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준결승 주역이었던 이영표는 PSV 에인트호벤을 거쳐 토트넘 핫스퍼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뛰면서 비단 한국을 넘어 유럽 무대에서도 명성을 떨쳐왔다. 지난 6월 8일, 도르트문트는 리버풀과 홍콩에서 레전드 매치를 가졌다. 이 레전드 매치에 바로 이영표가 선발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레전드 매치를 시작으로 이영표 선수는 도르트문트와 아시아 내에서 많은 활동을 준비 중에 있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은 이영표 선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르트문트와 분데스리가, 그리고 코리안리거 후배들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보았다.

골닷컴: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 2부와 2군을 포함해 10여 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일 축구가 한국 선수를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또 한국 선수가 독일 진출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영표: 먼저 차범근 감독님이 독일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전설적인 선수 중 한 명으로 남아있고, 또 최근에 손흥민 선수를 비롯해 구자철, 지동원, 박주호 선수도 있었고, 진짜 많은 선수들이 독일에 가서 엄청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사실 차범근 감독님 같은 경우는 정말 특별한 케이스였다고 할 수 있고요.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 유럽에 나간 선수들이 사실상 유럽 진출 1세대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편견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때 나갔던 선수들이 어느 정도 편견을 깼고, 그 후에 온 구자철, 손흥민 같은 선수들이 계속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어? 아시아 선수? 분데스리가에서 충분히 통하네?'라는 인식들이 완전히 퍼져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다보니 이제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한국 선수들을 영입할 때 선입견이 상당히 제거된 상태에서 데려오니까 훨씬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골닷컴: 그러면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 개인적으로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가 있나요?
이영표: 독일에 간 선수들은 사실 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 팀에서 한국 선수들을 영입할 때 간혹 모르는 선수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한국 선수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독일에 알려져 있기도 하고, 나름 구단들 역시 스카우트를 보내거나 비디오 자료 등 여러가지 정보를 동원해서 한국 쪽의 정보를 다 취합한 다음에 선수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일단 독일에 간 선수들은 누구나 다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 받은 선수들이고 다 눈여겨볼 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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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이영표 선수 뿐 아니라 지동원과 박주호 선수도 도르트문트에서 뛴 적이 있는데, 도르트문트가 한국 선수들이 적응하기 쉬운 구단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르트문트가 한국 선수들을 선호하는 편에 속하는지?
이영표: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서 독일에는 모두가 다 알다시피 바이에른 뮌헨이 있어요. 이 팀이 독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독보적이거든요.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4~50%가 바이에른 팬이고, 나머지 5~60%는 바이에른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져 있어요. 그래도 독보적인 바이에른을 위협할 수 있는 팀이 유일하게 도르트문트입니다. 독일 내 강팀인 것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엄청난 명성을 쌓고 있는 도르트문트에 한국 선수들이 유독 많이 갔어요. 그 곳에서 한국 선수들이 굉장히 성실하게 있었고, 인성이라던가 여러가지 요인들이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에 여전히 테크니컬 디렉터나 구단에서도 한국 선수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영입하려는 의지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도르트문트가 한국 선수들이 적응하기에 쉬운 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반반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도르트문트가 강팀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적응하기 쉽다고 할 수 있죠. 아무래도 강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면 약팀을 만났을 때 조금 더 축구하기 편해지니까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팀이기 때문에 그 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것이 쉽지만은 않거든요. 이런 두가지 면을 비교해 봤을 때 한국 선수들이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도르트문트가 한국 선수들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골닷컴: 분데스리가 클럽들은 재정건전성에 있어서 만큼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잖아요. 클럽 운영을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나 노하우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영표: 저는 일단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다른 리그를 보면 몇몇 팀들은 갑자기 새로운 부자 구단주가 부임해서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돈을 쓰기 시작하고 머니 게임을 통해 스타들을 모으면서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이슈화가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질서 면에서는 불공평한 면이 없잖아 있거든요. 독일 분데스리가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담백하고 정직하게 구단을 운영하고, 빚을 내서 무리하게 어떤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지켜나가면서 거기에 알맞는 지출을 합니다. 또 항상 수익에 맞는 지출계획을 세우고 충실하게 따라가기에 재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페인도 한 때 경제가 안 좋아져서 휘청거렸었고, 지금 이탈리아도 경제가 안 좋으니까 리그가 흔들리고 하는데 독일은 재정에 대한 관리를 잘 하기에 이런 일이 없거든요. 축구에 있어서 재정적인 안정성이 중요하기에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보고 배울만한 리그라고 할 수 있죠. 심지어 분데스리가는 강팀들도 재정건전성을 중시 여깁니다. 사실 바이에른 정도면 프리미어 리그의 TOP4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같은 팀들과 경쟁할 수 있는 돈이 없는 팀이 아니거든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쟁에 들어가지 않고 정도를 가는 모습을 봤을 때 저는 상당히 건강한 자세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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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이런 측면에서 분데스리가의 힘은 팬으로부터 나온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프리미어 리그와 분데스리가에서 모두 뛰어본 이영표 선수가 느낀 양 리그 팬 문화의 차이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영표: 영국 축구가 겉으로 보기엔 열정적이고 화려하고 폭발력도 있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성적이 안 좋거나 전반전에 두 골을 실점하거나 하면 중간에 팬들이 나가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하지만 독일은 조금 더 진중하게 본질적으로 팀을 응원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골닷컴: 같이 뛴 선수들을 기준으로 베스트 일레븐을 뽑아 주실 수 있나요? 도르트문트 디렉터가 옆에 계시지만, 객관적으로 뽑아주시면 좋겠습니다(편집자 주: 이영표 선수가 뽑은 베스트 일레븐 명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골닷컴: 가레스 베일 선수를 왼쪽 측면 수비수로 뽑은 게 이례적인 선택인 것 같네요. 당시엔 아직 어린 선수였고, 또 측면 수비수에서 뛰다가 수비적인 문제를 드러내면서 측면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에 대박을 친 케이스잖아요.
이영표: 베일이 윙어로 나간 이유가 당시 토트넘을 지도했던 마틴 욜 감독이 저랑 베일을 같이 쓰고 싶어했던 거예요. 그래서 공격으로 처음에 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뒤에 있으면 너무 불안한데 앞에서 오히려 더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공격 쪽으로 나가기 시작했죠. 그 때는 워낙 어리고 유망주였으니까 왼발을 잘 썼지만 보완할 점이 많았던 친구였죠. 그래도 착하고 성실하고 능력이 있는 친구였던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골닷컴: 토트넘 얘기 나온 김에 이영표 선수가 토트넘에서 뛰던 당시에 대니 로즈가 축구화 닦아줬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영표: 로즈가 왜 축구화를 닦아줬냐면 PSV 에인트호벤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토트넘은 유스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에서 뛰는 1군 선수들의 축구화를 닦아요. 그건 이제 훈육같은 이유로 닦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 친구가 제 축구화를 닦아주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고, 주전 선수의 축구화를 유스 선수가 닦는 게 그게 영국 축구의 전통인 거예요. 그 때 고마우니까 제가 축구화도 주고 그랬었죠. 그러면 고맙다고 하면서 굉장히 좋아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