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y

'유로 최다 진출' 독일의 저력, 창이 없으면 방패로 때린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독일이 중앙 수비수 마티아스 긴터와 후방 플레이메이커 토니 크로스의 골에 힘입어 벨라루스를 4-0으로 꺾고 유로 2020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독일이 보루시아 파크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유로 2020 C조 예선 7차전 홈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독일은 통산 13번째 유로 본선에 진출했다. 이는 유로 참가국들 중 최다 유로 본선 진출에 해당한다.

더 놀라운 점은 독일이 13회 연속 유로 본선에 진출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 역시 당연히 최다이다. 2위는 프랑스로 8회 연속 유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유로가 1976년 대회까지는 동서 냉전 문제로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예선전을 치른 후 동유럽 두 팀과 서유럽 두 팀이 4강 토너먼트로 유로 본선을 치렀기에 당시엔 유로 진출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독일은 르로이 사네가 지난 8월 초에 십자인대가 파열이 되는 심각한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이번 A매치 기간을 앞두고 마르코 로이스마저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독일은 벨라루스전에 세르게 그나브리와 티모 베르너에 더해 중앙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를 공격수로 전진 배치하면서 공격 스리톱을 형성해야 했다.

독일은 벨라루스전을 앞두고 네덜란드-북아일랜드와 치열하게 선두권을 경쟁 중에 있었다. 네덜란드와의 승점 15점으로 동률이었으나 상대 전적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었고, 북아일랜드와의 승점 차는 3점 밖에 나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독일의 유로 2020 예선 최종전 상대가 다름 아닌 북아일랜드였다. 독일-벨라루스전이 진행되고 있었던 시간에 북아일랜드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추가했다. 즉 독일에 벨라루스전에 승리하지 못했다면 자칫 최종전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 직행에 실패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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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가 절실했던 만큼 독일은 시작부터 파상공세에 나섰다. 전반에만 무려 24회의 슈팅을 시도하는 괴력을 과시한 독일이다(통상적으로 슈팅 숫자는 전후반 풀타임 기준 20회만 되도 많은 편에 속한다).

많은 슈팅 시도에도 독일은 로이스와 사네의 공백으로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다수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을 향하거나 골대를 크게 넘어갔다. 도리어 39분경엔 수비 진영에서 공격으로 나가는 가로채기를 당하는 우를 범하면서 먼저 실점을 허용할 뻔 했으나 주장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벨라루스 공격수 이고르 스타세비치의 강력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선방해준 덕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위기 뒤에는 찬스라고 했던가? 독일은 스타세비치에게 슈팅을 허용하고 곧바로 2분 뒤(41분)에 먼저 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중앙 수비수 긴터였다. 그나브리의 측면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긴터가 센스 있는 뒷발꿈치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수비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전반전 종료 4분을 남긴 시점에서 나온 귀중한 선제골이었다.

긴터의 골이 터져나오자 독일은 후반 들어 한층 더 여유있게 공격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후반 초반 2골을 몰아넣으며 승기를 잡아나갔다.

먼저 후반 3분경 측면 깊숙히까지 공격에 가세한 긴터가 상대 수비 다리 사이로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걸 그나브리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상대 선수 맞고 밖으로 나갔다. 곧바로 이어진 코너킥 찬스에서 독일 후방 플레이메이커 크로스의 땅볼 크로스를 긴터가 영리하게 뒤로 흘려주면서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유인했고, 이를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고레츠카가 논스톱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이어서 후반 9분경, 긴터가 횡패스를 내준 걸 크로스가 정교한 오른발 논스톱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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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에게도 득점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벨라루스는 후반 29분경 독일 수비 라인 뒷공간을 파고 든 측면 미드필더 파벨 네카이치크가 공격수 비탈리 리사코비치의 스루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로빈 코흐에게 걸려넘어지면서 페널티 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노이어 골키퍼가 스타세비치의 페널티 킥을 선방하는 괴력을 과시하면서 벨라루스의 추격 의지를 완벽하게 꺾어놓았다.

결국 독일은 경기 종료 7분을 남기고 중앙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간의 패스를 받은 크로스가 센스 있게 돌아서면서 상대 수비 한 명을 제치고선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4-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경기에서 독일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중에서 득점을 책임져야 할 베르너와 그나브리, 이 두 선수의 결정력이 그리 좋지 못한 편에 속했다. 베르너는 무려 7회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유효 슈팅은 단 1회가 전부였다. 그나브리는 5회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유효 슈팅이 전무했다. 이래저래 사네와 로이스의 빈 자리가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독일이었다. 하지만 독일엔 창보다 더 강한 방패가 있었다. 바로 긴터와 크로스가 그 주인공이다.

긴터는 공격수 뺨치는 테크닉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시종일관 최전방까지 올라가 공격에 가세하는 모습이었다. 비단 골만이 아닌 긴터는 14분경에도 상대 수비수 다리 사이로 강력한 슈팅을 가져갔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는 긴터가 선제골을 넣기 전까지 독일이 기록했던 가장 골에 근접했던 슈팅이었다. 게다가 독일의 추가골에서도 긴터는 센스 있는 흘려주기로 간접적으로 관여했고, 3번째 골을 직접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긴터는 프라이부르크 유스 시절부터 공격력이 뛰어난 수비수로 유명세를 떨친 선수다. 실제 그는 프로 데뷔 초창기에 프라이부르크 팀 사정에 따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 심지어 최전방 공격수까지 소화하던 선수다. 프라이부르크 구단 역대 최연소 골 기록자 역시 다름 아닌 긴터(만 18세 2일)이다. 게다가 긴터는 2015/16 시즌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역할을 주로 수행하면서 3골 7도움을 올린 바 있다. 2017/18 시즌엔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소속으로 5골 2도움을 기록하며 골 넣는 수비수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번 벨라루스전은 현재 긴터의 소속팀 묀헨글라드바흐 홈구장 보루시아 파크에서 열렸다. 이래저래 긴터 입장에선 의미있는 경기였다. 그는 익숙한 곳에서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면서 감격적인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최근 긴터가 공식 대회에서 넣은 6골이 바로 보루시아 파크에서 기록한 것이다.

크로스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크로스는 2골 1도움은 물론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8회의 슈팅을 시도해 5회를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다.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도 4회를 기록하면서 찬스메이킹에 크게 기여했다. 심지어 드리블 돌파 역시 4회를 성공시킨 크로스이다.

크로스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했으나 원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천재 공격형 미드필더로 명성을 떨치던 선수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당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던 크로스이다. 요슈아 킴미히와 일카이 귄도간의 보호 속에서 자유롭게 공격을 감행한 크로스는 2014 월드컵 브라질과의 준결승전(1골 1도움)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서 한 경기 2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과거 공격형 미드필더 시절의 퍼포먼스를 재연했다.

이렇듯 독일은 공격 쪽에서 부상자들이 발생하면서 다소 전력 누수가 발생했으나 수비 쪽에 위치한 선수들이 공격을 이끌면서 대승과 함께 유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할 수 있고, 창이 없으면 방패로 때리는 독일이다. 이것이 독일이 유럽 국가들 중 가장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원동력이자 저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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