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남해] 서호정 기자 = 이병근 감독대행은 스스로를 ‘초짜’라 표현하며 몸을 낮췄다. 수원 삼성의 수석코치였던 2018시즌에 서정원 감독이 갑자기 사임해 짧은 기간 감독대행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전북 현대를 상대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대승을 거두는 등 인상적인 모습도 보여줬지만, 긴 관점에서는 승리가 적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팩트’에 대해서도 겸허히 인정한 그는 “시즌 중 갑자기 맡아 내 스스로 실책을 저지른 바도 있었다. 현재는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여서 그런 문제는 줄여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세징야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인 ‘따뜻한 리더’라고 표현하는 이병근 감독대행은 대구가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라는 한 배에 탔다면 서로 신뢰를 보내며 하나의 목표를 바라볼 때 멀리,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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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병근 감독대행과 남해 전지훈련지에서 가진 인터뷰다.
Q. 갑작스럽게 팀을 맡게 됐다. 외부에서는 불안한 시선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본인이 가장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A. 안드레 감독님이 갑자기 떠나셨다. (조광래) 사장님이 쿤밍에서 코칭스태프를 모아 지금 당장 누굴 데려올 상황은 아니라고 애기하시면 수석코치가 맡아줘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하셨다. 그때 처음 이야기를 들었는데, 책임감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전지훈련 도중이었기 때문에 예정된 훈련과 연습경기 스케줄을 소화하는 게 급선무였다. 일단 해 왔던 것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며 선수단에 혼란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절차가 마무리됐다. 남해 전지훈련을 시작하는 날 사장님께서 선수들 앞에서 이제 정식으로 감독님이라 부르라고 하셨다. 그때 본격적으로 부담감과 책임감이 오기 시작하더라. 구단 공식 발표도 그때 났다. 지금은 잘 해내야 하는 임무만 생각하고 있다.
Q. 대구에 대한 상대의 준비와 견제가 한층 강해졌다. 그 부분도 신임 감독에게 어려움이 될 수 있다.
A. 지금 당장 내 축구 색깔을 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작년에 대구가 잘했던 것, 좋은 성과를 냈던 장점을 살리려고 한다. 반면 안 좋은 점도 있는데 그건 보완하고 싶다. 골 결정력 부분이 대표적이다. 작년 3-4-3 전형에서 에드가 홀로 원톱으로 박스에서 싸웠다면 올해는 데얀이라는 선수가 왔기 때문에 그 두 선수를 활용하는 투톱을 형성해 득점력을 더 보완하겠다.
Q. 2018년 수원에서 짧게 감독대행을 했다. 당시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A. 그때는 지금보다 생각할 겨를이 더 없었다. 너무 갑자기 맡아 당황했다. 전북과의 8강 1차전 전날이었다. 그때는 내 스스로 전술을 좀 바꾸려고 하다 실책을 한 것도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 부족함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맡았다. 이 팀의 장점을 잘 살려보고 싶다. 팬들이 기대하는 바도 높다. 거기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고, 선수단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코치진과 함께 맞추고 노력하겠다.
Q. 데얀이라는 이름값 높은 선수가 합류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에 비례할 수 있다. 데얀을 잘 활용해야 대구 입장에서는, 그를 잘 아는 이병근 감독대행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A. 데얀은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 중 한명이었다. 작년에 부진했던 건 사실이다. 명예회복을 위해 강한 의지를 갖고 대구로 왔다. 훈련과 연습 경기를 통해 그런 의지를 충분히 확인하고 있다. 데얀과 수원에서 1년 간 함께 했다. 장점과 단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이해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돕고 싶다. 데얀은 시즌 초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잔디 상태에 예민하고, 상대가 동계 준비를 잘 하고 터프하게 나오면 힘들어 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결과를 낸다.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다. 가진 것이 빠르게 나오지 않아도 신뢰하며 결과로서 답해주는 선수다.
