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수문장 다비드 데 헤아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유난히 정면 슈팅에 약점을 드러내면서 팀에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
맨유가 잉글랜드 축구 성지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9/20 시즌 FA컵 준결승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이와 함께 결승 진출에 실패한 맨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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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맨유 입장에서 고민거리는 데 헤아가 또 다시 정면으로 오는 슈팅을 실점으로 허용했다는 데에 있다. 먼저 데 헤아는 전반 추가 시간에 첼시 수비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의 땅볼 크로스에 이은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의 논스톱 슈팅에 실점을 허용했다. 이는 데 헤아 바로 앞에서 방향만 바꾸는 강력한 슈팅이었기에 실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정면성 슈팅이었던 데다가 데 헤아 손에 맞고 뒤로 흐르면서 골이 됐기에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데 헤아가 보통 골키퍼도 아니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두 번째 실점에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맨유 왼쪽 측면 수비수 브랜던 윌리엄스가 첼시 오른쪽 윙백 리스 제임스의 압박에 밀리면서 급하게 횡패스를 한다는 게 첼시 공격형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에게 패스를 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를 잡은 마운트가 치고 들어가다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문제는 이 슈팅 역시 골키퍼 정면성 슈팅이었다는 데에 있다. 아무리 빠르고 낮게 깔려들어오면서 데 헤아 앞에서 바운드가 됐다고는 하지만 옆구리 사이로 흘릴 만한 성질의 건 아니었다. 명백한 데 헤아의 실수였다고 할 수 있겠다.
도리어 데 헤아는 후반 13분경 지루의 슈팅이 맨유 수비형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 다리 맞고 굴절되어 역동작이 걸렸음에도 몸을 날려 선방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어서 후반 28분경에도 제임스가 골문 앞에서 시도한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향하는 헤딩 슈팅까지 선방해냈다. 이 두 번의 슈팅은 데 헤아가 실점했던 2골보다 더 막기 힘든 슈팅이었다. 다소 막기 쉬운 슈팅을 실점으로 허용하고 정작 어려운 걸 막아낸 데 헤아였다.
하지만 이미 데 헤아의 실수로 점수 차가 2골 차로 벌어졌던 데다가 위에서 언급한 제임스의 헤딩 슈팅을 데 헤아가 막고서 곧바로 이어진 수비 상황에서 맨유 핵심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가 첼시 왼쪽 윙백 마르코스 알론소의 크로스를 태클로 차단한다는 게 자책골로 연결되면서 사실상 승패는 결정이 나고 말았다. 맨유는 경기 종료 6분을 남기고 공격수 앙토니 마르시알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차분하게 넣으면서 뒤늦은 추격에 나섰으나 1-3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문제는 데 헤아의 실수가 이번 FA컵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미 이번 시즌 EPL만 놓고 보더라도 벌써 3실점을 비슷한 상황에서 허용한 바 있는 데 헤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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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데 헤아는 왓포드와의 18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5분경 이브라히마 사르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음에도 손으로 잡으려다가 놓치면서 실점을 허용하는 말이 나오지 않는 기초적인 실수를 범했다. 결국 이 경기에서 맨유는 0-2로 패했다.
이어서 토트넘과의 30라운드 경기에서 데 헤아는 스티븐 베르흐바인이 먼거리에서 과감하게 때린 정면성 슈팅을 제대로 쳐내지 못하면서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워낙 강력한 슈팅이긴 했으나 명백한 실수였다. 이에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로이 킨은 "내가 선수였다면 하프 타임에 데 헤아에게 주먹을 휘둘렀을 것이다. 또한 경기 끝나고 구단 버스에 타지도 못하게 하고 맨체스터까지 알아서 오라고 했을 것이다. 데 헤아는 가장 과대평가된 골키퍼이다. 역겨울 지경이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결국 이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다시 본머스와의 33라운드 데 헤아는 경기 시작 15분 만에 주니오르 스타니슬라스가 각도 없는 곳에서 때린 슈팅에 속절없이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스타니슬라스의 슈팅이 워낙 강하긴 했으나 데 헤아가 각도를 잘 좁혔던 만큼 막아낼 수 있었던 골이었다. 물론 데 헤아 바로 앞에서 스타니슬라스에게 속칭 '알까기(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드리블을 지칭하는 표현. 영어로는 Nutmeg이라고 한다)'를 당한 매과이어의 실수가 더 결정적이었다고는 하지만 데 헤아의 골키핑 역시 아쉬웠던 건 매한가지였다.
데 헤아는 2017/18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맨유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가진 수호신 그 자체였다. 당시 맨유는 경기 내용에 있어선 그리 좋지 못했음에도 데 헤아가 매경기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쳐준 덕에 단 28실점 만을 허용하면서 EPL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27실점) 다음으로 적은 실점을 기록한 팀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가 있었기에 맨유가 2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는 해당 시즌 EPL에서 18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명실상부 EPL 최고의 골키퍼였다.
하지만 데 헤아는 여름에 있었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특히 포르투갈과의 1차전에서 전반 종료 직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중거리 슈팅을 손으로 잡으려다가 놓치는 우를 범한 것. 결국 경기는 3-3 무승부로 막을 내렸고, 데 헤아는 4경기에서 선방 1회에 그치면서 러시아 월드컵 최악의 골키퍼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이후 데 헤아는 대표팀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2019년 접어들어 스페인 주전 골키퍼 자리를 케파 아리사발라가에게 내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맨유에서도 지난 시즌부터 이전만한 위용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이상할 정도로 낮게 깔려오는 정면성 슈팅에 취약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월드컵에서의 실수가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다.
당연히 영국 현지에선 원래 맨유 소속이지만 이번 시즌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임대로 뛰면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딘 헨더슨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줘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SNS상에서도 데 헤아의 골키퍼 장갑이 축구공 모양으로 크게 뚫여있는 모습이라던가 버터를 양손에 들고 있는 합성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이번 시즌 선방률만 놓고 보면 헨더슨이 76.6%로 데 헤아(72.5%)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아무리 힘든 슈팅들을 잘 막더라도 쉬운 슈팅을 실점으로 허용하면 선수 본인은 물론 선수단 전체에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기 쉽상이다. 데 헤아 스스로가 이 문제를 이겨낼 필요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