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홈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2번째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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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선 때로는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PSG가 맨유와의 2018/19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하고도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차전 홈에서 1-3으로 패하면서 원정골 우선 원칙에 의거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역사상 원정 1차전에서 2골 차 이상으로 승리하고도 2차전에서 탈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 중 1차전 원정에서 지금과 같은 2-0 스코어로 승리한 케이스는 무려 106회에 달했다. 말 그대로 이변의 희생양이 된 PSG이다.
흥미로운 점은 PSG가 이변의 희생양이 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대표적인 기적은 총 5번이 있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2016/17 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 캄프 누의 기적, PSG 입장에선 캄프 누의 비극이었다.
당시 PSG는 1차전 홈에서 4-0 대승을 거두었다.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역사상 4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고도 뒤집힌 예는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 및 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PSG의 8강 진출을 유력하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PSG는 2차전 경기 시작 3분 만에 혼전 상황에서 바르사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한 데 이어 40분경 왼쪽 측면 수비수 레뱅 퀴르자와의 자책골까지 터져나오면서 전반에만 2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시 후반 4분경엔 오른쪽 측면 수비수 토마스 뫼니에르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네이마르를 쫓다가 넘어지면서 파울을 범했고, 결국 바르사 에이스 리오넬 메시에게 페널티 킥으로 추가 실점을 내주었다.
다행히 PSG는 후반 17분경, 간판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가 골을 넣으면서 3-1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이제 원정골 다득점 원칙에 의거해 3골 이상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 PSG의 8강 진출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PSG는 마지막 순간 무너졌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네이마르에게 프리킥으로 실점을 허용한 PSG는 인저리 타임에 수비수 마르퀴뇨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허용하면서 재차 네이마르에게 페널티 킥 실점을 내주었다. 그리고 종료 직전, 바르사 측면 수비수 세르히 로베르토에게 다시 실점을 헌납하면서 1-6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1실점만 덜 내줬어도 8강 진출이 가능했음에도 마지막 6분 사이에 무려 3실점을 허용한 PS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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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바르사와의 2차전에선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대패했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었다. 게다가 당시 바르사는 최정예로 PSG전에 나섰다. 무엇보다도 캄프 누 원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먼저 파르크 데 프랭스 홈이었다. 게다가 맨유는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선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인 안드레아스 페레이라와 측면 수비수인 애슐리 영이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나서야 했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는 중앙 수비수인 에릭 바이가 맡아야 했다. 심지어 디오구 달로트와 타히트 총, 메이슨 그린우드, 앙헬 고메스, 제임스 가너와 같은 아직 10대에 불과한 어린 유스 출신 선수들이 벤치에서 대기해야 했다.
당연히 경기 내용에서도 PSG가 크게 우위를 점했다. 점유율에선 72대28로 크게 앞섰고, 슈팅 숫자에서도 12대5로 우세했다. 코너킥은 PSG가 4회를 기록하는 동안 맨유에게 단 하나의 코너킥도 내주지 않았다. 단순 슈팅 그 이상으로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냈던 PSG였다.
문제는 PSG 선수들이 무수히 많은 실수들을 저지르면서 자멸했다는 데에 있다. 먼저 PSG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실수에 의해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수비수 틸로 케러가 맨유 공격수 마커스 래쉬포드의 강도 높은 압박에 당황해 패스 실수를 범했고, 이를 가로챈 또다른 맨유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가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성공시켰다.
다행히 PSG는 10분경 왼쪽 윙백 후안 베르나트의 골로 빠른 시간에 첫 실점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28분경 다시 케러가 방향 전환 과정에서 넘어지면서 위기 상황을 자초했던 데 이어 다시 2분 뒤에 래쉬포드가 다소 먼거리에서 때린 중거리 슈팅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만 41세 베테랑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 잡다가 놓치는 우를 범하면서 루카쿠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믿었던 부폰에게 발등을 찍힌 PSG였다.
이후 PSG는 수차례 득점 기회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PSG가 자랑하는 대형 공격수 음바페가 자꾸 득점 찬스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를 저질렀다. 먼저 전반 종료 직전, 음바페가 완벽한 역습 찬스에서 미끄러지면서 볼을 뒤로 흘렸다. 후반 31분경엔 다시 역습 찬스에서 음바페의 터치가 길게 나오면서 엔드라인을 넘어가고 말았다. 다시 후반 38분경엔 음바페가 미끄러지면서 볼 터치가 길어져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와 뒤엉켜서 넘어졌고, 맨유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이 걷어낸 걸 베르나트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아쉽게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이 이어졌다.
