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기른 이범수, 경남의 수호신으로 돌아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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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의 돌풍이 결국 전북 현대까지 집어삼켰다. 전북의 독주 체제로 가던 리그 흐름에도 의미 있는 파장을 일으켰다. 돌풍의 중심에는 브라질 공격수 말컹, 네게바가 아닌 ‘수호신’ 이범수가 있었다. 공교롭게 이범수는 전북 현대에서 가장 오랜 프로 생활을 보낸 선수다.

[골닷컴, 전주] 서호정 기자 =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1라운드에서 경남은 후반 막판 터진 일본인 공격수 쿠니모토의 결승골로 전북에 1-0으로 승리했다. 전반에 경기 흐름을 주도했던 경남은 후반에 전북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지만 실점하지 않고 버텼고 결국 1골로 승부를 냈다. 경남의 수비 집중력도 뛰어났지만 이범수의 선방이 결정적이었다. 전북은 27개의 슈팅을 날렸고, 그 중 12개가 유효슈팅이었지만 이범수가 모두 막아냈다.

경희대를 중퇴하고 2010년 입단, 2014년까지 전북에서 뛴 이범수는 터질 듯 터지지 않은 유망주였다. 친형인 이범영(강원FC)와 함께 형제 골키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그는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였다. 190cm의 키에 85kg의 이상적인 체격 조건에서 나오는 방어 능력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권순태 등 선배들의 벽에 막혀 5년 간 3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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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을 떠난 뒤에도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2015년 서울 이랜드, 2016년 대전 시티즌에 몸 담았지만 주전으로 뛸만 하면 부상으로 좌절했다. 2017년 경남행이 운명을 바꿨다. 21경기에 출전해 18실점을 하며 프로 데뷔 후 첫 0점대 실점율을 기록하며 ‘만년 유망주’에서 탈출해 주전으로 당당히 섰다. 

팀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끌었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십자인대가 끊어지며 장기 부상을 입었다. 경남은 올 시즌 그의 빈 자리를 손정현으로 무난하게 메웠다. 이범수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7월 25일 FC서울과의 FA컵 32강전에 출전하며 복귀를 알렸다. 그 경기에서 이범수는 서울의 양한빈과 함께 치열한 선방쇼를 펼쳤다. 0-0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패했지만, 그의 활약은 다시 주목 받았다. 사흘 뒤 서울 원정에서는 2실점을 했지만 안정된 플레이로 팀의 3-2 역전승을 견인했다.

그리고 익숙한 무대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다시 선 이범수는 올 시즌 최고의 선방쇼를 펼치며 경남이 무려 4005일 만에 원정에서 대어 전북을 잡는 역사적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초반부터 정혁의 오버헤드킥을 막아내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 준 이범수는 후반에만 9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냈다. 

막판 10분 동안 쏟아진 이동국의 발리 슛과 아드리아노의 2연속 헤딩 슛, 그리고 추가시간 나온 손준호의 중거리 슛까지 무산시키는 장면은 선방쇼의 백미였다. 전반까지 합하면 전북이 12개의 유효슈팅을 날리고도 이범수에게 막혀 한번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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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부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뒤 박종문 골키퍼 코치가 잘 훈련시켰고, 지난 2경기에서도 잘 해 줬다. 오늘 승리의 공신이다”라며 이범수의 공을 인정했다. 이어서는 “이범수는 자신감이 필요했다. 경남에 와서 모든 게 잘 풀리기 시작하고 좋은 경기를 하면서 그게 생겼다. 나는 부담감을 줄여줬다. 사실 나보다는 박종문 코치의 역할이 컸다. 이 선수를 최고치로 올려줬다”라며 골키퍼 코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기 후 전북 팬들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남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명승부였고, 인정할 만한 패배였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범수의 이름을 외치며 과거의 인연을 다시 이었다. 이범수도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옛 팀에 예의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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