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MilanGetty Images

인테르, 아탈란타 꺾고 원조 네라주리 자존심 지키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인테르가 아탈란타와의 2019/20 시즌 세리에A 최종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면서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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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전을 앞둔 시점에 세리에A는 우승팀(유벤투스)은 물론 챔피언스 리그 진출팀(인테르, 아탈란타, 라치오), 유로파 리그 진출팀(AS 로마, AC 밀란, 나폴리), 그리고 강등 2팀(브레시아, SPAL)이 일찌감치 확정이 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세리에A 최종전에서 관심사는 크게 3가지로 압축이 되고 있었다.

첫째, 라치오 간판 공격수 치로 임모빌레의 세리에A 역대 단일 시즌 최다 득점 여부였다. 임모빌레는 37라운드까지 35골을 넣으면서 곤살로 이과인이 2015/16 시즌 당시 나폴리 소속으로 수립했던 세리에A 역대 단일 시즌 최다 득점 36골에 한 골 차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임모빌레는 이과인의 친정팀이었던 나폴리와의 최종전에서 비록 1-3으로 패하긴 했으나 골을 넣으며 공동 1위에 올라섰다.

둘째, 제노아와 레체 중 어느 팀이 강등될 지이다. 제노아는 9승 9무 19패 승점 36점으로 잔류 마지노선인 17위에 위치하고 있고, 레체는 강등권인 18위에서 승점 1점 차(9승 8무 20패 승점 35점)로 제노아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세리에A의 경우 순위 결정에 있어 승점 다음으로 상대 전적을 따진다. 상대 전적에선 제노아가 레체에 1승 1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즉 레체가 잔류하기 위해선 파르마와의 최종전에서 무조건 승리를 하고선 제노아가 엘라스 베로나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지 않길 기도해야 한다. 파르마전에서 무승부에 그칠 경우 제노아와 엘라스 베로나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강등이 확정된다. 레체와 제노아의 최종전은 한국 시간 3일 새벽 3시 45분, 동시간에 열릴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인테르와 아탈란타의 자존심 대결에 있었다. 인테르와 아탈란타는 모두 검정-파랑을 구단 고유색으로 쓰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 두 팀에겐 모두 네라주리(이탈리아어로 검정인 Nero와 파랑인 Azzurri를 합성한 Nerazzurri)라는 애칭이 붙어있다.

아무래도 구단 명성과 역사에서 인테르가 아탈란타에 크게 앞서고 있다보니 그 동안 네라주리하면 다들 인테르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16/17 시즌부터 잔 피에로 가스페리니가 아탈란타 지휘봉을 잡으면서 역학 관계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탈란타는 가스페리니 체제에서 2016/17 시즌 세리에A 4위를 차지하면서 이탈리아 무대에 큰 충격을 선사했다. 이는 구단 역대 최다 승점(72점)이자 최고 순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종전 구단 역대 최고 순위는 1947/48 시즌 당시 기록했던 5위였다). 반면 인테르는 중국 기업 쑤닝 그룹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1억 1,380만 유로(한화 약 1,545억)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투자하면서 기대감을 높였으나 7위에 그치는 부진을 보이면서 체면을 단단히 구겨야 했다.

2017/18 시즌엔 인테르가 4위를 차지한 데 반해 아탈란타는 적은 선수층으로 유로파 리그를 병행하다 보니 7위로 순위가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바로 2018/19 시즌, 인테르와 승점 69점으로 동률이었지만 골득실에서 앞서면서(아탈란타 +31, 인테르 +24) 아탈란타가 구단 역대 최고 순위인 3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획득하는 새 역사를 쓴 아탈란타이다. 이에 반해 인테르는 전반기만 하더라도 우승 경쟁을 펼쳤으나 후반기 들어 무너지면서 3위 자리마저 시즌 막판 아탈란타에게 내주고 말았다(36라운드까지 3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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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역시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더 주목을 받은 팀은 아탈란타이다. 아탈란타는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첫 3경기에서 모두 패하고도 나머지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면서 극적으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16강 1, 2차전에서 발렌시아에게 모두 승리를 거두며 8강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인테르는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에서 바르셀로나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게 밀려 3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심지어 아탈란타는 홈구장 게비스 스타디움의 수용인원이 21,300석으로 UEFA에서 유럽 대항전을 치르기 위해 최소 관중으로 요구하는 25,000석에 미달하기에 챔피언스 리그 홈경기를 인테르의 홈구장 쥐세페 메아차에서 소화하고 있다. 본 주인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탈락한 반면 임차인이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까지 진출해 8강에 오른 것이다. 이래저래 인테르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세리에A에서 인테르와 아탈란타, 그리고 라치오가 치열한 2위 싸움을 시즌 후반부에 펼치기 시작했다. 37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인테르가 23승 10무 4패 승점 79점으로 2위에 위치하고 있었고, 아탈란타(23승 9무 5패 승점 78점)와 라치오(24승 6무 7패 승점 78점)가 승점 1점 차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아탈란타가 라치오에게 상대 전적에서 1승 1무로 앞서고 있었기에 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세리에A 최종전, 운명의 장난처럼 인테르와 아탈란타가 만났다. 최종전 장소는 바로 아탈란타 홈구장 게비스 스타디움이었다. 네라주리 팀간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당연히 이탈리아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인테르가 2-0으로 승리하면서 원조 네라주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엔 베테랑 왼쪽 윙백 애슐리 영이 있었다. 영은 경기 시작 1분 만에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정교한 크로스로 인테르 오른쪽 윙백 다닐로 담브로시오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다. 그는 이어서 19분경, 미드필더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의 패스를 받아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다가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1골 1도움으로 인테르의 2골을 모두 만들어낸 영이었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인테르에 입단한 영은 최종전에서 1골 1도움을 추가하면서 세리에A 18경기에서 4골 4도움을 올리며 공격포인트 8개(골+도움)를 적립했다. 이는 그가 2011/12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3개의 공격포인트(6골 7도움)을 올린 이후 가장 많은 단일 시즌 공격포인트에 해당한다.

더 놀라운 건 2011/12 시즌 당시의 영은 측면 공격수 포지션에서 뛰고 있었던 데 반해 지금은 수비까지 신경써야 하는 윙백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데다가 반 시즌 만에 달성한 기록이라는 데에 있다. 단순히 후반기 기록을 전반기에도 대입한다면 8골 8도움으로 공격포인트 16개를 올릴 수 있었던 영이었다. 만 35세의 나이에 인테르에서 재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시즌 상위권 경쟁은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3위 아탈란타(승점 78점)와 4위 라치오(승점 78점)는 사이 좋게 구단 역대 최다 승점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승점 78점은 세리에A 역대 4위팀 최다 승점이기도 하다.

인테르 역시 치열한 상위권 순위 경쟁 속에서 시즌 마지막 8경기에서 무패 행진(5승 3무)을 달리면서 승점 82점을 기록했다. 이는 주제 무리뉴 감독 하에서 이탈리아 구단 최초 트레블(Treble: 세리에A, 챔피언스 리그, 코파 이탈리아 삼관왕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던 2009/10 시즌과 동일한 승점이다.

게다가 승점 3점제가 도입된 1994년 이래로 인테르 구단 역사상 승점 80점 이상을 기록하고도 세리에A 우승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승점 3점제에서 인테르의 종전 우승 실패 최다 승점은 2010/11 시즌 76점). 평소면 우승도 충분히 차지할 수 있었으나 아쉽게 2위에 그쳤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유벤투스가 우승 확정 이후 2연패를 당하면서 인테르에 승점 1점 앞선 83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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