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올 시즌 ‘병수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K리그에서 보기 드문 전술 열풍을 일으킨 강원FC는 시즌 초만 해도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차례로 떠난 반면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외국인 선수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젊은 유망주 중심의 영입을 했기 때문이다.
극적인 승격으로 2017년 1부 리그로 복귀하고 초반에는 과감한 선수 영입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목표로 했던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실패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그 과정에서 매년 감독 교체를 했고, 변화와 도전을 외친 조태룡 전 대표이사도 경영을 둘러싼 비위 혐의 끝에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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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팀으로 거듭나야 했던 강원의 선택은 ‘전술가’로 명성을 떨친 김병수 감독을 믿는 것, 그리고 젊은 선수 중심의 리빌딩에 베테랑의 경험을 입히는 것이었다.
시즌 일정의 75%를 지나간 현재 강원은 기대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승점 45점으로 리그 4위를 기록하며,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 가능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더 이상 화려한 스쿼드는 없지만, 팀이 보유한 능력을 120% 발휘하고 있다. 김병수 감독의 전술적 능력도 스쿼드의 약점을 메우는 중요한 힘이다.
정조국, 오범석, 김호준 등 베테랑과 신광훈, 한국영, 윤석영처럼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이 있지만 강원의 힘은 젊은 선수들의 약진에서 나온다. 지난 2년 간 대학무대의 숨은 진주를 부지런히 스카우트 했고 그들이 김병수 감독의 축구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김지현이다. 김지현은 지난 15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29라운드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프로에 데뷔한 지난 시즌 12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인 그는 올 시즌 27경기에서 10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제리치, 무고사, 박용지와 함께 득점 공동 6위권이고 국내 선수 중에서는 김보경(11골) 다음으로 많다.
고교 시절 부상으로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은 김지현은 프로팀 입단 당시 거의 주목 받지 못했다. 김해 인제대에서 2학년까지 마친 뒤 원주 한라대로 편입했고 U리그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강원이 영입했다. 측면과 최전방을 모두 소화하는 김지현은 184cm, 80kg의 당당한 체격 조건을 이용해 문전에서의 집중력 높은 공격과 적극적인 전방 압박, 수비 모두 능해 ‘병수볼’의 주요 공격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던 젊은 선수의 가능성을 끄집어 내는 것은 이제는 리그 상위권 선수 영입이 불가능해진 강원이 앞으로 이어가야 할 팀 운영의 기본 원칙이다. 강릉제일고(U-18), 주문진중(U-15)의 유스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아직 다른 팀에 비해 자제 육성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은 강원으로서는 평가절하된 대학 무대의 유망주를 데려올 수밖에 없다.
강원은 올 시즌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김지현 뿐만 아니라 조재완, 이영재, 이현식, 강지훈, 김현욱, 박창준 등이 1군에서 꾸준히 활약 중이다. 조재완 역시 지난 시즌 서울 이랜드에서 프로에 데뷔했지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강원으로 이적해 8골 2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다. 이영재는 여름이적시장에서 강원이 제리치를 경남으로 보내고 현금과 선수를 받는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왔다. 강원 유니폼을 입고 6경기에서 3골 3도움을 기록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중이다.
김병수 감독의 축구는 복잡하고 어려운데 오히려 젊은 선수들이 새로운 축구를 스폰지처럼 빨아들인다는 평가도 있다. 조재완, 이영재, 김현욱의 경우는 대학 시절 상대팀인 영남대 감독이었던 김병수 감독의 축구에 매력을 느끼며 강원행을 택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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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의 경우 종반을 향해 가는 올 시즌 영플레이어 수상 1순위로 급부상했다. 이동경(울산, 20경기 3골 3도움), 이수빈(포항, 21경기 1골 1도움), 정승원(대구, 24경기 2골)도 거론되지만 김지현은 자신의 포지션 특성을 잘 살린 많은 공격포인트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김지현의 성공은 강원이 젊은 선수를 잘 키우고 활용하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해 줄 수 있는 상징적 결과물이다. 또한 팀의 미래 전략에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성과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