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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디다 키운 비셀고베 알렉스 GK 코치 "김승규 아시아 톱"

[골닷컴,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스타메이사] 한만성 기자 = 지난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화두가 된 키워드는 '후방 빌드업'이다.

기성용, 손흥민을 비롯해 벤투 감독이 부임한 후 그가 진행한 훈련을 소화한 모든 선수가 가리킨 공통점이 있다. 선수들은 수비 진영부터 시작해 상대 문전까지 공을 운반하는 빌드업 구조가 벤투 감독처럼 확고한 지도자를 대표팀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빌드업 구조에서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하는 선수는 바로 가장 뒷자리에 배치되는 골키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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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자신과 비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를 포함해 포르투갈 출신 5인 사단을 이끌고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줄곧 주전 골키퍼로 김승규를 신임하고 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이 나선 다섯 경기에 주전 골키퍼로 장갑을 낀 주인공은 김승규였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조현우 대신 김승규를 선택한 그의 결정은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됐다. 물론 아시안컵을 앞둔 평가전에서는 김승규와 조현우가 번갈아가며 출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비중 있는 경기(코스타리카, 우루과이, 호주 등)에서는 줄곧 김승규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한국은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패해 탈락하는 실패를 경험했지만, 벤투 사단의 신임을 받은 김승규는 합격점을 받았다. 아시안컵에서 다섯 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선 그는 단 2실점만을 헌납했으며 선방률(상대 유효슈팅 대비 선방 횟수)은  88.2%로 높은 편에 속했다. 무엇보다 김승규는 대회가 진행될수록 유기적으로 후방에서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는 능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빌드업을 중시하는 벤투 사단의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후방 빌드업은 지난 3년간 그가 일본 J.리그에서 소속팀 비셀고베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심혈을 기울여 개선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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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는 작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일본 진출 전까지는 한국에서 빌드업을 중시하는 축구를 많이 경험한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비셀고베 이적 후 브라질 출신 알렉스(본명: 알레산드루 페르난데스 그레고리우) 골키퍼 코치를 만난 후 과거에는 경험해본 적이 없는 훈련 방법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골키핑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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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셀고베의 알렉스 GK 코치는 누구?

알렉스 코치는 과거 브라질 명문 코린치안스를 비롯해 올림피아FC, 아메리카FC에서 골키퍼 코치로 일했다. 그는 2013년 같은 브라질 출신 넬시뉴 감독을 따라 가시와 레이솔 골키퍼 코치로 부임한 후 2015년 비셀고베로 팀을 옮겼다. 이후 넬시뉴 감독은 2017년 비셀고베를 떠났지만, 알렉스 코치는 여전히 팀에 남아 김승규를 골키퍼 지도를 전담하고 있다. 비셀고베는 스페인 출신 전술가로 유명한 후안 마누엘 릴로 감독을 선임하며 코칭스태프를 개편하면서도 전임 감독의 코칭스태프 일원이었던 알렉스 코치를 여전히 신임하고 있다.

지도자로 브라질 풀뿌리 축구부터 성인 무대를 경험한 알렉스 코치가 육성한 골키퍼는 과거 AC밀란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디다(45)가 대표적이다. 디다는 밀란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은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 2회를 차지한 세계적인 골키퍼였다. 지난 2016년 히우 올림픽에서 브라질의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베베르톤(31, 팔메이라스), 과거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유벤투스에서 활약한 후비뉴(36) 또한 브라질에서 알렉스 코치의 손을 거치며 성장한 후 정상급 수문장으로 거듭났다.

'골닷컴'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에 비셀고베가 차린 프리시즌 캠프에서 알렉스 코치와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 3년간 김승규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지도자다. '골닷컴'은 알렉스 코치와 한국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도약한 김승규가 일본 진출 후 변한 모습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알렉스 코치와의 일문일답이다.

골닷컴(이하 골): 2013년에 브라질에서 가시와 레이솔 골키퍼 코치로 부임했고, 2015년부터 빗셀고베 골키퍼 코치로 활동 중이다. 일본에 와서 6년간 길게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알렉스(이하 A): 처음에는 넬시뉴 감독(현 가시와 레이솔)의 부름을 받고 일본에 왔다. 넬시뉴 감독은 오래 전부터 내가 많이 신뢰한 지도자다. 넬시뉴 감독이 일본으로 가게 되면서 내게 골키퍼 코치직을 제안했다. 내가 신뢰한 감독님이 나를 일본으로 불러서 이곳으로 오게 된 것뿐이지, 만약 그가 한국으로 갔다면 나 또한 그곳으로 갔을 것이다. 예전부터 일본이 일하기에 많이 편한 환경이라고 듣기도 했다.

