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EriksenGetty Images

'역전승 견인' 에릭센, 토트넘이 잡아야 할 이유 증명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토트넘이 승격팀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후반 교체 투입된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활약 덕에 3-1 역전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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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이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개막전에서 3-1로 승리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은 손흥민이 출전 정지 징계로 결장하는 가운데 델리 알리까지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격 쪽에 상당한 전력 누수가 발생한 상태였다. 에릭센은 계약 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토트넘과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이적 가능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에릭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던졌다. 결국 토트넘이 자랑하는 DESK(델리-에릭센-손흥민-케인) 라인 중 오직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만이 빌라전에 선발 출전했을 뿐이었다. 케인과 루카스 모우라가 투톱으로 포진한 채 에릭 라멜라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으로 빌라를 상대한 토트넘이었다.

Tottenham Starting vs Aston Villahttps://www.buildlineup.com/

손흥민과 에릭센이 동시에 빠진 토트넘은 우리가 아는 토트넘이 아니었다. 다이아 4-4-2 포메이션은 구조적으로 측면 공격에 약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투톱들이 좌우로 넓게 벌려주거나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에 위치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들(무사 시소코와 탕귀 은돔벨레)이 측면 미드필더 역할도 일정 부분 수행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토트넘 공격수들은 이런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전반전 케인과 모우라, 라멜라의 평균 위치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하단 사진 참조). 영국 공영방송 'BBC'의 EPL 경기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OTD)'에 패널로 출연한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 역시 토트넘 공격 3인방의 폭이 지나치게 좁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토트넘의 측면 공격은 왼쪽 측면 수비수 대니 로즈의 오버래핑 정도를 제외하면 전무하다시피 했다. 당연히 빌라 입장에선 수비하기 상당히 쉬웠다고 할 수 있겠다.

Tottenham 3 Forwards Average PositionsBBC MOTD
사진 설명: 모우라-케인-라멜라가 일렬종대로 서있다(BBC MOTD)

이러한 문제점은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반전, 토트넘은 점유율에서 71대29로 빌라를 압도했으나 정작 슈팅 숫자에선 7대5로 2개 밖에 더 많지 않았을 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유효 슈팅에서 1대4로 빌라에게 열세를 보였다는 데에 있다. 토트넘은 점유율만 많았을 뿐 정작 이렇다할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면 선수비 후역습으로 토트넘을 괴롭힌 빌라는 경기 시작 8분 만에 수비수 타이런 밍스의 롱패스를 중앙 미드필더 존 맥긴이 받아선 왼발 슈팅으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이에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일자형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케인과 모우라가 투톱으로 여전히 포진한 가운데 라멜라와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던 시소코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이동하면서 공격 폭을 넓혀나갔다.

Tottenham Second Half(before Eriksen) vs Aston Villa

이러한 전술 변화는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토트넘은 후반 시작 휘슬이 울리고부터 후반 18분경까지 5회의 슈팅을 시도하면서 빌라를 위협해 나갔다. 다만 여전히 최종 패스에 있어 정교함이 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무리도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유효 슈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다급해진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19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를 빼고 에릭센을 교체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케인 원톱에 에릭센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했고, 라멜라와 모우라가 좌우에 배치하는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토트넘이었다.

Tottenham Second Half(after Eriksen) vs Aston Villahttps://www.buildlineup.com/

에릭센은 기본적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으나 좌우 측면으로 자주 움직이면서 공격 폭을 넓혀나갔다. 이는 그의 히트맵(하단 사진 참조)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에릭센 출전 이전엔 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장기인 킥을 바탕으로 양질의 패스를 동료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에릭센 교체 출전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후반 22분경, 에릭센이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드는 케인을 향해 환상적인 롱패스를 연결하자 상대 골키퍼가 급하게 페널티 박스 밖으로 나와 헤딩으로 걷어냈다. 이를 라멜라가 빈 골대를 향해 지체없이 중거리 슈팅을 가져갔으나 뒤늦게 커버를 들어온 상대 수비수가 차단하면서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어서 후반 23분경 라멜라의 패스를 케인이 뒤로 내주었고, 에릭센이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는 골대를 빗나갔다.

결국 에릭센의 킥에서 토트넘의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후반 27분경 우측면에서 올린 에릭센의 정교한 크로스를 토트넘 중앙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빌라 골키퍼 톰 히튼이 몸을 날려 선방해냈다. 하지만 케인이 루즈볼을 잡아서 패스를 연결한 걸 모우라가 뒤로 내주었고, 이를 토트넘 신입생 은돔벨레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Christian Eriksen Heat MapWhoscored
사진 설명: 중앙은 물론 좌우까지 커버하는 에릭센의 히트맵(Whoscored)

토트넘은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다소 행운의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빌라 에이스 잭 그릴리시가 위험 지역에서 무리하게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라멜라에게 뺏기는 우를 범한 데다가 라멜라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 두 명을 맞고 굴절되어서 케인 앞에 떨어진 것. 이를 케인이 가볍게 밀어넣었다.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종료 직전 시소코의 패스에 이은 케인의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3-1로 승리하는 데 성공했다.

에릭센 투입 효과는 에릭센 출전 이전과 이후의 기록만 확인하더라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에릭센 출전 이전까지 토트넘은 63분 동안 슈팅 숫자에선 12대5로 우위를 점했으나 유효 슈팅에선 1대4로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에릭센 투입 이후 경기 종료까지 약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토트넘은 슈팅 숫자에서 19대2로 빌라를 크게 앞섰을 뿐 아니라 유효 슈팅에서도 6대0으로 압도했다.

당연히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전반은 정말 까다로웠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내 계획은 통하지 않았고, 선수들의 판단 역시 다소 조급한 편이었다. 이래저래 힘든 전반전이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최적의 움직임을 찾아내서 빠르게 패스를 돌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후반전에 훨씬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 물론 에릭센이 투입되면서 선수단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고, 질적 수준을 더해주었다. 에릭센은 최고의 선수이다. 그가 팀의 승리를 도왔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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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혹시 모를 에릭센의 이적에 대비해 레알 베티스 공격형 미드필더 지오반니 로 셀소를 영입했다. 하지만 그가 바로 토트넘의 전술에 녹아들 수 있을 지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게다가 그는 EPL 스타일에도 적응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토트넘은 에릭센을 지켜야 한다.

EPL 여름 이적시장은 끝났으나 아직 타 리그들은 한창이기에 선수 이적에 있어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칫 에릭센을 이적시켰다가 대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토트넘의 2019/20 시즌은 실패로 돌아갈 위험성이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는 말이 있다. 에릭센과 같은 플레이메이커들이 바로 그러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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