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로이 사네 & 요슈아 키미히Getty Images

'연승' 독일, 경기는 지배하지만 마무리가 아쉽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독일 대표팀이 루마니아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연승을 달렸다. 다만 슈팅 18회를 가져가고도 단 1골에 그치면서 고질적인 스트라이커 부재를 드러냈다.

독일이 부카레스트에 위치한 내셔널 아레나 원정에서 열린 루마니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1-0 신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독일은 지난 아이슬란드전 3-0 승리에 이어 연승을 달리며 2전 전승으로 J조 1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독일은 지난 아이슬란드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세르지 그나브리가 '가짜 9번(False 9: 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포지션의 선수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으로 나선 가운데 르로이 사네와 카이 하베르츠가 좌우에 서면서 공격 스리톱을 형성했다. 요슈아 키미히를 중심으로 일카이 귄도안과 레온 고레츠카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엠레 찬과 루카스 클로스터만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안토니오 뤼디거와 마티아스 긴터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지켰다.

독일 선발 라인업 vs 루마니아Kicker

경기 내용 자체는 지난 아이슬란드전과 유사했다. 물론 아이슬란드전만큼 압도적인 점유율(81%)을 자랑한 건 아니지만 66.1%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슈팅 숫자에선 18대9로 정확하게 2배가 더 많았다. 단순 슈팅 숫자만 놓고 보면 아이슬란드전(15회)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였다.

독일은 비록 경기 시작 8분 만에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하베르츠가 가져간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득점 기회를 놓쳤으나 16분경에 하베르츠의 땅볼 크로스를 그나브리가 논스톱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이 시점만 하더라도 독일의 대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독일은 결정력 부족이 발목을 잡으면서 더 이상의 골을 추가하는 데엔 실패했다. 먼저 18분경, 키미히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골대 맞고 나왔고, 이어진 혼전 상황에서 그나브리의 슬라이딩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다. 31분경엔 클로스터만의 컷백 패스(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를 그나브리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빗맞으면서 느리게 골키퍼 앞으로 향했다. 전반 종료 직전 찬의 중거리 슈팅 역시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독일이 전반전에 기록한 5회의 슈팅 중 골을 제외한 4회의 슈팅이 모두 골키퍼 정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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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도 독일의 결정력 문제는 해결이 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후반 4분경 찬의 땅볼 크로스에 이은 고레츠카의 슈팅은 파워 면에선 골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력했으나 골키퍼 정면성이었기에 선방에 막혔다. 후반 12분경엔 그나브리가 상대 패스를 가로채서 단독으로 돌파하다 날카로운 슈팅을 가져갔으나 이 역시 골키퍼의 환상적인 손끝 선방에 막혔다.

후반 14분경엔 그나브리의 전진 패스에 이은 사네의 컷백 패스를 귄도안이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후반 17분경엔 사네의 측면 돌파에 이은 전진 패스를 그나브리가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로 연결했으나 골문 앞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사네의 논스톱 슈팅이 빗맞으면서 골대를 벗어났다.

이에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후반 32분경, 하베르츠를 빼고 공격수 티모 베르너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격에 변화를 감행했다. 조금 더 득점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의 교체였다. 하지만 베르너 카드도 효과를 보진 못했다. 베르너는 교체 출전하자마자 3분 만에 귄도안의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으나 정면으로 향하는 슈팅으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대로 경기는 1-0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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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독일은 무려 9회의 유효 슈팅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 중 골키퍼가 막기 힘들었던 슈팅은 16분경 그나브리의 선제골과 후반 12분경 그나브리의 슈팅이 니타 골키퍼 선방에 막힌 것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물론 니타 골키퍼가 침착성을 끝까지 유지했다는 점에서 호평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골키퍼 정면성 슈팅이었기에 대표팀급 골키퍼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슈팅이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즉 독일의 결정력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독일 최다 부수 판매를 자랑하는 스포츠 타블로이드 '빌트'지는 루마니아전에 대해 "좋은 경기였으나 1-0 신승. 선수들은 이제 골을 넣는 법을 찾아야 한다"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뢰브 감독 역시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으나 비판해야 할 점을 굳이 찾는다면 많은 득점 기회들을 살리지 못했다는 부분에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키미히도 "우리가 경기를 지배하긴 했으나 여전히 마무리를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토로했고, 주장 노이어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침착성과 영리함을 가지고 골을 넣을 필요가 있다"라며 공격진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독일은 우베 젤러를 시작으로 '폭격기' 게르트 뮐러, 칼-하인츠 루메니게, 루디 펠러, 위르겐 클린스만, 미로슬라브 클로제 같은 위대한 공격수 계보를 이어오면서 유럽 전통의 강호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유럽을 넘어 전세계를 통틀어 보더라도 독일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린 국가는 브라질이 유일할 정도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 이후 클로제가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독일은 고질적인 정통파 공격수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베르너는 원톱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슬럼프에 빠졌고, 그나마 그나브리가 가짜 9번 역할을 담당하면서 A매치 19경기 15골로 준수한 득점력을 자랑해주고 있지만 정통파 공격수가 아니기에 키핑과 제공권 싸움에 약점이 있을 뿐 아니라 꾸준함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아이슬란드나 루마니아 같은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는 그나브리 가짜 9번으로도 승리할 수 있지만 강팀들과 붙었을 땐 확실한 공격수가 필요하다. 괜히 독일이 2017년 11월 A매치를 시작으로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 1승 7무 5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유로 2020 예선이나 2022년 월드컵 예선에선 순항하고 있으나 UEFA 네이션스 리그에선 두 대회 연속(2018/19, 2020/21)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심지어 2018/19 대회에선 A시드 1조 최하위에 그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독일의 목표는 본선 진출이 아니다. 본선 토너먼트를 넘어 유로와 월드컵 우승이 독일의 목표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선 확실한 득점 루트를 만들어낼 필요성이 있다. 귄도안과 키미히, 고레츠카, 그리고 토니 크로스로 이어지는 중원은 감히 세계 최강이라고 칭할 만 하다. 하지만 아무리 경기를 지배하더라도 골을 넣지 못한다면 승리할 수 없는 게 축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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