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남해] 서호정 기자 = “1년은 도전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증명해야죠.”
유상철 감독이 투병으로 인해 결국 지휘봉을 놓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선장이 된 임완섭 감독의 각오는 담담하지만 듬직했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은 안산 그리너스를 플레이오프 진출 직전까지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인천과 1년 계약을 맺었다. 정식 감독 선임에서는 보기 드문 짧은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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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의 입장과 특수성이 반영됐지만 임완섭 감독은 큰 고민이나 반문 없이 수용했다고 했다. 감독직이 급하거나 선택지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그는 “승강제 도입 후 감독들은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고, 평가를 받는 데 1년은 충분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그 숙제에 답을 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라며 주어진 시간 내에 확실한 평가를 받겠다고 다짐했다.
K리그2에서 가장 놀라운 성과를 발휘한 감독은 ‘생존왕’이라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인천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인천의 전훈지인 남해에서 임완섭 감독을 만났다. 그는 창단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음에도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주는 인천 팬들 역시 전력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Q. 안산 감독에서 물러난 뒤 많은 일이 있었다. 경남 감독 선임 직전에 무산됐고, 이후 브라질 연수를 준비하다 인천 감독으로 부임했다. 팀 합류가 늦은 만큼 험난한 도전이 될 텐데?
A. 지난주 월요일(2월 3일) 이천수 전력강화실장과 면담을 했고, 그 과정에는 강등권 탈출 같은 면피가 중요하지 않고 더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팀의 목표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의견이 맞았다고 느꼈다. 인천과 함께 도전하고 싶다는 의욕이 다시 움직였다. 다음날 전달수 대표이사님을 만나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모든 감독의 입장은 도전이 아닌가 싶다. 잘 나가는 팀은 그 나름의 도전을 해야 하고, 반대의 경우도 도전한다. 안산 감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천이라는 1부 리그 팀을 맡게 된 것은 같은 맥락 아니겠는가? 도전자는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결실을 맺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하나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조합이 되어야 목표에 도전할 수 있다. 다행히 인천 선수들이 준비가 잘 돼 있다. 내가 늦게 합류한 만큼 감독이 지금 팀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1년이라는 짧은 계약 기간이 화제였다.
A. 구단과 얘기할 때 조건, 기간에 대해 반문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내가 보여줘야 하는 게 맞다. 승강제가 도입되면서 각 팀은 평가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감독도 2년, 3년 계약이 돼 있어도 팀 성적에 의해 계속 못 가는 경우가 많다. 1년이라는 계약의 의미는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Q. 지난 시즌 안산에 취임하자마 객관적으로 전력이 가장 낮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중상위권으로 이끌며 호평받았다.
A. 안산에서의 시간이 큰 도움이 됐다. 선수들과 같이 호흡해서 끝까지 달렸다. 마지막 2-3경기를 잘 했으면 좋은 결과가 나왔겠지만 그 시간을 거울 삼아서 인천에서 만회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오히려 안산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정말 큰 공부가 됐다. 인천에 와서 그걸 잘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Q.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장 유리한 입장이었는데, 사소한 실수 하나(35라운드 수원FC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 기회를 잡은 안산은 장혁진이 페널티킥을 밀어주고 빈치씽코가 달려와 차는 시도를 했다. 성공했다면 장혁진은 도움 1위, 빈치씽코는 10호 골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빈치씽코의 판단 미스로 오프사이드 파울이 선언됐다. 그 나비 효과로 빈치씽코는 경고 누적 퇴장을 당했고, 안산은 결국 수원에 패하며 36라운드에서 부천에게 플레이오프 진출을 내줬다)가 한 시즌의 노력을 날렸다. 그 경험도 교훈이 됐는지?
A. 그때 사실 욕도 많이 먹었다. 선수들이 화살을 맞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책임은 모두 감독의 것이다. 내가 부족해 생긴 문제다. 인천에서 그런 일이 없게끔 하는 게 첫번째다. 두번 다시 그런 일 없도록 선수들과 얘기해야 한다. 그런 일은 개인과 팀 모두에게 큰 타격이 된다.
Q. 동갑내기 친구이자, 과거 대전에서 감독과 코치로 함께 한 유상철 감독이 임완섭 감독을 인천 사령탑에 추천했다. 최근 직접 남해를 방문해서 만나고 갔다고 들었다.
A. 10일에 와서 선수단과 함께 식사를 했고, 11일에 연습 경기를 보고 돌아갔다. 곧 항암 치료를 재개하기 때문에 그 전에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왔다. 우리 선수들을 격려해줬다. 개인적으로 유상철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 원래 이 자리는 유상철 감독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아픔이 교차되며 내가 서게 됐다. 작년의 잘 된 부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채워야 할 부족함은 무엇인지 인간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한다. 유상철 감독이 인천을 이끄는 데 있어 애로사항도 말해줬는데 시즌 준비에 도움을 받았다. 인천을 잘 이끌어 가야 하는 숙제를 그 도움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잘 이어받아 해결해야 유상철 감독도 기분이 좋지 않을까 싶다.
