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드업
현대 축구에 있어서 ‘빌드업’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축구전문가만 말하는 단어가 아닌, 초등 연령의 축구선수들도 아는 아주 기본적인 단어가 되었다. 그렇다면 빌드업 이란 무엇일까? Build Up 이라는 단어 직역 그대로 생각하면 된다. 축구에서 최후방을 ‘아래’로 흔히 표현하고, 최전방을 ‘위’로 표현하는 것처럼 아래에서 위로 단계별로 전진하는 것. 즉, 최후방 GK로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연결되는 플레이를 뜻한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하는 것은 빌드업 이라고 해서 무조건 GK-DF-MF-FW를 단계별로 패스를 통해서만 플레이 하는 것을 칭하는 것은 아니다. 골키퍼가 한번에 킥으로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플레이, 중앙수비수가 하프라인을 넘어서 공을 드리블해서 전진하는 플레이, 차근차근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플레이 등 앞으로 전진하는 모든 플레이를 빌드업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흔히 우리는 빌드업 이라 하면 후방에서부터 천천히 단계별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우리는 이 후자에 설명한 패스에 의한 빌드업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고, 그 대상은 중앙수비수 즉 센터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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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1 중앙수비수들의 패스 스탯
빌드업에 있어서 중요한 포지션은 여러 포지션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앙수비수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을 부여 받고 있다. 그렇다면 K리그1 중앙수비수들의 빌드업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스탯은 무엇일까. 옵타 프로의 데이터 중 총 패스, 패스 성공률, 자기 진영 패스&성공률, 상대 진영 패스&성공률, 파이널 써드 패스를 가지고 중앙수비수들의 패스를 통한 빌드업 플레이를 살펴보자. 현재 K리그1은 37라운까지 진행되었으며, 스탯의 객관적 평가를 위해 약 50%이상의 출전 기록인 20경기 이상을 경기에 투입된 중앙수비수를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 울산 현대의 강세
올 시즌 20경기 이상 출전한 중앙수비수들의 스탯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포항의 김광석과 대구의 홍정운으로 이 둘은 37경기중 35경기를 출전하며 팀에서 매우 핵심적인 선수임을 증명하였다. 경기당 평균 패스 횟수에서는 울산의 리차드(57.5), 강민수(55.4), 임종은(53.1)가 나란히 1,2,3위를 기록하였다. 이는 울산의 축구 스타일과도 직결되는데 울산은 올시즌 K리그1에서 경기당 패스 495개로 가장 많은 패스를 기록하는 팀이다. 여기서 리차드는 수비형 미드필더도 겸하면서 출전했기에 다소 스탯에서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양준아(전남), 하창래(포항), 곽광선(수원), 오범석(강원)이 순위에 위치했다.
패스 성공률 부분에서도 울산의 강세는 여전했다. 강민수와 임종은이 각각 88.1%. 84.5%로 나란히 1,2위에 랭크 되었다. 뒤를 이어 김원균(서울), 오범석(강원), 권한진(제주), 가솔현(전남), 김광석(포항)이 순위에 위치하였고, 여기서 강원의 오범석은 올시즌에 다른 중앙수비수들과 달리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면서 수비라인을 형성해주는 포어 리베로 형식의 경기를 진행한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 어디서 점유할 것인가?
현대 축구에서 빌드업 플레이에 있어서 항상 대두되는 문제는 자기 진영에서의 의미 없는 패스와 점유이다. 단순한 패스 숫자와 성공률로만 선수의 빌드업 능력을 판단하게 된다면, 이런 상황을 포함하게 되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는 데이터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인 ‘데이터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어떤 수치로 알아볼 수 있을까? 옵타 프로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있는 자기 진영 패스(Passes Own Half)와 상대 진영 패스(Passes Opp Half)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자기 진영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한 선수로는 여전히 울산의 강민수(39.6)와 임종은(35.5)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성공률에서는 강민수가 92.6%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수원의 곽광선이 91.5%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임종은이 3위, 그 뒤로 오범석(강원), 권한진(제주), 조성진(수원), 박지수(경남)가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 진영으로의 패스 수치는 어떤 차이가 있을 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울산의 리차드가 경기당 평균 26.1개로 1위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출전한 경기로 인해 스탯이 다소 유리하게 적용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전남의 양준아, 강원의 오범석, 수원의 곽광선, 전북의 홍정호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앞서 자기 진영 패스 1,2위를 기록한 강민수와 임종은이 순위에 없는 것은 큰 변화이기도 하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 강민수는 상대 진영으로의 패스 횟수는 상위에 랭크 하지 못했지만 상대 진영으로 향하는 패스의 성공률이 79.2%로 1위를 기록하였는데, 이를 토대로 유추해보면 강민수는 패스를 자신의 진영에서 많이 하지만, 자신의 진영에서 상대 진영으로 향하는 전진 패스 성공률은 굉장히 뛰어난 선수라고 판단해볼 수 있다.
# 어디로 향할 것인가?
축구에서 최종 목표는 결국 득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 축구에서는 파이널써드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높다. 중앙 수비수들이 파이널 써드 까지 공을 전달 할 수 있고, 그 성공률도 높다면 그것만큼 좋은 빌드업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옵타 프로가 제공하는 데이터 중 파이널 써드로 진입시키는 패스 데이터인 Into Final Third를 살펴보았다.
리차드(울산)가 경기당 평균 9회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 김민재, 홍정호(이상 전북)가 각각 8.5개와 7.9개로 2,3위를 기록하였다. 이 데이터는 수비지역(Defensive third)과 미들지역(Middle third)에서 공격 지역인 파이널써드(Final Third)로 향하는 수치로써 전북의 김민재와 홍정호가 어떤 능력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 주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으며, 나아가서 전북의 플레이 성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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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가지 데이터를 통해 K리그1 수비수들의 빌드업 능력을 살펴보았다. 울산은 자기 진영에서부터 많은 패스를 시도하며 경기를 진행하는 팀이며, 데이터로도 그들의 중앙수비수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하였음을 보여주었다. 포항과 강원, 전남도 후방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경기를 하는 팀들이다. 또한 전북은 자신의 진영보단 상대 진영에서 시간을 더욱 소비하는 팀이고, 그들의 중앙수비수는 매우 공격적으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데이터로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수비수 존 스톤스는 경기당 평균 패스 시도가 82.6개 이며, 패스 성공률은 무려 96% 달한다. 중앙 수비수의 패스 능력과 공격적인 능력은 이제는 옵션이 아닌 필수 능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정영환의 풋볼챌린지]는 때로는 전문적이고, 때로는 기본적인 데이터를 통해 K리그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입니다. 나아가서는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글과 십 수년의 유소년 지도자 경험 등을 바탕으로 유소년 축구와 성인 축구의 연계성 등, 그리고 전력 분석관의 업무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은 글을 기고합니다. 아래 이메일 주소로 궁금증과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면 기사에 반영하겠습니다.
글=정영환(강원FC 전력분석관, gk1kbj@hanmail.net)
자료=옵타프로(OPTAPR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