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대한 최고의 답, 손흥민이 보여줬다 [이성모의 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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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나 역시 잉글랜드에 온 후로 몇 차례 인종차별을 겪었다. 최선의 방법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8일, 맨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선 손흥민.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질문이 몇차례 나왔고, 손흥민은 그에 차분하게 답변했다. 사진=이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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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런던] 이성모 칼럼니스트 = "나 역시 잉글랜드에 온 후로 몇 차례 인종차별을 겪었다. 최선의 방법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최근 잉글랜드 축구계 최고의 화두는 단연 '인종차별'이다. 

당장 토트넘 대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장에서조차 해당 주제에 대한 질문이 수차례 나온 것이 그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종차별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축구계의 큰 문제로 지적되어왔고, 그를 근절하기 위한 많은 축구계 내외부의 노력이 이어졌으나, 잉글랜드 현지에서 느끼는 바로는 그리 크게 달라진 것이 업다. 아니, 체감적으로는 오히려 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프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축구계에서의 인종차별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종차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라는 것.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최고의 방법을 다름 아닌 손흥민이 보여줬다. 

8일(현지시간) 토트넘 훈련장에서 열린 토트넘 대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사전 기자회견에는 손흥민이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응했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경기 전후 기자회견장에 나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맨시티 전을 앞둔 손흥민의 각오, 이번 시즌 전체에 대한 그의 생각 등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잉글랜드 현지 기자들은 수차례 인종차별과 관련된 질문을 손흥민에게 던졌다. 

그 현장에 직접 있었던 기자로서의 생각을 밝히자면, 손흥민에게 그 주제에 대한 질문을 수차례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토트넘 동료인 대니 로즈가 최근 인종차별로 많은 심리적 고통을 받는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맨시티 전을 앞두고 그 경기에 대한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거에 손흥민이 당했던 인종차별에 대한 언급도 나오는 것은 얼마든지 질문을 받는 측이 불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열린 맨시티 기자회견에 참가한 골닷컴 장희언 기자에 의하면, 이 자리에서는 스털링에게 인종차별 주제로 많은 질문이 나왔고, 맨시티 관계자가 다른 질문을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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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집요하다 싶을 정도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아주 차분한 태도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주제로 발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 역시 잉글랜드에 온 후로 몇 차례 인종차별을 겪었다. 최선의 방법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축구에서 어떤 나라에서 왔는지, 어떤 인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축구라는 같은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이다. 우리는 인종차별을 겪는 선수들을 위해 모두 함께 싸워야 한다. 나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종차별이라는 주제에 대한 손흥민의 반응이 인상적인 것은, 그가 단순히 이날 경기장에서 이렇게 말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실제로 경기장 위에서 경기력으로 그런 모습을 실천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밀월 원정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했으나(공식적으로 밝혀진, 그에게 처음 인종차별이 있었던 경기) 바로 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상대 서포터들을 침묵하게끔 했고, 그 후 웨스트햄 서포터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후에는 웨스트햄을 상대로 30m 거리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뽑아내며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그 경기에서 그 골이 터진 후, 그가 웨스트햄 서포터들 앞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조용히 하라'는 듯한 뉘앙스의 세리머니를 한 장면에 대해서는, 그것이 그가 인종차별을 행했던 서포터를 의식해서 한 행동이었든 아니었든 그 자체로 아주 상징적인 축구의 한 장면이었다. 

런던에서, 또 유럽에서 취재현장을 다니는 취재진들 역시 인종차별의 대상이 될 때가 있다. 유럽 축구를 보기 위해 여행을 나온 한국 축구팬들 중에도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겪을 때도 돌아보면 다시 한 번 손흥민의 말이 정답이다. 경기장에서든, 길을 가다가든 어디선가 누군가가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그를 상대하는 최고의 방법은 '무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한가지를 더한다면, 손흥민이 축구 선수로서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듯, 인종차별을 경험하는 저마다의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으로 '인종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일 것이다. 

런던 = 골닷컴 이성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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