Q. K리그 감독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안산에서 임완섭 감독이 보여 준 축구는 단단한 수비, 빠르고 심플한 공격 전개를 앞세운 모습이었다. 실리 축구라는 평가에 대해 인정하는지?
A. 팀마다 처한 상황이 있겠지만, 내가 실리축구를 선호하는 건 사실이다. 빌드업을 강조할 지, 공격적인 축구를 할 지, 그건 여러 조건과 상황에 따른 것이다. 프로에서 모든 조건과 상황 관계 없이 유일하게 통용되는 명제는 이기는 것이다. 내가 찾은 방법이 실리축구라는 표현에 가까운 방식인 것은 맞다. 간결한 플레이를 선호한다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문전 앞에서 복잡한 상황보다 골을 위한 적극적인 슈팅이 더 중요하다. 측면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크로스를 올려주면 우리 무고사, 케힌데 같은 공격수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Q. 늦은 합류로 인해 걱정하는 부분은?
A. 다른 걱정은 없다. 코치들이 1차 훈련 때의 영상을 모두 준비해줘서 확인하고 있다. 유일한 걱정이자 숙제는 선수 파악이다. 의사소통, 분위기가 중요한데 그 자리에 없었던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다. 하루 만난 사람보다는 이틀 만난 사람이 더 편할 것이다. 선수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게 더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든다.
Q. 취임 후 선수들에게 승점 50점 획득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그 의미는 힘겨운 강등 싸움을 겪지 않겠다는 것인가?
A. 초반 3, 4, 5월의 경기가 중요하다. 시작을 어떻게, 탄력을 어떻게 받느냐가 중요하다. 그 시기에 집중해야 한다. 주장인 이재성 선수 얘기처럼 강등에 대한 스트레스, 심리적 부담이 선수들에게 클 수 있다. 그걸 나도, 선수도, 인천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떨쳐내야 한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바라보는 팀을 만드는 게 인천에서 내가 이루고픈 목표다.
Q. 인천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유명하다. 수년간 하위권을 맴도는데도 리그 상위권 수준의 응원을 홈에서 보여준다.
A. 아직 제대로 접하진 못한 부분이긴 하다. 내가 코치, 감독으로 있던 팀들이 최근 인천과 맞붙을 상황이 없었다. 그래도 작년에 3경기를 인천 홈에 와서 본 적이 있습니다. 팬들의 그 열정과 환호가 정말 안에 있는 선수들이 한발 더 뛰지 않을 수 없는 응원이었던 것 같다. 인천 전력의 플러스 알파다. 그 팬들의 열정을 홈 승률을 높이는 데 꼭 활용하고 싶다.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나올 때 팬들과 함께 웃었으면 좋겠다. 고개를 숙이고 나오며 위로의 박수를 받기보다 환호의 박수를 받게끔, 인천 팬들의 열정을 그런 방향으로 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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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천 부임 후 첫 연습 경기에서 주로 관찰을 했다고 들었다.
A. 어제 연습 경기를 통해 바라본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긍정적인 것들이 보였다는 점이다. 선수들을 어떻게 조합할까, 우리의 장점을 어떻게 끌고 나갈까. 수비진이 불필요한 실점을 줄이며 버티게 해 줄 것인가. 득점은 개인 능력에 의해 발휘될 수 있지만 실점은 조직이 잘 갖춰지면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수비를 할 때만큼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걸 선수들에게 정확히 전달했다. 뜻을 하나로 맞춰서 뛰면 실점은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올해 그런 컨셉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코치 시절부터 섬세한 리더십으로 호평 받았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유독 심각한 표정을 짓는데 두 얼굴의 마법인가?
A. 원팀이 되려면 그 안에서 고개를 들고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구성원들이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내 마법이 아니라 선수들의 능력이 결과를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의 부족함은 서포터들의 열정, 팬들의 마음이 채워줄 것이라 믿는다. 경기 중에 심각한 표정은 짓지만 선수들에겐 그런 감정이 전달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운동장과 경기장에서 마음껏 뛰려고 하면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훈련을 소화할 수 있게 딱딱한 분위기 보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편이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만든다고 했다. 선수들이 편해야 창의력 발휘에도 도움이 된다. 그 부분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