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is SanchezGetty Images

'재개 후 6도움' 알렉시스 산체스, 특급 도우미로 부활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알렉시스 산체스가 시즌 재개 이후 특급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인테르가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 홈에서 열린 SPAL과의 2019/20 시즌 세리에A 33라운드에서 4-0 대승을 거두었다. 그 중심엔 바로 산체스가 있었다.

이 경기에서 인테르는 3-4-1-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투톱 파트너로 산체스가 나섰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공격 지원에 나섰다. 크리스티아노 비라기와 안토니오 칸드레바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와 마르첼로 브로조비치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용어)를 구축했다. 안드레아 라노키아를 중심으로 알레산드로 바스토니와 밀란 스크리니아르가 스리백을 형성했고, 사미르 한다노비치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Inter Starting vs SPALhttps://www.buildlineup.com/

경기 초반 양 팀은 한 차례씩 골대를 맞추면서 상대를 위협했다. 먼저 브로조비치가 4분경에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대를 강타했고, 이어서 17분경엔 SPAL 간판 공격수 안드레아 페타냐가 골대를 때리면서 응수에 나섰다. 

팽팽하던 경기 흐름에 균열을 가져온 건 바로 산체스였다. 산체스는 37분경, 상대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비라기의 패스를 받아 돌아서면서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칸드레바가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성공시킨 것. 산체스의 연계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주요 뉴스  | "​[영상] 카타르 조직위원장 "월드컵 준비 문제 없다""

칸드레바의 골과 함께 전반전을 1-0으로 마무리한 인테르는 후반 들어 한층 더 공격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인테르의 2번째 골이 터져나왔다. 후반 9분경, 산체스가 라우타로의 패스를 센스 있게 원터치 패스로 내준 걸 비라기가 잡아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산체스의 패스가 SPAL 중앙 수비수 프란체스코 비카리의 다리에 살짝 스쳤기에 패스 방향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에도 아쉽게 도움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으나 실질적인 도움이나 마찬가지였다.

곧바로 6분 뒤, 산체스의 골이 터져나왔다. 산체스는 에릭센에게 패스를 주고 곧바로 빠르게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에릭센의 전진 패스를 비라기가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산체스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산체스의 발에서 시작해서 머리로 마무리된 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인테르는 후반 29분경, 에릭센이 길게 반대편 측면으로 넘겨준 걸 비라기를 대신해 교체 출전한 베테랑 윙백 애슐리 영이 땅볼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먼포스트로 쇄도해 들어오던 갈리아르디니가 빈 골대에 가볍게 밀어넣으면서 4-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당연히 이 경기 승리의 주역은 산체스였다.

산체스는 사실 그 동안 이제는 속칭 한물간 선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우디네세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아스널에서 10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칠레의 전설적인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끔찍한 부진을 보인 데다가 이번 시즌 임대를 온 인테르에서도 부상이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낸 것. 실제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즌이 중단되기 이전까지 부상으로 9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데다가 공격포인트는 1골 1도움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유일하게 골을 넣은 삼프도리아전에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퇴장을 당하는 우를 범했다.

그의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5년 코파 아메리카와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온(2016년), 2017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 컵에 이르기까지 그는 매년 여름마다 칠레 대표팀으로 불러가면서 혹사당했고(칠레는 코파 아메리카에서 2회 연속 결승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고, 컨페더레이션스 컵도 준우승을 기록했다), 부상까지 겹치면서 예전만한 운동 능력을 보이지 못했다. 날이 갈수록 스피드와 활동량이 동시에 비약적으로 줄어든 산체스였다.

무엇보다도 그가 매주 50만 파운드(한화 약 7억 3천만원)라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수령하고 있기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였다. 그 어떤 구단도 그를 원하지 않는 실정이었다. 


주요 뉴스  | "​[영상] 언변의 마술사 무리뉴의 첫 기자회견"

하지만 시즌 재개 후 그는 연신 맹활약을 펼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재개 후 첫 경기였던 삼프도리아전에 교체 출전해서 7분을 소화한 그는 이어진 사수올로전에서 선발 출전해 도움을 올리며 오랜만에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다시 파르마전에 교체 출전해 21분을 뛴 그는 브레시아전에 선발 출전해서 1골 2도움을 올리며 6-0 대승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비록 볼로냐전과 인테르전에선 공격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으나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콘테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면서 출전 시간을 늘려나간 그는 토리노전 2도움에 이어 SPAL전 1골 1도움으로 연승을 견인했다.

시즌 재개 후 8경기 2골 6도움. 이는 세리에A 전체를 통틀어서도 재개 이후 기준으로 아탈란타 플레이메이커 알레한드로 고메스와 함께 도움 공동 1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공격포인트(골+도움)는 8개로 재개 이후 기준 유벤투스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9개, 2골 7도움)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재개 이후만 놓고 보면 라우타로가 아닌 산체스가 인테르의 에이스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산체스의 부활에는 스타일의 변화에 기인하고 있다. 원래 산체스는 다소 무리할 정도로 드리블 돌파를 즐기는 선수였다. 이를 통해 많은 공격포인트를 생산하던 산체스였다. 하지만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서 그에게서 공격포인트는 사라지고 반대급부로 실책이 늘어나는 형세였다.

이에 그는 직접 무리해서 돌파를 감행해 골을 넣기보단 동료들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동료들과 간결하게 이대일 패스를 주고 받는 장면들이 과거 대비 비약적으로 늘어난 산체스이다. 

이는 그의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즌 중단되기 이전까지 그의 90분 환산 경기당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는 1.81개에 불과했으나 시즌 재개 후 무려 4.96개로 경기당 3개 이상 늘어났다. 특히 토리노와의 경기에선 무려 10개의 키패스를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산체스의 도움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산체스는 위기의 순간 시즌이 중단된 틈을 타 스타일에 변화를 감행하면서 다시금 살아나는 모양새다. 바이에른 뮌헨의 상징인 토마스 뮐러 역시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서 과거에 비해 득점력이 감소하자 특급 도우미로 변신한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다(뮐러는 이번 시즌 21도움을 올리면서 분데스리가 역사상 한 시즌 최다 도움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역시 축구는 잘 하는 선수들이 잘 한다.


# 재개 기준 세리에A 도움 TOP 3

1위 알렉시스 산체스(인테르): 6도움
1위 알레한드로 고메스(아탈란타): 6도움
3위 하칸 찰하노글루(AC 밀란): 4도움


# 재개 기준 세리에A 공격포인트 TOP 3

1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9개(7골 2도움)
2위 알렉시스 산체스(인테르): 8개(2골 6도움)
2위 안드레아 벨로티(토리노): 8개(7골 1도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