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레알 마드리드가 셀타 비고와의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지네딘 지단의 감독 복귀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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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고대 로마의 명장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폰투스 전쟁에서 승리했을 당시 원로원에 보낸 편지의 전문으로 유명한 문구이다. 이는 9개월 만에 레알로 돌아온 명장 지단의 복귀전에 어울리는 문구이기도 하다. 레알이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셀타 비고와의 2018/19 시즌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28라운드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지단의 복귀 하에서 레알은 선발 라인업에 있어 큰 폭의 변화가 발생했다. 지난 시즌까지 지단으로부터 중용받았던 선수들이었으나 전임 감독 에스테반 솔라리 체제에서 벤치를 지켜야 했던 이스코와 마르코 아센시오, 마르셀루, 케일러 나바스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포메이션 역시 4-3-3에서 4-2-3-1로 전환했다. 카림 벤제마가 원톱으로 나섰고, 이스코를 중심으로 아센시오와 가레스 베일이 좌우 측면에 포진해 2선 미드필더 라인을 형성했으며,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축했다. 알바로 오드리오솔라가 부상 당한 다니 카르바할을 대신해 마르셀루와 함께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세르히오 라모스와 라파엘 바란이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나바스가 지켰다.

전반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레알은 이렇다할 공격 기회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실제 25분경까지 레알의 공격다운 공격은 딱 한 번 밖에 없었다(9분경 벤제마가 수비 두 명 사이를 파고 들면서 전진 패스를 연결한 걸 마르셀루가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이스코가 터닝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수비수 맞고 나갔다). 도리어 레알은 15분경 상대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할 뻔 했으나 나바스 골키퍼가 셀타 비고 간판 공격수 막시 고메스의 헤딩 슈팅을 손 끝으로 쳐낸 덕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단은 물론 레알 선수들 역시 아직 적응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지단이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25분이면 충분했다. 지단은 아센시오와 베일의 위치를 맞바꾸었다. 게다가 벤제마와 이스코도 자주 왼쪽 측면 공격을 지원하면서 4명의 선수들(마르셀루, 베일, 벤제마, 이스코)이 셀타 비고의 오른쪽 측면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는 레알의 셀타 비고전 히트맵(하단 그래프)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레알은 많은 슈팅을 양산해냈다. 25분경까지 레알의 슈팅은 총 2회가 전부였으나 이후 65분 동안 무려 20회의 슈팅을 쏟아냈다. 먼저 26분경 베일이 측면에서 패스를 연결한 걸 이스코가 뒤로 내주었고, 이를 받은 크로스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이어서 30분경 아센시오의 크로스에 이은 벤제마의 오버헤드 킥이 수비수 맞고 흐른 걸 베일이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아쉽게도 골대를 강타했다. 다시 35분경 마르셀루의 단독 돌파에 이은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라모스의 헤딩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빗겨나갔다.
레알은 후반 10분경,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모드리치가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앞서나가는 듯싶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주심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바란이 골키퍼 앞에서 시야를 방해했다면서 골을 취소했다.
이렇듯 골운이 따르지 않았음에도 레알 선수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베르나베우를 가득 메운 레알 팬들 역시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홈 경기들에선 후반전 중반까지 골이 나오지 않으면 야유가 쏟아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지단 하에선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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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레알의 골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먼저 후반 17분경 아센시오가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파를 감행하면서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전진 패스를 찔러주었고, 벤제마가 땅볼 크로스로 연결한 걸 이스코가 논스톱 슈팅으로 밀어넣었다. 이어서 후반 31분경 크로스의 패스를 받은 마르셀루가 드리블로 몰고 가다 패스를 내준 걸 베일이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성공시켰다.
스코어는 2-0이었으나 내용 면에선 레알이 압승을 거둔 경기였다. 슈팅 숫자에선 22대6으로 4배 가까이 많았고, 유효 슈팅에서도 7대1로 레알이 크게 우위를 점했다. 코너킥 역시 9대2로 상대를 압도한 레알이었다. 슈팅 기회 창출 대비 득점 생산성에선 여전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벤투스 이적 공백이 느껴졌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마르셀루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띄었다. 마르셀루는 장기인 돌파를 통해 레알의 왼쪽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볼 터치는 78회로 후방 플레이메이커 크로스(96회) 다음으로 많았고, 드리블 돌파 역시 3회로 아센시오(4회)에 이어 2위였다.
2달 만에 선발 출전한 이스코 역시 초반엔 다소 템포를 잡아먹는 문제점을 노출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팀에 녹아들면서 마르셀루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다. 62분을 소화하는 동안 슈팅 4회와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3회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패스 성공률이 무려 97.2%에 달했다. 게다가 선제골까지 넣으면서 레알 홈팬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 외 최근 부진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크로스도 오랜만에 뛰어난 볼배급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아센시오 역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키면서 우측 공격을 주도했다. 레알에서 다소 부진했던 선수는 지단과 처음으로 발을 맞춘 오드리오솔라 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지단과 발을 맞췄던 올드 보이들은 누구 한 명 빼놓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무엇보다도 지단에게 가장 높게 살 점은 바로 마찰을 빚었던 선수들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2명의 선수가 베일과 다니 세바요스이다. 이 둘은 지단이 레알을 떠나고 난 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대놓고 지단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던 인물들이었다. 당연히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지단이 복귀하자 이 둘이 레알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단은 셀타 비고전을 앞두고 "난 베일을 믿고 있다"라며 신뢰감을 내비쳤고, 이에 그는 골로 화답했다. 세바요스 역시 이스코를 대신해 교체 출전하면서 28분 가량을 소화했다. 편견 없이 자신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던 선수들까지 감싸안는 대인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지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