골: 아시아에서는 일본 외에도 2007년 UAE 구단 알 와슬에서 골키퍼 코치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브라질과 비교해 UAE, 일본 등 아시아 출신 골키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A: 특정 나라, 혹은 대륙 출신 선수들의 능력을 비교하는 건 어렵다. 그러나 나라마다 골키퍼의 일반적인 특징은 어느 정도 있다. 브라질은 대다수 구단이 8세 이하 팀부터 골키퍼 코치를 따로 둔다. 그래서 브라질 선수들은 8세 이하 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골키퍼 기술을 배우게 된다. 아시아와 비교하면 이런 부분에서 발생하는 기초적인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골: 김승규가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하며 한국 대표팀에서도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이 중시되고 있다. 이 시점에 지난 월드컵에서 빼어난 활약을 한 조현우가 아닌 김승규가 아시안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도약했는데, 대표팀과 관련해서 그가 당신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나?

A: 나의 평가 기준으로 내가 보는 김승규는 이미 아시아에서는 톱레벨의 골키퍼다. 승규는 골키퍼에게 필요한 모든 면에서 능력치가 매우 높다. 대표팀에 대해서는 우리가 함께 한국의 경기 영상을 따로 보거나 내가 특별히 조언을 한 적은 없다. 다만, 나는 비셀고베의 골키퍼 코치이기도 하지만, 승규의 골키퍼 코치이기도 하다. 비셀고베에서 축구를 하면서 승규가 개인적으로 개선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의견 교환을 하면서 훈련을 통해 해답을 찾는다. 대표팀에서 승규에게 필요로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나 또한 최대한 그를 도와주고 싶다.

골: 일각에서는 김승규가 빌드업에 필요한 패스, 또는 롱킥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번 아시안컵 전까지는 한국에서 그런 의견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A: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평가하는 김승규는 모든 능력을 고루 갖춘 톱레벨의 골키퍼다. 빌드업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김승규가 가진 수많은 능력 중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건 그의 적응력이다. 팀의 스타일이나 전술, 혹은 골키퍼에게 요구되는 부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승규는 팀이 추구하는 축구를 조금만 이해하기 시작하면, 상상 이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주문받은 능력을 발휘한다. 실제로도 그는 매일 팀 훈련에서도 단 하루도 뺴놓지 않고 100% 이상의 노력을 한다. 그런 승규를 정확히 보는 눈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 승규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활약하며 한국이 본선에 진출하는 데 공헌한 선수다. 한국 팬들이 그런 부분을 잊지 않고, 승규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골: 유럽을 봐도 불과 약 2~3년 전까지 맨시티 주장으로 활약한 골키퍼 조 하트는 선방 능력과는 별개로 빌드업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팀을 떠나야 했다. 빌드업에 익숙하지 않은 골키퍼가 프로 레벨, 혹은 국제 무대에서 갑작스럽게 이런 능력을 요구받았을 때 기대치를 충족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가?

A: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골키퍼 코치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현역 시절 골키퍼로 뛰면서 늘 발재간에 자신감이 있었다. 팀 훈련 도중 필드 플레이어 인원이 적으면 스스로 내가 자진해서 그 자리를 메우면서 여러 가지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골키퍼라면 프로 선수가 되기 전에 이런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봐야 빌드업을 중시하는 팀에 부담없이 적응하기가 더 수월하다. 골키퍼가 빌드업 능력을 키우려면 프로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이런 능력을 개발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단, 만약 골키퍼가 프로 선수가 된 후에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는 축구를 처음 소화하게 된다면 팀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비셀고베는 감독, 코칭스태프, 구단의 전력강화부에서 이런 축구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빌드업에 익숙하지 않은 골키퍼가 이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승규는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기본적인 능력이 워낙 높은 선수다. 승규는 어느 정도의 적응기만 거친다면, 팀이 그에게 원하는 능력을 자신만의 장점으로 만들 수 있는 골키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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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작년 상반기까지 정우영도 비셀고베에서 활약했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정우영은 후방 미드필더, 김승규는 골키퍼이다 보니 두 선수가 아시안컵에서 팀의 빌드업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했다. 비셀고베는 더 오랜 시간 이 두 선수가 이런 부분에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지켜봤을 텐데, 두 선수가 중심이 된 팀의 빌드업 과정을 얼마나 신뢰했는지 말해줄 수 있나?

