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잉글랜드 대표팀 신예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과 필 포든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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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는 최근 많은 재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제이든 산초(도르트문트)와 포덴(맨시티)를 중심으로 칼럼 허드슨-오도이, 에밀 스미스 로우 등으로 구성된 2000년대생들은 2017년 17세 이하 유럽 선수권 준우승에 이어 2017년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세대를 형성했다. 이들 중 산초와 포든은 이미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고, 허드슨-오도이 역시 A매치 출전 경험이 3경기가 있다.
이들의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 1년 선배(1999년생)로는 데클란 라이스(웨스트 햄)와 메이슨 마운트, 리스 제임스(이상 첼시)가 있고, 1년 후배(2001년생)로는 부카요 사카(아스널)와 메이슨 그린우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다. 98년생엔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리버풀)와 마커스 래쉬포드, 아론 완-비사카(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고, 2003년생 막내로는 벨링엄(도르트문트)이 있다.
이들은 현재 각자의 소속팀에서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키면서 유럽 정상급 선수로 성장세를 밟아나가고 있다. 지금보다도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르트문트와 맨시티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에서 잉글랜드의 미래로 불리는 두 선수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눈길을 끌었다. 바로 벨링엄과 포든이 그 주인공이다(산초는 부상으로 결장했다).
이미 둘은 지난 1차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팬들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바 있다. 당시 벨링엄은 37분경, 에데르송 골키퍼로부터 가로채기를 성공시키면서 골을 넣었으나 공격자 파울이 선언되는 오심으로 인해 득점이 취소됐다. 명백한 오심이었기에 이래저래 아쉬운 판정이었다. 포든은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으며 2-1 승리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이 골이 아니었더라면 맨시티는 홈에서 1-1 무승부에 그치며 2차전에 상당히 고전했을 위험성이 있다.
2차전에서도 둘은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각자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벨링엄은 15분경, 동료 미드필더 마흐무드 다후드의 슈팅이 수비벽 맞고 나온 걸 잡아선 수비 한 명을 앞에 둔 상태에서 침착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포든은 1-1 동점 상황에서 이번에도 후반 29분경,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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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링엄은 주말, 슈투트가르트와의 28라운드에서 만 17세 285일의 나이에 데뷔골을 넣으며 잉글랜드 선수 최연소 분데스리가 득점 신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기록은 산초의 만 18세 27일이었다.
이어서 그는 이번 맨시티전에서도 골을 넣으며 잉글랜드 선수 최연소 챔피언스 리그 득점 신기록(만 17세 289일)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바이에른 뮌헨 신성 자말 무시알라가 이번 시즌 라치오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기록했던 만 17세 363일이었다(당시엔 잉글랜드-독일 이중국적으로 잉글랜드 21세 이하 팀에서 뛰었으나 이후 독일 성인 대표팀으로 갈아탔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2008년 4월, 당시 바르셀로나 신예 공격수였던 보얀 크르키치가 샬케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에서 만 17세 217일에 골을 넣은 것에 이어 챔피언스 리그 역대 토너먼트 최연소 득점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버밍엄 시티 유스 출신인 벨링엄은 2019년 8월 6일, 포츠머스와의 리그 컵에서 만 16세 38일에 프로 데뷔 무대를 가지면서 구단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수립했다. 이어서 그는 8월 31일, 만 16세 63일의 나이에 스토크 시티와의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리그) 6라운드에서 골을 넣으면서 구단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러한 활약상에 힘입어 2020년 여름, 2300만 유로(한화 약 307억)의 이적료와 함께 도르트문트로 이적해온 그는 두이스부르크와의 DFB 포칼 1라운드에서 골을 넣으며 구단 역대 최연소 득점 신기록(만 17세 77일)을 수립했다. 이어서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도움을 올리면서 대회 역대 최연소 도움 신기록(만 17세 82일)까지 달성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라치오와의 경기에선 잉글랜드 선수 역대 최연소 UEFA 챔피언스 리그 선발 출전 기록(만 17세 113일)을 올렸다. 다양한 최연소 관련 기록들을 갈아치운 벨링엄이다.
포든은 2경기 연속 결승골을 넣으며 맨시티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행을 견인했다. 이와 함께 그는 만 20세 이하로는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8강 2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은 역대 두 번째 선수로 등극했다. 첫 번째 기록은 2016/17 시즌 8강전에서 모나코 소속으로 2경기 모두 골을 넣은 킬리앙 음바페가 있다. 공교롭게도 상대팀은 도르트문트였다.
비단 골이 전부가 아니다.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회의 찬스메이킹을 기록했고, 드리블 돌파도 2회를 성공시켰다. 패스 성공률은 91.2%에 달했다.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한 포든이다.
벨링엄과 포든은 사이좋게 골을 넣으며 만 20세 이하 선수가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경기에서 동시에 골을 넣은 역대 두 번째 사례로 올랐다. 종전 기록은 2017년 4월,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에서 음바페(모나코)와 우스망 뎀벨레(도르트문트)가 달성한 바 있다. 두 기록 모두 같은 국적의 선수들(음바페와 뎀벨레는 프랑스이다)이 달성했다는 게 흥미로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에딘 테르지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벨링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그의 한계점까지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며 그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심지어 적장인 펩 과르디올라 역시 "벨링엄이 17살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따름이다. 그의 나이가 거짓말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둘은 어린 나이에도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둘의 모습을 보면서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