도리어 PSG는 정규 시간 종료 직전 맨유 측면 수비수 디오구 달로트의 중거리 슈팅을 중앙 수비수 프레스넬 킴펨베가 몸을 돌려 저지하려다 핸드볼 반칙을 범하는 우를 범했다. 결국 래쉬포드가 차분하게 페널티 킥을 성공시키면서 PSG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PSG는 2011년 5월, 카타르 국영 투자청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매년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출해가면서 전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에 힘입어 2011/12 시즌 프랑스 리그 앙 2위를 차지하면서 2012/13 시즌 7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이후 7시즌 연속 16강 이상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문제는 토너먼트 진출까지가 전부였다는 데에 있다. 2012/13 시즌부터 2015/16 시즌까지 4시즌 연속 8강에 진출했으나 바르사(2012/13, 2014/15)와 첼시(2013/14), 맨체스터 시티(2015/16)를 만나 탈락의 고배를 마신 PSG는 2016/17 시즌 16강 1차전에서 바르사에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4-0 대승을 거두며 마침내 바르사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듯싶었다. 하지만 2차전에서 바르사에게 비극적인 대패를 당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신 PSG는 2017/18 시즌 레알 마드리드와의 16강전에서 2전 전패와 함께 무기력하게 탈락한데 이어 이번엔 16강전에서 맨유에게 원정골 우선 원칙에 의해 탈락하면서 3시즌 연속 16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심지어 2012/13 시즌과 2013/14 시즌 역시도 원정골 우선 원칙에 의거해 8강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PSG이다.
2016/17 시즌과 이번 시즌에 1차전 대승을 거두고도 2차전에 대패로 탈락했다는 건 선수들에게도 심리적인 위축으로 다가온다. 물론 음바페와 케러 같은 선수들이 자주 미끄러지는 장면을 연출했고, 부폰 골키퍼도 잡을 수 있는 슈팅을 놓쳤다는 점만 보더라도 폭우라는 악천후가 PSG에겐 악재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맨유 역시 같은 환경에서 뛰었다. 유난히 PSG 선수들의 어처구니 없는 대형 실수가 두드러졌다는 건 PSG 선수들이 토너먼트에서 위기 대처가 잘 되지 않고 중요 순간마다 위축된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PSG는 더 이상 프랑스 자국에선 이룰 게 없는 구단이다. 즉 PSG가 구단의 숙원이기도 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위기 관리 능력이 필수이다. 강팀들은 위기 순간에 빛을 발하고, 중요 순간마다 골을 넣는 전통이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 리그 최다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이에 기인하고 있다. 레알이 매번 편하게 우승한 건 아니다. 바르사와 AC 밀란, 바이에른 뮌헨 같은 챔피언스 리그 전통의 강자들도 마찬가지다. 1998/99 시즌 맨유와 2004/05 시즌 리버풀 역시 기적을 쓰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맨유 캄프 누의 기적, 리버풀 이스탄불의 기적). PSG가 전통의 명문들을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 PSG의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잔혹사
2012/13 8강 1차전 PSG 2-2 바르사
2012/13 8강 2차전 바르사 1-1 PSG(원정골 우선원칙)
2013/14 8강 1차전 PSG 3-1 첼시
2013/14 8강 2차전 첼시 2-0 PSG(원정골 우선원칙)
2014/15 8강 1차전 PSG 1-3 바르사
2014/15 8강 2차전 바르사 2-0 PSG(2전 전패)
2015/16 8강 1차전 PSG 2-2 맨시티
2015/16 8강 2차전 맨시티 1-0 PSG(1무 1패)
2016/17 16강 1차전 PSG 4-0 바르사
2016/17 16강 2차전 바르사 6-1 PSG(종합 스코어 5-6 패)
2017/18 16강 1차전 레알 3-1 PSG
2017/18 16강 1차전 PSG 1-2 레알
2018/19 16강 1차전 맨유 0-2 PSG
2018/19 16강 2차전 PSG 1-3 맨유(원정골 우선원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