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선발 라인업 vs 레스터https://www.buildlineup.com/

'잇몸으로도 강한' 리버풀, 레스터 대파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리버풀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다소 비정상적인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음에도 지난 라운드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1위를 달리고 있었던 레스터 시티에게 3-0 대승을 거두며 디펜딩 챔피언다운 위용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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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이 안필드 홈에서 열린 2020/21 시즌 EPL 9라운드에서 레스터를 3-0으로 대파했다. 이와 함께 리버풀은 지난 라운드까지 1위였던 레스터를 끌어내리면서 1위 토트넘과 승점 동률 2위로 올라섰다(골득실에서 토트넘이 +12로 리버풀 +5에 앞섰다).

리버풀은 레스터전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안 그래도 리버풀은 이번 시즌 유난히 부상이 많은 편에 속했다. 일찌감치 핵심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와 플레이메이커 티아고 알칸타라, 멀티 미드필더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지난 맨체스터 시티와의 8라운드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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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버풀은 A매치 기간에 주장 조던 헨더슨을 비롯해 조 고메스와 유망주 수비수 리스 윌리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부상으로 쓰러졌고,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이집트 대표팀에 소집됐다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최근 부상으로 2경기에 결장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가 복귀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전력 누수가 많다 보니 리버풀은 다소 비정상적인 선발 라인업을 구축할 수 밖에 없었다. 살라의 빈 자리를 디오구 조타가 채우면서 기존 사디오 마네-호베르투 피르미누와 함께 공격 스리톱을 형성했다. 파비뉴가 수비수로 내려가면서 조엘 마팁과 함께 센터백 듀오로 나섰고, 베테랑 미드필더 제임스 밀너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중원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후방 배치된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을 중심으로 나비 케이타와 유스 출신 만 19세 미드필더 커티스 존스가 역삼각형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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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르미누와 마네, 부동의 주전 왼쪽 측면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과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 4명을 제외하면 전원 본래 자신이 뛰는 포지션이 아니거나 주전이 아닌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리버풀이었다(마팁은 주전급 자원에 해당하는 선수지만 지난 시즌 잦은 부상으로 EPL 9경기 출전에 그쳤다). 무엇보다도 상대가 강팀에게 강한 8라운드까지 EPL 1위를 달리는 레스터였다. 당연히 힘든 일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리버풀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3-0 대승을 거두었다. 심지어 내용 면으로 놓고 보면 더 큰 점수 차로 이겼어도 이상할 게 없었던 경기였다. 실제 리버풀은 레스터 상대로 슈팅 숫자에서 24대11로 2배 이상 많았다. 심지어 유효 슈팅에선 13대4로 압도했다. 더 놀라운 점은 골대도 2차례나 맞췄다는 데에 있다. 즉 골운이 따르지 않았기에 3-0 스코어에 만족해야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다름 아닌 조타였다. 이 경기에서 조타는 슈팅 5회를 시도해 3회를 유효 슈팅으로 가져갔고, 키패스 3회(슈팅으로 연결된 패스)와 드리블 돌파 3회를 성공시키면서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에 더해 그는 41분경 로버트슨의 택배 크로스를 짤라먹는 형태의 헤딩 슈팅으로 리버풀의 2번째 골을 책임졌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울버햄튼 원더러스에서 리버풀로 온 조타는 레스터전 골로 이번 시즌 EPL 7경기 4골 포함 공식 대회 12경기 8골을 넣으며 기존 리버풀 공격 스리톱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다. 그가 있기에 리버풀이 피르미누의 부진과 마네-살라의 부상 속에서도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공식 대회 6경기 중 8골(아탈란타전 해트트릭)을 넣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피르미누의 활약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 안필드 홈에서 단 1골에 그치면서 9골로 시즌을 마감했다. 아무리 그가 팀을 위해 궂은 일을 해주는 선수라고는 하더라도 9골은 주전 최전방 공격수에겐 기준치에 미달하는 득점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어서 이번 시즌 그가 첫 EPL 8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치자 많은 영국 현지 언론들은 물론 전문가들 역시 피르미누의 부진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면서 조타를 주전으로 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난 여론에도 정작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피르미누는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을 해주는 선수다. 그의 플레이가 왜 문제가 되는 지 모르겠다. 기록지에 적힌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는 그 이상으로 기여도가 크고, 팀 경기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선수다"라며 믿음을 보내주었다. 

