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자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소극적이었던 잉글랜드 축구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10대와 20대 초반 선수들의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올여름 이적시장에만 자국 무대를 떠나 해외로 진출한 잉글랜드 유망주는 총 여섯 명이다. 토트넘의 신예 미드필더 키난 베네츠(19)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로 이적한 데 이어 그의 팀동료이자 공격수 리오 그리피트스(18)는 올림피크 리옹으로, 미드필더 노니 마두에케(16)는 PSV 에인트호번으로 떠났다. 이 외에도 첼시에서는 수비수 조나단 판조(17)가 AS모나코로, 제이크 클라크-살터(20)는 비테세로 이적했다. 심지어 지난 2년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소속 리즈 유나이티드 1군 주전 미드필더로 맹활약을 펼친 로날도 비에이라(20)도 최근 삼프도리아와 5년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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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유망주의 해외 진출 러쉬는 작년 여름부터 유행처럼 번졌다. 대표적으로 제이든 산초(18)가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떠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만 12경기에 출전했다. 맨시티는 같은 기간 미드필더 덴젤 보아두(21)도 도르트문트로 이적시켰다. 작년 여름 아스널은 공격수 케일렌 힌드스(20)를 볼프스부르크, 크리스 윌록(20)을 벤피카로 떠나보냈다.
위에 언급된 선수만 10명. 이들의 공통점은 10명이 모두 현재 잉글랜드 21세, 20세, 혹은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주축 자원으로 활약 중이라는 사실이다. 즉, 현재 17세부터 21세 이하 레벨까지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현역 선수 10명은 프리미어 리그나 자국 하부 리그 구단이 아닌 해외에서 활약하며 성장하고 있다. 성인 레벨에서는 해외 진출이 극히 드문 잉글랜드 축구계가 변화하고 있는 셈.
모두에케는 토트넘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로 계약 제안까지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PSV로 이적했다. PSV는 전통적으로 어린 선수 육성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구단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PSV는 지난 2013-14 시즌 개막전에 출전한 주전 11명의 평균나이가 20.3세였다. 당시 PSV 1은 같은 날 경기를 치른 21세 이하 팀보다 평균연령이 낮았다. 욘 데 용 PSV 스카우트는 "갈수록 네덜란드 진출을 희망하는 어린 잉글랜드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곳으로 오면 1군, 즉 프로 선수로 정착할 기회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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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에는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수비수 리스 옥스포드(19)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로 임대돼 1군 선수로 활약했지만, 올 시즌 원소속팀으로 복귀한 후 다시 2군 선수 신분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과거에는 국제무대에서 고전한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이 지난 1~2년간 두각을 나타내자 경쟁력을 입증한 어린 선수들은 거액 자본으로 검증된 자원을 영입하는 프리미어 리그를 떠나 선수 육성에 능한 해외 구단 진출을 택하고 있다. 특히 산초가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에서 분데스리가 12경기에 출전해 어느 정도 경쟁력을 발휘하자 올여름에는 더 많은 잉글랜드 유망주가 해외로 떠났다.
판조를 첼시에서 모나코로 이적시킨 에이전트 바두 삼바게는 '가디언'을 통해 "잉글랜드의 지금 시스템은 어린 선수가 2군을 거쳐 1군에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게 만들어졌다. 구단에는 직접 육성한 선수를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어린 선수가 하부 리그에 속한 2군 경기를 통해 성인 선수들과 부딪치며 일찌감치 높은 수준의 축구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말리 대표팀 선수로 활약한 삼바게는 과거 프랑스 하부 리그에서 활약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나는 당시 프랑스 하부 리그에서 뛰던 올리비에 지루, 로랑 코시엘니를 상대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