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박문수 에디터 = 이번에는 깰 수 있을까. 필리포 인자기의 은퇴 이후 9번의 저주에 걸린 AC 밀란이 유벤투스로부터 곤살로 이과인을 영입했다.
밀란은 3일 오전(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과인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일단 이과인의 경우 내년 6월까지 임대 이후 완전 이적을 하는 조건으로 밀란에 합류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모두 마치며 밀란에 공식 입성한 이과인은 현지시각으로 3일 구단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밀란 선수로서 첫 발을 내딛을 예정이다.
마티아 칼다라 역시 레오나르도 보누치와 스왑딜 형식으로 밀란에 합류한다. 이과인은 등번호 9번을 그리고 칼다라는 등번호 33번을 받았다. 이번 거래로 밀란은 칼다라와 보누치의 스왑딜을 통해 수비진의 미래를 구축하게 됐다. 칼다라는 로마뇰리와 함께 밀란 후방을 책임질 예정이다.
칼다라의 합류도 고무적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과인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2012년 여름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난 이후, 마땅한 해결사가 없었던 밀란에 이과인은 오랜만에 데려온 거물급 공격수다. 또한, 팀의 새로운 주포 이과인이 2011/2012시즌 인자기의 은퇴 이후 밀란 저주의 상징이 됐던 등번호 9번의 악연을 깰 수 있을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 10년간 이어진 밀란 9번의 상징 인자기
밀란은 그간 뛰어난 9번 공격수들을 대거 배출했다. 스웨덴의 닐스 리드홀름을 비롯해 네덜란드 공격수 마르코 판 바스턴과 라이베리아 대통령으로도 유명한 조지 웨아가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웨아 이후, 마땅한 9번 공격수가 없었던 밀란은 2001년 인자기를 데려오며 이러한 고민을 해결했다.
위치 선정의 달인으로 불렸던 인자기는 2001/2002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밀란 공격수로 나서며, 때로는 주전으로서 그리고 때로는 슈퍼 조커로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2006/2007시즌에는 안드리 세브첸코의 이적 속에서도, 밀란 전방의 해결사로서 활약하며 팀의 유럽 정상을 이끌었다. 이후 다소 내림세였지만, 조커로서 인자기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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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자기 은퇴 이후, 지속된 밀란 9번의 저주
그러나 2012년 인자기가 은퇴를 선언한 이후, 밀란의 9번은 저주의 상징이 됐다. 첫 번째는 파투였다. 세브첸코의 후계자로 불리며 인테르나시오날을 떠나 2008년 1월 나폴리전을 통해 밀란 데뷔전을 치렀던 그는 오랜 기간 등번호 7번을 달며 활약했지만, 인자기 은퇴 이후인 2012/2013시즌부터는 밀란의 새로운 9번으로 낙점됐다.
7번의 파투와 9번의 파투는 너무나도 달랐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잦은 부상에 다시 한 번 발목이 잡혔고 반 시즌 만의, 브라질의 코린치안스로 이적했다. 9번을 단 파투의 공식 기록은 컵대회 포함 7경기 2득점이 전부였다. 리그에서는 부상을 이유로 18경기 중 12경기를 결장했고 2경기는 벤치를 지켜야 했다.
파투의 뒤를 이어 등번호 9번을 받은 선수는 알레산드로 마트리다. 칼리아리 시절부터 알레그리 전 감독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마트리지만, 밀란에서는 부진의 연속이었다.
이후 9번을 단 선수들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마트리의 뒤를 이어 토레스가 팀의 새로운 9번의 주인공이 됐지만, 10경기 1골이 전부였다. 반 시즌 만의 아틀레티코로 떠난 토레스의 뒤를 이어 데스트로가 등번호 9번을 받았지만, 15경기에서 3골을 넣는 데 그쳤다.
토레스와 데스트로의 뒤를 이어 루이스 아드리아누가 밀란에 입성해 등번호 9번을 받았지만, 9번의 저주는 계속됐다. 당시 아드리아누는 한 시즌 동안 29경기(15경기 선발)에 나와 6골 4도움을 기록했다. 최전방 공격수라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기록이다. 그 다음 공격수 잔루카 라파둘라의 경우 29경기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했지만, 주전이 아닌 주로 로테이션 자원이었다. 다른 공격수들보다는 기록이 준수했지만, 팀의 주포라 하기에는 분명 부족한 수치였다.
지난 시즌에는 안드레 실바가 밀란의 새로운 9번 주인이 됐다. UEFA 유로파리그에서는 14경기에 나와 8골 1도움을 기록했지만, 리그에서는 2골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26라운드까지는 무득점이었다. 컵대회에서는 몰라도, 리그에서의 실바 역시 앞서 말한 선수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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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증된 공격수 이과인, 밀란 9번의 저주 깰까
인자기 이후 밀란 9번의 공통점은 모두 아킬레스건이 있었다는 점이다. 몇몇 선수는 부상과 이에 따른 컨디션 난조 속에서 9번을 그리고 또 다른 몇몇 선수는 애당초 클래스가 부족한 경우였다.
이과인은 다르다. 기록이 말해준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나폴리로 둥지를 옮긴 이후 이과인은 146경기에서 91골(컵대회 포함)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득점력을 보여줬다. 세리에A 기준으로만 104경기(94경기 선발) 71골 16도움을 기록한 이과인이다. 특히 2015/2016시즌에는 리그에서만 36골을 터뜨리며 경기당 한 골에 육박하는 득점력으로 이탈리아 축구사를 새롭게 장식했다.
유벤투스에서도 이과인은 105경기에 나와 55골 12도움을 기록했다. 리그에서는 73경기(64경기 선발) 40골 10도움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마땅한 전방 공격수가 없었던 밀란으로서는 이과인의 합류는 그간 이어진 등번호 9번의 저주를 깰 적임자를 찾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