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 vs 베티스Getty Images

‘영입 제로’ 발렌시아, 강등권에 가까운 공격력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리가)에서 나름 손꼽히는 명문에 해당하는 발렌시아가 영입 시장에서 주축 선수들을 대거 판매하고도 영입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즌 초반 경기 내용에서 극도의 부진을 드러내고 있다.

발렌시아가 메스타야 홈에서 열린 레알 베티스와의 2020/21 시즌 라리가 5라운드에서 졸전 끝에 0-2로 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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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보다도 내용이 더 처참한 수준이었다. 발렌시아는 이 경기에서 슈팅 5회가 전부였다. 이는 베티스 슈팅 숫자(17회)의 3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베티스 에이스 나빌 페키르가 홀로 5회의 슈팅을 기록하면서 발렌시아 팀 슈팅과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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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발렌시아는 55분경까지 슈팅 2회 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이강인이 교체 투입된 이후 3회의 슈팅을 가져갈 수 있었던 발렌시아였다. 이강인은 35분 출전에 그쳤음에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기록했다.

더 큰 고민거리는 바로 발렌시아의 경기력이 날이 갈수록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데에 있다. 발렌시아는 레반테와의 라리가 개막전에서 슈팅 14회를 기록하면서 4-2 대승과 함께 기분 좋은 시즌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이어진 셀타 비고전에서 슈팅 9회에 그치며 1-2로 패했고, 승격팀 우에스카 상대로는 슈팅 5회에 그치는 졸전 끝에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다행히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4라운드에서 슈팅 9회를 기록하면서 1-0 신승을 거두었으나 다시 베티스전에 슈팅 5회에 그친 발렌시아이다.

발렌시아의 경기당 슈팅 숫자는 8.4회로 라리가 20개 팀들 중 하위권인 14위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레반테와의 개막전을 제외하면 4경기 평균 슈팅 7회로 승격팀 엘체(경기당 슈팅 4회)에 이어 경기당 최소 슈팅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발렌시아가 공격을 만들어내는 데에 약점을 드러내면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좀처럼 슈팅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발렌시아의 경기당 페널티 박스 안 슈팅은 4.4회로 라리가 팀들 중 해당 기록에서 잔류 마지노선인 17위에 그치고 있다. 이 역시 레반테전을 제외하면 경기당 3.5회로 최하위 엘체에 이어 19위까지 추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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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발렌시아의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기대 득점(xG: Expected Goals의 약자로 슈팅 지점과 상황을 통해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은 1.14골로 정확하게 중간인 10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 역시 4-2로 승리했던 레반테전을 제외하면 경기당 평균 0.53골로 엘체(경기당 0.52골)에 이어 최소 득점 2위로 추락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발렌시아는 점유율에서도 45.7%로 잔류 마지노선인 17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래저래 공격과 관련한 경기력 지표에서 발렌시아라는 구단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발렌시아이다.

2020/21 라리가 점유율 순위(5라운드 기준)Whoscored

발렌시아의 이번 시즌 부진은 예견됐던 일이다. 발렌시아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주축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주장 다니 파레호와 살림꾼 프란시스 코클랭은 동시에 비야레알로 이적했고, 간판 공격수 로드리고(리즈 유나이티드)와 '신성' 페란 토레스(맨체스터 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로 적을 옮겼다. 지난 시즌 막판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끔찍한 부상을 당한 에세키엘 가라이는 계약 만료로 팀과 작별을 고했고, 크리스티아노 피치니는 조국인 이탈리아 구단 아탈란타로 임대를 떠났으며, 알레산드로 플로렌치와 하우메 코스타는 원 소속팀으로 임대복귀했다. 

발렌시아에서 떠난 선수들 중 5명(파레호, 토레스, 코클랭, 로드리고, 가라이)이 지난 시즌 팀의 확고한 주전이자 핵심 선수들이었다. 그 외 코스타도 1,000분 이상 출전한 로테이션 선수였고, 플로렌치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발렌시아에 임대 영입되어 라리가 17경기 중 12경기에 출전하면서 사실상 후반기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다).  피치니를 제외하면 지난 시즌 핵심 자원들이 발렌시아를 떠났다. 즉 팀 베스트 일레븐의 절반 이상을 갈아치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문제는 발렌시아가 이제 이적시장 마감까지 이틀 밖에 남아있는 않은 시점에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영입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에 새로 발렌시아 지휘봉을 잡은 하비 그라시아 감독조차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5명의 중요한 선수들이 팀을 떠났는데 구단에서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이다.

발렌시아가 어떤 구단인가? 라리가 역대 최다 경기 수 4위(2,783경기)와 최다 승 5위(1,240승)에 더해 최다 승점 5위(4,371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라리가 우승 횟수 역시 6회로 최다 우승 5위에 위치하고 있다.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틀레틱 빌바오와 함께 5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터 림이 발렌시아를 인수한 이래로 방만한 구단 운영을 반복하면서 하락세를 겪고 있다. 발렌시아 구단 전통을 파괴한 것은 물론 이젠 팀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 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다. 이대로라면 발렌시아는 나락으로 추락할 위험성이 있다. 괜히 발렌시아 팬들이 "피터 림은 집으로 가라(Lim Go Home)"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발렌시아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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