A: 승규와 우영이는 경기장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도 서로 워낙 친한사이다. 비셀고베에서도 꽤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들은 운동장 안에서 훈련할 때나 경기를 할 때도 서로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다. 비셀고베에서도 승규와 우영이가 함께 했을 때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과 수비를 하는 상황에서도 늘 팀에 큰 공헌을 했다. 우리 팀에서 두 선수의 호흡은 늘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됐다.

골: 과거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승규가 예전에는 전혀 해본 적이 없는 훈련을 비셀고베로 이적한 후 당신을 만나면서 경험하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인터넷에서나 본 훈련법을 비셀고베에서 당신을 만나면서 직접 하게 됐다고 했는데, 당신만의 훈련 방법에 대해 조금 설명해줄 수 있나?

A: 우선 나는 다른 골키퍼 코치들이 그들의 선수들과 어떤 식으로 훈련을 하는지 잘 모른다. 그들의 방식을 존중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의 선수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다. 승규가 예전 다른 골키퍼 코치와 어떤 방식으로 운동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모든 그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 골키퍼라면 손뿐만이 아닌 몸 전신으로 공을 막아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는 발은 물론 얼굴로도 강력한 슛을 막을 수 있어야 하는 게 골키퍼다. 축구 경기는 종목의 특성상 그때그때 상황이 다르고, 빨리빨리 변한다. 그런 모든 상황에 다양한 동작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팀 골키퍼들과 평소 훈련에서 여러 가지 다른 상황에 대비하는 운동을 한다. 축구공이 아닌 테니스공, 셔틀콕(배드민턴 공) 등을 쓰는 훈련도 자주 하는 편이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날아오는 공을 막아봐야 손의 감촉 등이 골키퍼에게 필요한 수준으로 단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규에게도 최대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훈련을 지시하고 있다.

골: 김승규 외에도 유독 J리그에는 한국인 골키퍼가 많다. 김승규 외에도 구성윤(24, 콘사돌레 사포로), 권순태(34, 가시마 앤틀러스), 정성룡(34, 가와사기 프론탈레), 김진현(31, 세레소 오사카), 송영민(23, 가마타마레 사누키)이 일본에서 활약 중이다. 골키퍼 코치의 관점에서 일본 축구가 한국인 골키퍼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A: 일단 한국인 골키퍼는 체격조건이 더 좋다. 일본인 골키퍼와 비교하면 한국 골키퍼들이 대체적으로 손과 다리가 더 길다. 골키퍼의 신체조건은 유럽이나 남미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기술적인 능력을 봐도 한국 축구는 유소년 레벨에서 골키퍼 코칭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도 좋은 골키퍼가 많지만, 팀의 주전 골키퍼가 유럽이나 타 구단으로 이적했을 때 백업 골키퍼가 주전이 될 실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준비가 덜 되어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한국인 골키퍼는 일본으로 와도 즉시 전력감으로 활약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 골키퍼를 선호하는 팀이 많은 것 같다.

골: 당신이 김승규를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의 어떤 능력이 가장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는지?

A: 물론 그동안 전반적인 능력이 높아졌는데, 크로스나 롱볼 대처 능력이 가장 눈에 띄게 발전했다. 크로스 상황에서 골대를 비워두고 나가서 볼을 처리할지, 아니면 자리를 지켜야 할지를 결정하는 건 골키퍼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능력이다. 승규는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 그는 상대팀의 크로스가 넘어들어왔을 때 앞으로 나가서 이를 공격을 저지하는 능력도 좋아졌다. 캐칭을 할 때는 실수도 없고, 안정적이다. 이 외에는 그가 가까운 거리에서 갑작스럽게 슈팅이 날아오면 반응할 때 발휘하는 순발력 또한 더 빨라졌다.

골: 알렉스 골키퍼 코치가 가진 축구 철학이 있다면? 알렉스 코치가 지도하는 골키퍼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A: 제일 중요한 건 기술적인 부분이겠지만, 인성과 인내력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내가 승규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승규는 기술적인 능력, 정신적인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는 특히 멘탈이 강하다. 실수를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그러나 승규는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금방 잊고 회복해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정신력까지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감이 정말 강한 골키퍼다.

글/인터뷰=한만성
통역=이장산, 쿠몽 에이지
영상 촬영=홍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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