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UAE 두바이] 서호정 기자 = ‘박항서 매직’이 아시안컵 8강에서 멈췄다. 베트남은 24일 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게 0-1로 패했다. 후반 12분 VAR 판독으로 내 준 페널티킥 실점이 뼈아팠다.
경기 종료까지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하던 박항서 감독은 잠시 착잡한 표정을 지은 뒤 이내 미소를 지으며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승부를 마친 인사를 나눴다. 수백명의 베트남 팬들 앞에서도 밝은 표정을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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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에 들어서서도 그를 주목하는 많은 취재진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 패배의 분함과 아쉬움이 아닌, 후회를 남기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냈다는 데서 오는 후련한 표정이었다.
경기 후 박항서 감독은 “8강까지 온 것도 극적이었다”고 말했다.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총괄하는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바꾼 그지만 아시안컵은 벅찬 도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가 상대한 팀은 이란, 이라크, 요르단, 일본 등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상대하는 수준의 아시아 강자들이었다.
스즈키컵 우승이라는 베트남의 염원을 풀었지만 그 피로도 풀 겨를 없이 아시안컵 준비에 돌입해야 했다. 박항서 감독도 “준비 과정이 짧았다. 큰 대회를 잇달아 치르며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됐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일본과의 8강전에서 전반에 오히려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 들어 급격한 체력 저하로 고전했다.
하지만 아시안컵 8강 진출은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에 안긴 또 하나의 금자탑이다. 동남아 3개국 공동 개최 형태를 치른 2007년 대회에서 8강에 올랐지만 당시는 토너먼트 첫 경기가 8강이었다. 이번에는 요르단을 16강에서 누르고 한 계단 더 올랐다. 원정 대회에서의 토너먼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고, 최고 성적이다.
무엇보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베트남 축구가 보여주는 일관된 모습이 아시아 최고 대회에서도 먹혔다는 게 고무적이다. 단단한 수비 밸런스와 빠른 기동력, 정교한 패스를 통한 전환 플레이는 아시아의 강자들을 놀라게 했다. 모리야스 감독도 “베트남의 기술이 대단했다. 특히 코칭스태프의 경험과 능력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베트남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이 강조하는 투쟁심과 팀정신을 제대로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박항서 감독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지은 것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내심 우승도 기대했던 박항서 감독이다. 그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게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과 허탈함에 웃음을 지은 것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위, 스즈키컵 우승이라는 기적 같은 1년을 보낸 베트남은 그 자신감을 앞세워 아시안컵에서도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동남아의 맹주라는 태국을 모든 대회에서 앞질렀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은 아시아 톱 레벨 팀과 경기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란, 이라크, 일본과 언제 붙겠나? 선수들이 이런 경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높은 경험치를 쌓았다”라며 이번 대회의 소득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경이로운 성과를 이어 온 박항서 감독이 정상에서 물러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지적한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베트남과의 계약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힘든 시기에 놓인 자신에게 기회를 준 베트남과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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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은 짧은 휴가 후 곧바로 다음 일정에 돌입한다. 그가 겸임하고 있는 23세 이하 대표팀은 3월부터 내년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 예선을 치른다. A대표팀도 월드컵 예선을 준비해야 한다. 설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오는 박항서 감독은 가족과 짧은 충전을 할 계획이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떠나는 박항서 감독은 한국의 선전도 기원했다. 그는 “우승은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이 했으면 좋겠다”라며 변하지 않는 자신의 뿌리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