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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선수, 해외 조기 축구유학 쉽지 않다 [최호영의 축구행정]

PM 6:17 GMT+9 19. 12. 13.
K리그 U14 & U15 챔피언십
골닷컴 외부 필진 칼럼 - 최호영의 축구행정

[골닷컴]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출신 백승호, 이승우와 발렌시아의 이강인 같은 선수들의 공통점은 어린 나이에 해외 축구 유학을 떠난 후 프로선수가 된 사례다. 이런 선수들이 연령별 및 성인 국가대표가 되어 활약함에 따라 많은 축구선수 학부모가 자녀의 해외 유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세계축구연맹(FIFA)의 마이너 트랜스퍼 밴(Minor Transfer Ban)이라는 규정에 의해 유소년 선수의 해외 유학이 쉽지 않다. 다시 말해, 18세 미만 선수가 해외 구단 유스 팀으로 이적하려면 부모가 직업상 부득이하게 해당 국가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혹 부모가 조건을 충족하여 이주하더라도 자녀는 각국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가장 높은 레벨의 리그에는 정식 등록해서 선수 활동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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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90년대와 2000년대 행해진 무분별한 유소년 선수 이적이 있다. 그 시기 많은 에이전트가 한번에 수십, 수백명의 10대 아프리카 선수들을 유럽으로 데려와 여러 구단에 테스트를 주선했다. 그들은 테스트에 통과한 선수들만 관리하고, 실력이 충분하지 않아 떨어진 선수들은 방치했다. 수천명의 아프리카 선수들은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한 채 방황했고,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이르렀다. 이에 따라 FIFA는 유소년 선수의 이적을 철저히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게 되었다.

‘골닷컴’을 통한 앞선 칼럼에서도 브라질 조기 축구유학 붐의 실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FC서울의 박주영이 고등학교 시절 브라질로 유학 갔던 시기인데, 제대로 된 프로그램 없이 부모와 선수를 그저 상술로만 대하며 피해를 입힌 사례가 꽤 많이 보고되었다. 지금도 이와 같은 사례가 여전한 듯하다. 2019년 초에도 스페인 축구유학 사기와 관련된 뉴스들이 보도되었다.

그렇다면 FIFA 규정과 더불어 조기 축구유학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축구를 위한 유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직도 많은 축구유학원, 에이전트들이 유럽이나 남미에 진을 치고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규정상 유/청소년 선수가 홀로 떠나, 각국 협회에 등록해 정식 리그 및 연령별 최상위 리그에 참가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역 축구협회가 운영하는 리그, 지역 클럽간 대회 등 비공식 경기에는 참여가 가능할 수 있지만, 굳이 비정상적이고 비정기적인 대회 참가를 위해 유학을 택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둘째, 부모가 이주할 수 있더라도 지역 이민관계기관, 축구협회 등은 부모의 이민 목적까지 확인한다. 대한축구협회 근무 당시, 서유럽 주요 리그의 어느 구단이 한국의 재능 있는 청소년 선수에게 오퍼를 했던 사례가 있다. 해당 클럽은 FIFA 미성년 선수 이적 규정을 피하기 위해, 기술을 가진 부모의 이민 후 직업까지 알선했다. 하지만 이를 미심쩍게 여긴 해당국가의 이민관계부서와 축구협회는 그 부모의 직업이 지역 내에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직종인데 굳이 선수 부모를 채용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선수의 이적 때문에 부모가 직업을 구하게 되어, 취업비자 발급을 요구한다고 결론을 내어 끝내 이적을 무산시킨 사례도 있었다.

셋째, 중학교 시기 유학의 경우, 유럽 클럽은 연령별 대표선수 선발 경험이 있는지 확인한다. 초등학교 시기라면 반드시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기본적으로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리그는 신체적 조건과 경쟁력을 기본 바탕으로 가지고 있어야만 프로선수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스카우터들은 선수의 신체 발달 상황 및 부모의 신체 조건을 확인한다. 서유럽 클럽 선수 육성의 기본은 프로선수가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그것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선발되기 어렵다.

넷째, 위에서 언급한 사항을 충족시켜 유럽에 진출하게 되더라도, 프로선수가 되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프로선수가 되었다고 해도 리그 규정상 외국인 쿼터가 적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스페인에서 청소년 시기부터 성장한 백승호도 외국인 쿼터로 인해 정기적인 경기 출전에 지장을 받았다. 그후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다름슈타트로 이적하며 올 시즌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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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조기 축구유학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물론 초/중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국내의 교육 환경이 맞지 않고 경쟁에서 밀려, 더 나은 환경의 축구를 경험해보고, 또 언어까지 습득할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축구 유학이 아닌 일반 유학을 권하고 싶다. 현지 구단을 알선해주는 축구유학원이나 축구유학 에이전트가 없이, 일반 유학으로 진학을 하고, 해당 학교 혹은 지역의 클럽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그렇게 실력을 인정받는다면, 해당 지역의 프로축구단 스카우팅 시스템에 포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유럽의 지역 스카우팅 구조는 한국보다 촘촘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지면 반드시 확인하러 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프로 구단의 스카우터가 자발적으로 유소년 선수를 보러 올 정도라면 앞서 언급한 어려운 점들을 그 구단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여, 해당 선수를 클럽에 소속시킨다.

국내의 축구 육성 환경이 맞지 않는 선수들도 있을 수 있고, 어린 나이에 유럽에서 축구를 한다면 더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독일 등 유럽으로 진출하는 학생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18세가 된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조기 유학 선수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상황 및 분위기에 의한 결론은 축구로 승부를 보려면 일단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이후 성인이 되는 시점에 해외진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부에서 재무학을 전공, 리버풀 축구산업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06년부터 7년 간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발전기획팀, 기술교육국에서 근무하였다. 부산아이파크 홍보마케팅 실장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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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Getty Images, 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