이번 레스터전에도 피르미누는 골운이 극도로 따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력 자체는 좋았으나 56분경과 76분경에 연달아 골대를 맞추는 불운이 있었다. 심지어 76분경 골대를 맞추고 곧바로 시도한 리바운드 슈팅은 골라인을 넘어가기 바로 직전 라인에 걸친 상태에서 레스터 측면 미드필더 마크 올브라이턴이 걷어내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밀너의 코너킥을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클롭의 믿음에 화답했다.

베테랑 밀너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밀너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측면 공격을 주도했다. 이 덕에 조타가 중앙에서 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케이타가 53분경 부상을 당해 유스 출신 만 19세 측면 수비수 네코 윌리엄스로 교체되자 중앙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되어 양질의 패스를 전방에 제공해 주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평소 아놀드가 맡는 세트피스를 대신 처리하면서 많은 득점 찬스들을 동료들에게 제공했다. 실제 그의 키패스 숫자는 5회로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최다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21분경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레스터 중앙 수비수 조니 에반스의 자책골을 유도해내며 선제골의 기점 역할을 담당했고, 피르미누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리버풀 득점의 시작과 마지막을 동시에 책임졌다.

파비뉴와 마팁의 센터백 라인도 안정적이었다. 특히 파비뉴가 후방 빌드업을 주도했고, 마팁은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5회의 공중볼을 획득하면서 제공권에 약한 동료 수비수의 유일한 약점을 보완해주었다(파비뉴는 전문 센터백이 아니다 보니 경기당 공중볼 획득 횟수가 0.9회에 불과하고 제공권 경합 승률도 35% 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레스터전에서도 파비뉴는 공중볼 획득 횟수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 외 로버트슨은 언제나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리버풀 측면을 공수 전반에 걸쳐 책임졌고, 조타의 골도 어시스트했다. 마네 역시 적극적인 공격으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바이날둠은 상대 패스 줄기를 차단하면서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존스 역시 안정적인 패스 공급을 통해 왜 그가 리버풀이 애지중지 키우는 유망주인지를 입증해냈다. 부상에서 돌아온 케이타는 적극적인 움직임과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52분경 부상으로 교체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주축들이 대거 빠졌고 또 평소 뛰는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었음에도 조직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니 도리어 평소보다 더 잘 맞는다는 인상마저 들 정도였다. 조타의 골 장면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리버풀은 무려 30회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조타의 골을 성공시켰다. 이는 축구 통계 전문 업체 'OPTA'가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6/07 시즌 이래로 리버풀이 EPL에서 기록한 최다 패스에 의한 골이었다.

이렇듯 리버풀은 케이타의 부상 재발을 제외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쳐보였다. 살라와 판 다이크, 아놀드, 헨더슨, 티아고 같은 핵심 선수들이 빠진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살리면서 백업 선수들과 유망주들에게 실전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레벨업을 시켜나가고 있는 리버풀이다. 

클롭은 레스터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내가 2008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을 처음 맡았을 당시에도 만 19세와 만 20세 센터백으로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그들은 바로 마츠 훔멜스와 네벤 수보티치이다. 여기 리버풀에도 만 18세와 만 19세, 만 23세의 재능들이 있다. 경험 있는 선수들도 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길 원하고 있고, 우리는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문제를 우리 선수들과 함께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실제 도르트문트는 2007/08 시즌만 하더라도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13위로 시즌을 마감했으나 클롭이 지휘봉을 잡은 2008/09 시즌부터 훔멜스와 수보티치, 누리 사힌, 마르첼 슈멜처,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같은 88년생 동갑내기들로 팀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88년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89년생 동갑내기 스벤 벤더와 카가와 신지에 더해 92년생 대형 유망주 마리오 괴체가 팀에 가세하면서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2010/11 시즌과 2011/12 시즌 분데스리가 2연패를 차지하는 영예를 얻었다. 어쩌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클롭의 역량이 진가를 발휘할 적기이자 리버풀에겐 선수단 뎁스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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