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홀슈타인 킬

[정재은의 분데스리가] ‘전반기 1위’ 이재성의 킬, 비결 다섯 가지는?

[골닷컴] 정재은 기자=

이재성(28)의 홀슈타인 킬이 2020-21 2.분데스리가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다. 만년 승격 후보 함부르크도, 하이덴하임도 아닌 킬이 1위라니. 시즌 초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킬의 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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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이재성이 킬을 이끌고 분데스리가로 승격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빅리그 이적이 아닌 팀과 함께 진출하는 아름다운 풍경 연출이 가능하다. '거위의 꿈'인 줄 알았던 일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이유, 킬이 1위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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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에 띄게 단단해진 수비진 

가장 먼저 수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수비진의 호흡이 지난 시즌보다 좋다. 수비진 구성에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지난 시즌처럼 주전 센터백 슈테판 테스커(29)와 하우케 발(26)이 협력해 최종 수비 라인을 지키고 요하네스 반 덴 베르그(34)와 야닉 뎀(24)이 양 사이드에 선다. 

차이는 프리시즌을 통해 나왔다. 지난 시즌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올레 베르너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 훈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킬 지역지 <킬러 나흐리히텐>의 마르코 네머 기자는 “그 결과 수비 개인 능력, 수비진 간의 호흡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라고 평가했다. 독일 스포츠 전문 매체 <슈포르트 버저>의 안드레 하세 기자는 "프리시즌에 선수단이 급격하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게 프리시즌에 선수들끼리 발을 맞추는데 더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숫자가 증명한다. 킬은 전반기에 치른 13경기서 겨우 11실점을 기록했다. 현재 2부에서 실점률이 가장 낮다. 2.분데스리가의 TOP3에 속하는 골키퍼 이오아니스 겔리오스(28)가 다섯 차례 클린시트를 만들며 팀의 선전을 도왔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발전상이 뚜렷하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 킬은 무려 18실점을 허용하며 12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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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매 경기 ‘베스트XI’가 가능한 환경 

킬이 잘나가는 이유는 또 있다. 모든 팀의 ‘불청객’인 부상이 킬의 전반기와는 거리가 멀다. 주전 이재성, 야니 세라(22), 알렉산더 뮐링(28), 파비안 리세(23), 핀 바르텔스(33)가 모두 큰 부상 없이 매 경기 킬의 전방을 책임졌다. 수비진도 마찬가지다. 현재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딱 두 명이다. 

부상자도 적은데, 기용 자원마저 풍부하다. 하세 기자는 “스쿼드 의 폭이 넓어졌다. 좌측 윙어까지 더블 스쿼드가 구축됐다”라고 설명했다. 정말 그렇다. 알렉산더 이그뇨브스키(29)는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윙어로 나서며 백업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벤치에 앉은 센터백 2인의 퀄리티도 좋다. 지난 시즌 메픈 주전이었던 마르코 코멘다(24)와 보훔 주전이었던 시몬 로렌츠(23)다. 

중원과 공격 진영에 요슈아 미스(24)나 니클라스 하웁트만(24), 핀 폴라트(23) 등이 조커로 나서며 후반전 주전들의 체력 안배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킬의 지역 라이벌 함부르크전(7R), 0-1로 뒤지는 상황에서 투입된 미스와 폴라트가 '조커 활용'의 좋은 예를 선보였다. 후반 추가 시간 1분에 합작골을 만들어내며 킬에 승점 1점을 안겼다. 

네머 기자는 “벤치에 앉은 선수들의 실력도 출중하다. 교체 멤버들이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적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교체 멤버들 퀄리티가 좋으니 경기력으로 직결되는 훈련의 질도 향상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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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격진 역할 분담, 낮아진 이재성 의존도

킬의 득점 숫자는 ‘1위 명성’에 비해 적다. 22골이다. 2위 함부르크가 27골, 3위 그로이터 퓌어트가 25골, 4위 보훔이 24골로 더 많은 골을 넣었다. 심지어 10위에 있는 다름슈타트도 25골로 킬보다 많은 득점을 자랑한다. 

킬의 강점은 따로 있다. 22골을 무려 10명이 책임졌다. 직접 경쟁자 함부르크와 비교하면 차이가 또렷하다. 함부르크는 시몬 테로데(32)가 홀로 14골을 넣었다. 확실한 득점원이 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그가 부상을 입으면 얼마든지 분위기는 돌변할 수 있다. 킬에는 그런 위험 요소가 없다. 

즉, 이재성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재성은 지난 시즌 같은 기간에 홀로 6골을 넣으며 팀 득점을 책임졌다. 올 시즌은 다르다. 이재성이 넣은 건 3골 뿐이다. 세라가 4골, 뮐링이 6골을 넣으며 다양한 득점 루트를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 시즌 킬 최고의 이적생이라 불리는 윙어 바르텔스가 3골 4도움으로 킬의 공격 진영에 완성도를 더했다. 네머 기자는 “이재성에게 완벽한 파트너가 생겼다”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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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활동량 많아진 이재성, 수월해진 빌드업

과거 최전방에 ‘콕’ 박혀 뛸 때 이재성은 필자에게 “적응이 쉽지 않은 포지션이다. 부담이 많이 생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올 시즌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바르텔스를 비롯한 동료들의 활약 덕분에 이재성은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킬에서 첫 두 시즌보다 활동량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틈만 나면 중원으로 내려가 빌드업에 직접 관여한다. 팀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패스 정확도(84.6%)를 자랑한다. 그보다 패스 정확도가 높은 건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 뿐이다. 심지어 수비 관여도는 팀 내 6위다. 공격 관여도는 4위라는 점에서 이재성이 공수 역할을 얼마나 균형있게 소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폭넓은 활동량’은 이재성의 강점 중 하나다. 전북현대에서 K리그를 그렇게 제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국가대표에도 기술력과 활동량으로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하세 기자는 “이재성이 종종 깊숙하게 파고든다. 그 덕분에 빌드업 과정이 더 빠르고 수월하게 이루어진다”라며 이재성의 변화된 역할이 팀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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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사진 기자 파트릭 나베 제공)

5. 전에 없던 위닝 멘털리티 생겼다

킬에 전에 없던 분위기가 감돈다.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다. 경험을 통해 쌓았다. 3라운드 뒤셀도르프전에서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결국 경기 종료 4분 전 추가골을 넣으며 승리했다. 6라운드 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전에서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곧 동점골을 넣으며 승점을 챙겼다. 함부르크전 후반 추가 시간 동점골은 킬에 잊지 못할 날을 선사했다. 

‘지지 않는’ 정신은 곧 ‘위닝 멘털리티’로 이어졌다. 그 결과가 최근 8경기 무패행진이다. 8경기 중 첫 3경기는 무승부, 나머지 5경기는 전부 승리다. 전반기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8승 4무 1패다. 킬을 가까이서 지켜본 하세 기자는 “무패행진을 통해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자신감이 팀에 생겼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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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위기 속에서 킬은 크리스마스 휴식기를 맞이했다. 2주도 채 안 되는 휴가를 가진 후 오스나브뤼크를 상대로 다시 우승 경쟁에 돌입한다. 함부르크가 승점 2점 차로 턱끝까지 쫓았지만, 전반기의 강점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1부 승격은 더는 ‘꿈’이 아니다. 올 시즌 후반기 이재성의 킬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사진=Getty Images, 홀슈타인 킬, 파트릭 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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