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탈란타 에이스 요십 일리치치가 전매특허와도 같은 왼발 슈팅으로 무려 4득점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역사에 본인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아탈란타가 메스타야 원정에서 열린 발렌시아와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4-3 신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아탈란타는 2전 전승에 1, 2차전 도합 스코어에서 8-4로 크게 앞서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챔피언스 리그에서 8강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 중심엔 바로 에이스 일리치치가 있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드리블로 상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간 일리치치는 발렌시아 수비수 무크타르 디아카비가 태클하는 과정에서 접는 동작으로 파울을 얻어냈다. 그는 본인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차분하게 성공시키며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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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에서 1-4 대패를 당했기에 8강 진출을 위해선 대승이 필요했던 발렌시아는 공세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20분경 로드리고 모레노의 스루 패스를 아탈란타 수비수 호세 루이스 팔로미노가 태클로 저지한 걸 발렌시아 공격수 케빈 가메이로가 가로채선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또다시 수비 실수로 페널티 킥을 내주면서 자멸하고 말았다. 40분경 아탈란타의 스로인 공격 과정에서 디아카비가 일리치치의 침투를 막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핸드볼 반칙을 저지른 것. 결국 일리치치가 또다시 페널티 킥을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아탈란타가 전반전을 2-1로 앞서면서 마무리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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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초반 발렌시아의 공세가 이어졌다. 먼저 후반 5분경, 이번에도 아탈란타 수비수 팔로미노가 미끄러지는 우를 범했고, 이를 가로챈 로드리고가 발재간을 부리면서 상대 수비들을 유인한 후 센스 있는 힐패스를 내준 걸 발렌시아 주장 다니 파레호가 중거리 슈팅으로 가져간 것. 파레호의 슈팅이 수비 맞고 흘렀으나 발렌시아 신예 측면 공격수 페란 토레스가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가메이로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추격에 나섰다.
이어서 후반 22분경, 파레호의 로빙 패스를 받은 토레스가 골키퍼 키 넘기는 로빙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2차전 스코어에선 3-2로 역전에 성공한 발렌시아이다. 다 꺼져가던 8강 진출 희망의 불씨가 미약하게나마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일리치치가 찬물을 끼얹으면서 그 작은 불씨마저 완벽하게 진화해버렸다. 일리치치는 후반 25분경, 역습 과정에서 홀로 수비 진영에서 공격 진영까지 홀로 볼을 몰고 가다가 측면으로 패스를 내주었고, 아탈란타 공격수 두반 사파타의 리턴 패스를 받아 전매특허와도 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그는 경기 종료 8분을 남기고 아탈란타 미드필러 레모 프로일러의 패스를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며 4-3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일리치치의 일리치치를 위한 일리치치에 의한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아탈란타가 기록한 전체 슈팅은 11회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6회를 일리치치가 책임졌다. 게다가 슈팅 6회 중 유효 슈팅은 4회였는데 모두 골로 연결되는 정교함을 과시했다. 무엇보다도 4골이 모두 왼발킥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가 왜 왼발의 달인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만 32세 41일의 나이에 해트트릭을 달성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역대 원정 경기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자로 등극했다. 게다가 리오넬 메시(2009/10 시즌 아스널과의 8강 2차전과 2011/12 시즌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16강 2차전)와 마리오 고메스(2011/12 시즌 바젤과의 16강 2차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012/13 시즌 레알 마드리드와의 준결승 1차전)에 이어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한 경기 4골을 넣은 4번째 선수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원정 4득점은 일리치치가 최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이미 지난 발렌시아와의 16강 1차전에서도 골을 넣었는데 이번에 4골을 추가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홈-원정 1, 2차전 도합 5골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그는 메시(2011/12 시즌 레버쿠젠과의 16강전 도합 6득점)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016/17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의 준결승 1, 2차전 도합 5득점)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1, 2차전 도합 5골 이상 득점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한 경기로 챔피언스 리그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일리치치인 것이다.
그는 팔레르모(2010-2013)에 입단한 이래로 피오렌티나(2013-2017)와 아탈란타(2017-현재)를 거치면서 지난 10년간 세리에A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팔레르모와 피오렌티나, 아탈란타 모두 챔피언스 리그와는 거리가 있는 구단이다 보니 세리에A에 관심이 있는 팬들이 아니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던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스 리그를 통해 그는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다소 늦은 나이라고는 하더라도 본인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