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에 대형 사건이 터졌다. 3-2로 승리한 볼프스부르크와의 2020/21 시즌 분데스리가 29라운드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플릭 감독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것.
그는 이에 대해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과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이 끝나고 내 계약 기간을 조기에 매듭짓고 싶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바이에른이라는 팀과 동행할 수 있게 해준 점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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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누구인가? 원래 바이에른 수석 코치였으나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11라운드에 감독으로 승격한 그는 흔들리던 팀을 정상화 시키면서 트레블(챔피언스 리그, 분데스리가, DFB 포칼 3관왕)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 역시 FIFA 클럽 월드컵과 UEFA 슈퍼 컵, DFL 슈퍼컵 우승을 이끌어내면서 2009년 바르셀로나에 이어 축구 역사상 2번째로 6관왕에 올랐다.
그는 바이에른 지휘봉을 잡고 81경기에서 67승을 거두며 83%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바이에른 감독 역대 최고 승률에 해당한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과 별개로 그는 감독 부임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하산 살리하미치치 단장과 마찰을 빚어오고 있었다. 독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플릭은 티모 베르너와 카이 하베르츠, 세르지뇨 데스트, 이반 페리시치 같은 선수들 영입을 원했으나 정작 살리하미치치는 에릭 막심 추포-모팅, 마르크 로카, 부나 사르, 더글라스 코스타 같은 선수들을 영입한 것.
가장 최근에 둘이 마찰을 빚은 사안은 바로 제롬 보아텡과의 재계약 문제였다. 플릭은 보아텡과 재계약을 하길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살리하미치치는 이를 원치 않았기에 선수 측에 재계약 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함과 동시에 PSG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바로 전 날에 언론을 통해 보아텡과의 재계약이 결렬됐음을 알렸다.
당연히 바이에른이 1차전에 PSG에게 2-3으로 패하자 기자회견에서 살리하미치치 단장의 보아텡 관련 발언이 팀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에 플릭은 "난 프로기에 경기와 관련된 얘기만 할 것이다"라고 답하면서도 "모든질문에 항상 답할 수는 없다. 난 때로는 약간 연기도 해야 한다"라며 은연 중에 살리하미치치의 발언에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이렇듯 플릭이 살리하미치치와 마찰을 빚고 있는 동안 독일 축구협회가 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플릭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독일 역시 요아힘 뢰브 감독이 유로 2020 본선을 끝으로 사임할 예정이기에 그의 후임이 필요했던 것. 아직 플릭의 차기 행선지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독일 대표팀이 유력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플릭의 계약 기간에 있다. 플릭은 바이에른과 2023년까지 계약을 체결 중에 있다. 즉 바이에른이 상호 합의하지 않으면 위약금 지불 등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2023년까지 감독 직을 이어가야 한다. 플릭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감독 사임 의사를 표명하는 자리에서 "아직 바이에른과의 계약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나 역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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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바이에른 구단 측에서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바이에른 측은 "플릭이 지난 주에 감독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라며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시켜주었다. 다만 바이에른은 "당시 플릭은 볼프스부르크와 바이엘 레버쿠젠, 그리고 마인츠로 이어지는 중요 일정까지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플릭의 일방적인 발표에 동의하지 않고, 마인츠와의 경기가 끝난 후 회의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바이에른은 플릭을 지지하는 파와 살리하미치치를 지지하는 파로 양분되어 있다. 칼-하인츠 루메니가 CEO와 상당수의 보드진은 물론 코칭 스태프들은 플릭을 지지하고 있다. 문제는 오랜 기간 바이에른을 장악했던 전임 회장 울리 회네스가 살리하미치치를 지지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플릭의 거취가 어떤 식으로 정해질 지는 4월 24일에 있을 마인츠전이 끝나고 난 뒤에서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