작으로 데 로시와 조르지오 키엘리니, 안드레아 바르잘리가 줄줄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고 나섰다. 벤투라 본인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아직 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그 역시 경질 수순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 이탈리아는 새로운 감독 하에서 젊은 선수들과 함께 새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다만 잘못된 감독 선임으로 인해 한 시대가 다소 쓸쓸하게 저물었다는 사실이 축구팬 입장에서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Gian Piero Ventura & Gianluigi Buffo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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