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팔로세비치 일류첸코한국프로축구연맹

일류첸코가 쏘아 올린 ‘경북 더비’

[골닷컴] 박병규 기자 = 축구에 스토리를 더하면 흥미를 유발하고 역사가 된다. 어쩌면 포항 스틸러스의 일류첸코가 대구FC와의 새로운 더비 신호탄을 쏘아 올렸을지도 모른다.

포항과 대구는 지난 25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6라운드 맞대결에서 총합 5골을 터트리는 난타전을 펼쳤다. 결국 세징야의 결승골에 힘입은 대구가 3-2 승리를 거두었지만 두 팀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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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포항 일류첸코과 대구 정태욱의 신경전이었다. 양 팀의 공격과 수비를 책임지는 두 선수는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그러던 후반 12분 정태욱이 포항의 공격을 차단하였고 일류첸코는 볼을 탈취하기 위해 다가섰다. 그 과정에서 정태욱이 일류첸코의 허리를 타고 높게 뜬 뒤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곧장 일어선 정태욱은 위험한 상황에서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에 항의하는 듯하였고 일류첸코는 공중볼 싸움이 아니었고 고의가 없었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듯하였다. 

주심은 흥분된 두 선수를 차분하게 만들었지만 이내 1분 만에 불꽃이 다시 튀었다. 러닝 디펜스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였고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이 과정에서 일류첸코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후에도 두 선수는 자주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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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후반 39분, 일류첸코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린 후 대구 팬 앞에서 도발했다. 무릎 슬라이딩 후 주먹을 불끈 쥐었고 하프라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다시 귀에 손을 갖다 댔다. 이때 경기 내내 박수 소리만 들렸던 DGB대구은행파크에 “우~” 소리의 거센 야유가 돌아왔다. 다행히 1분 만에 세징야가 추격골을 터트리며 기세가 역전되었다. 그러나 일류첸코를 향한 대구 팬들의 야유는 그칠 줄 몰랐다. 남은 시간 내내 일류첸코가 공만 잡으면 3천여명의 마스크를 뚫고 “우~” 같은 거센 야유가 나왔다.  

이 모습을 지켜본 김기동 감독은 경기 후 “일류첸코는 승부욕이 많은 선수이며 위닝 멘탈리티를 항상 추구한다. 그래서 우리 팀에 좋은 작용이 된다”며 감싼 뒤 “아마 경기 내내 골이 터지지 않다가 골이 터지면서 신경전이 펼쳐진 것 같았다.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의 신경전은 축구에서 흥행이 되기에 환영한다.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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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때론 이러한 모습이 새로운 흥행요소를 만든다. 특히 신흥 인기 구단으로 떠오른 대구는 숱한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시즌 정태욱의 코뼈 골절 이후 FC서울과 신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다. 여기에 전 최용수 감독의 “대구는 서울의 라이벌이 아니다”는 도발성 멘트도 한몫했다. 올 시즌에는 팀의 아이콘이었던 조현우 골키퍼가 울산 현대로 이적하자 울산과의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다. 대구 팬들은 울산과의 첫 만남을 앞두고 소셜 미디어에 “핸우가 누꼬”라며 자극했다. 

그리고 지난 26라운드. 그동안 흐지부지했던 대구와 포항의 ‘경북 더비’가 일류첸코의 작은 도발로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시즌, 김기동 감독 부임 후 양 팀은 만날 때마다 치열한 접전을 펼쳤는데 역대 전적에선 포항이 1승 3무 2패로 다소 약세다. 이로써 뜻하지 않게 시즌 막판 새로운 스토리를 탄생시킨 두 팀의 다음 시즌 맞대결이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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