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 dejan

[이웃집 K리거] 아직은 축구장이 어울리는 데얀, “코치는 옵션이 아니에요”

[골닷컴] 배가원 인턴기자 = 프로 축구를 시작한지도 벌써 20년이 넘은 데얀은 <이웃집 K리거> 인천 무고사 편을 보고 무고사의 서툰 영어부터 한국에 적응해 가는 모습까지, 마치 10년 전 자신의 모습 같다며 실컷 웃었다. 이제는 발칸 반도 출신 선수들의 형(brate)이자 본보기가 된 그는 은퇴와 축구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만 37세의 나이에도 축구 선수로서 커리어를 유지해 나가는 건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무회전 킥’으로 유명한 호나우딩요는 만 37세에, 리버풀의 영원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는 만 36세에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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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선수란 몸으로 뛰는 직업인만큼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선수 생활이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는 법.
 
데얀은 12시 인터뷰 중 먹은 고기가 그 날의 첫 끼라고 말했다. “거봐 노장이라서 그래”라는 말이 듣기 싫어 꾸준히 관리를 한다는 데얀. 그는 자신이 나이가 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의 빠른 속도 등을 쫓아 가려면 몸이 가벼워야 해서 아침엔 커피만 마신다.
 
이처럼 몇 년간 아침을 거르면서,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드려는 그의 남 모르는 노력 뒤에는 은퇴라는 현실이 있다.
 
데얀은 아직은 몸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은퇴나 그 후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진짜 솔직히 말하면 아무 계획 없어요! 저는 아직 경기장에 집중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아직 제 다리가 몇 년은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도 그나마 생각해 놓은 옵션들 중에 ‘코치’는 없다고 했다. 아직도 경기장에 들어서면 신경이 곤두서는 그는 코치라는 직함을 따라오는 책임감과 스트레스는 피하고 싶어한다.
 
“다들 제가 잘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선수 보는 눈이 있다고요. 그래서 저한테 강요하는 건 아닌데, 가끔 그냥 툭 하고 ‘어 코치!’하고 던지는데, 아니, 아니에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절대 ‘절대’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며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하지만 현재는 코치직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데얀은, 사실 코치보다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그런 영향력이 있는 자리가 본인에게 더 맞는다고 했다.
 
K리그와 한국 축구에 대한 사랑으로 진심 어린 쓴 소리를 한 데얀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있으면 망설임 없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밝혔다. 한국 문화와 축구 모두를 존중하는 그는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필요에 따라 남들과는 다르게 말하고,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한국인이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도해 보고 싶고, 시도할 거예요. 그러니 어쩌면 10년 후엔 단장이나 스포츠 감독 말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곳에서 절 보게 될 수도 있어요!”

선수로서 커리어의 후반부를 달리고 있는 데얀은 2018년 초 8년간 함께 했던 FC서울을 떠나 라이벌 팀인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다. K리그의 가장 치열한 슈퍼매치에서 FC서울 옷을 입고 수원을 상대로 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했던 그는 수원 클럽과 팬들의 예상 외의 격한 환영에 깊이 감격했다.
 
‘첫 인상’, ‘첫 느낌’을 매우 중요시하는 그에게 이런 환영과 환대는 그가 내린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 시켜준 것이다.
 
이런 반응 외에도 데얀이 수원 이적을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데는 바로 수원 삼성의 레전드 염기훈 이 있다.
 
2010년 울산 현대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염기훈은 총 다섯 시즌에 걸쳐 FC서울의 데얀과 그라운드에서 맞붙었다. 상대로 만난 염기훈은 데얀의 눈에 경계 대상 1위였다. 딱 봐도 수원에서 가장 잘하는, 그를 막아야지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그가 제 상대였을 때 저는 동료들에게 ‘염기훈은 최고의 선수야, 최고라고. 그를 막으면 수원을 이길 수 있어’라고 말했어요.”
 
한때 라이벌이었던 염기훈과 동료가 되어 그를 지켜본 결과 데얀은 그를 팀의 리더라고 부른다. 데얀은 해야 할 말을 적합한 때에 올바른 방식으로 할 줄 알며, 어려운 상황에선 먼저 나서 책임을 지려고 하는 염기훈이야 말로 진정한 리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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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위에서 이 둘의 조합은 더욱 빛을 발한다.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과 지난 10년간 경기 당 0.57골로 엄청난 득점력을 자랑하는 데얀의 케미는 후반기에 접어든 2018 시즌 수원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어느덧 열 번째 K리그 시즌을 뛰고 있는 데얀은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재밌으면서도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한국 축구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다는 데얀은 그의 말처럼 아직은 축구장 위에 유니폼 입은 모습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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