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네덜란드가 북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에이스 멤피스 데파이의 부재를 드러내며 졸전 끝에 0-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네덜란드가 윈저 파크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의 유로 2020 예선 J조 7라운드에서 0-0 무승부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는 8라운드 최종전 결과와 상관 없이 유로 2020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본선 진출 성공과 별개로 네덜란드는 북아일랜드 원정에서 숙제를 하나 떠안았다. 바로 데파이 부재 시 대안이 무엇이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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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겪은 이후 로날드 쿠먼을 새로 감독에 임명했다. 쿠먼 체제에서 네덜란드는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10승 5무 4패로 상승세를 탔다. 이 사이에 네덜란드는 UEFA 네이션스 리그 A시드 1그룹에서 프랑스와 독일을 제치고 본선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고, 유로 2020에서도 본선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번의 메이저 대회 탈락(유로 2016,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수모를 씻어내면서 자존심을 회복한 네덜란드이다.
쿠먼은 네덜란드 지휘봉을 잡자마자 파격적인 전술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바로 데파이를 최전방 원톱에 배치하면서 '가짜 9번(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선수가 최전방에 서는 걸 지칭하는 표현)' 역할을 맡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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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결과적으로 대박이었다. 데파이는 쿠먼이 네덜란드 감독에 부임하기 이전만 하더라도 A매치 34경기에서 8골 8도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쿠먼 감독 체제에서 17경기 11골 10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경기당 한 개가 넘는 공격포인트를 자랑하고 있는 데파이이다.
특히 2019년은 예술 그자체이다. 데파이는 2019년 A매치 7경기에서 6골 8도움을 기록하며 총 14개의 공격포인트(골+도움)를 달성했다. 정확하게 경기당 2개에 해당하는 공격포인트이다. 이는 21세기 들어 네덜란드 대표팀 역대 1년 기준 최다 공격포인트에 해당한다. 21세기 이전엔 도움 관련 통계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기에 사실상 최다 공격포인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말 그대로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역대급에 해당하는 1년을 보낸 데파이이다.
유로 2020 예선에서도 데파이의 네덜란드 대표팀 내 영향력을 절대적이었다. 데파이가 출전한 유로 예선 5경기에서 네덜란드는 무려 17득점을 올리면서 경기당 3.4골이라는 경이적인 수치의 득점력을 자랑했다. 이 중 데파이는 5경기에서 6골 7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13개를 달성하면서 팀 득점의 76.5%를 책임지는 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13일, 벨라루스와의 유로 예선 원정 경기에서 데파이가 부상으로 결장하자 네덜란드는 고전 끝에 2-1 신승을 거두었다. 이어서 북아일랜드전엔 0-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 북아일랜드전은 네덜란드 입장에서 무승부가 다행인 경기였다. 전반 31분경엔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 킥을 내주면서 실점 위기에 직면했으나 북아일랜드 주장 스티븐 데이비스가 실축한 덕에 패할 경기를 무승부로라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베테랑 공격수 라이언 바벨이 가짜 9번 역할을 담당했으나 데파이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데파이 없는 네덜란드 공격은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었다.
Getty Images분명 네덜란드는 다른 포지션엔 대체 자원들이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 수비의 핵심이자 주장인 버질 판 다이크가 부상 혹은 징계로 결장하더라도 스테판 데 브라이라는 수준급 수비수가 대기하고 있다. 미드필더 포지션에서도 케빈 스트루트먼을 위시해 마르텐 데 훈과 다비 프뢰퍼 같은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대체가 되지 않는 선수는 바로 데파이이다. 데파이가 빠진다면 네덜란드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바벨이나 이번엔 부상으로 빠졌으나 최근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신예 선수 도넬 말렌을 가짜 9번으로 활용하거나 혹은 뤽 데 용이나 보우트 벡호르스트 같은 타겟형 장신 공격수들을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써야 한다. 문제는 바벨은 가짜 9번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고, 말렌은 이제 A매치 4경기 출전이 전부인 신출내기이며, 데 용과 벡호르스트는 공격 전술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 있다.
물론 데파이가 있다면 이는 모두 무의미한 고민이다. 하지만 데파이가 부상이나 징계 없이 전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유로 2020 본선이 있기 전까지 네덜란드는 데파이 없이 사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