Q. 데얀에 대해 그런 신뢰를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A. 2018년 챔피언스리그 전북전 전에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고민한 적 있다. 당시 데얀은 홀로 상대 수비와 싸우기보다 파트너가 옆에서 적극적으로 경합해주면 자신이 꼭 책임지고 골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 경기에서 데얀이 정말 성과를 냈다.(8강 1차전에서 데얀이 2골을 넣으며 수원이 3-0으로 승리) 데얀은 팀의 신뢰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답을 하는 선수다. 한국 축구의 정서를 잘 안다. 필요하면 전방에서 태클도 적극적으로 하는 선수다. 그런 마인드를 끌어내는 건 지도자의 몫이다. 한두 경기 잘못했다고 해서, 연습 경기에서 부진했다고 해서 그 선수의 프라이드를 건들지 않는다. 나이에 대한 편견과 달리 지구력과 집중력이 여전히 좋은 선수다. 킬러 본능이 거기서 나온다. 그 장점을 잘 활용하고 싶다. 대구라는 배를 탔다. 데얀의 명예 회복을 이끌면 우리 팀에도 도움이 된다. 대구에서 잘 해 내고 지금까지 쌓은 커리어를 명예롭게 마무리했으면 한다.
Q. 세징야가 이병근 감독대행은 따뜻한 마음을 지닌 리더라고 얘기했다
A. 코치 때 무슨 큰 도움이 됐겠나?(웃음) 다시 말하지만 일단 같은 배를 탔다면 공동운명체라고 생각한다. 팀이 하나가 되고, 팬들을 위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 선수만을 챙겨준 건 아니다. 잘 하는 선수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선수, 올라와야 하는 선수들에게 마음을 더 주고 좋은 말 한 마디를 해 주고 싶다. 세징야는 지금도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데, 아직도 감독보다는 형을 편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선수뿐만 아니고 가족들까지도 좀 챙겨야 한다. 한국 생활 자체가 그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작년에 그들과 식사를 몇번 했는데, 앞으로도 더 사줘야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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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현우라는 걸출한 골키퍼가 떠났기 때문에 그 부분도 구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 현대축구에서 골키퍼가 승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 조현우의 이적으로 인한 공백을 어찌 메울 것인지, 걱정하는 시선이 밖에 있다는 걸 잘 안다. 팀은 항상 뛰어난 1번 골키퍼를 찾기 마련이다. 골키퍼 포지션은 1번 선수의 공백을 2번이 메우기 쉽지 않다. 동계훈련 동안 최영은, 이준희 선수가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노력 중이다. 현재 이준희가 부상이 약간 있어서 최영은이 개막전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한두 경기 실수했다고 바로 내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팀에 보탬이 되려면 두 선수 중 누가 주전이 되더라도 일단 어느 정도는 믿어줘야 한다.
최영은은 2018년 하반기에 수원 시절 상대하면서 괜찮은 골키퍼라고 느꼈다. 실제로 당시 조현우가 아시안게임 차출로 빠졌을 때 10경기를 책임졌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한다. (당시 최영은은 10경기에서 13실점, 팀은 7승 3패를 기록했다) 그 때문에 팀 전체가 신뢰하는 부분이 있다. 작년에 전북전에 모처럼 출전해서 퇴장 당하고 팀이 대패한 경기도 있다. 당시 영은이가 경기 하루 전 갑자기 출전이 결정되다 보니 긴장한 부분이 컸다. 그런 경험이 영은이에게는 큰 성장이 됐을 것이다. 올해도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럴 때 팀이 더 믿어줘야 한다. 데얀과 마찬가지다. 이 선수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면 우리는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믿고 지원해야 한다. 물론 내 마음은 처음부터 자기 능력 잘 발휘해서 좋은 활약 했으면 한다. 개막까지 남은 시간 동안 영은이도 더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Q. 10년 넘게 코치 생활을 했다. 감독대행이지만 선수단의 리더로서 한 시즌을 오롯이 이끄는 건 처음인데,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A. 코치 생활을 너무 오래 하다 보니까, 여러 습관이 있다. 사장님께서 해 주신 조언이 있다. “감독은 지적보다는 지시를 해야 한다”고. 머리를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지적이 많으면 선수는 잔소리로 느낀다. 창의력을 방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시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말 한 마디로 선수들이 다 움직일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초짜 감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고, 할 때는 정확하게 하는 그런 것이 감독이 아닌가 싶다. 팀을 위해서라도 빨리 그 답을 찾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