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방어와 '주포'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역습에 이은 원샷원킬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꺾고 FA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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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이 잉글랜드 축구 성지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19/20 시즌 FA컵 준결승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아스널은 구단 통산 21번째로 FA컵 결승에 오르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회)를 제치고 단독으로 최다 결승 진출팀으로 등극했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이번에도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알렉산드르 라카제트가 최전방에 배치된 가운데 오바메양과 니콜라스 페페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톱으로 나섰다. 그라니트 자카와 다니 세바요스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용어)를 구축했고, 에인슬리 메이틀랜드-나일스와 엑토르 벨레린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다비드 루이스를 중심으로 키어런 티어니와 슈코드란 무스타피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다.
아스널은 맨시티를 한 수 위의 팀이라고 인정한 채 수비적으로 나섰다. 이는 평균 위치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스널은 오바메양의 평균 위치가 하프라인을 살짝 넘어갔고, 페페가 하프라인에 걸쳐있었던 걸 제외하면 전원 하프라인 밑에 위치하면서 수비적으로 나섰다. 심지어 최전방 공격수 라카제트마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비슷한 위치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맨시티가 두 명의 중앙 수비수 에릭 가르시아와 아이메릭 라포트레를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 8명이 전원 평균 위치에서 하프라인 위로 넘어가면서 파상공세에 나섰던 것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경기는 일방적인 맨시티의 공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점유율에선 71대29로 압도했고, 슈팅 숫자에선 16대4로 아스널보다 4배가 더 많았던 맨시티였다. 심지어 코너킥에선 12대2로 크게 격차를 보였다. 아스널이 기록한 4번의 슈팅 중 3번이 오바메양의 스피드를 살린 슈팅었고, 나머지 한 번은 코너킥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스널은 스리백의 중앙에 위치한 루이스를 중심으로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 방어를 선보이면서 맨시티의 공세를 저지해나갔다. 심지어 좌우 측면에 배치된 벨레린과 나일스도 오버래핑을 자제한 채 수비에 더 치중하면서 사실상 파이브백을 형성했고, 자카와 세바요스도 자주 아스널 페널티 박스까지 내려와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8분경 무스타피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맨시티 측면 공격수 라힘 스털링에게 가로채기를 당하는 우를 범했으나 다른 아스널 선수들이 곧바로 커버를 들어오면서 실수를 대신 만회해주는 모습이었다.
The Guardian특히 지난 6월 17일에 있었던 맨시티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28라운드에서 페널티 킥을 내주는 실수를 범한 데 이어 퇴장까지 당하면서 0-3 대패의 원흉으로 떠올랐던 루이스가 인상적이었다. 그 당시의 악몽과도 같았던 경기를 설욕이라도 하려는 듯 온몸을 던지면서 맨시티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이 경기에서 루이스는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11회의 걷어내기와 4회의 가로채기에 더해 1회의 슈팅 차단을 기록했다. 공중볼 역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키면서 맨시티의 크로스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볼 경합 승률은 무려 85.7%에 달했다. 태클도 1회를 성공하면서 수비진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반 16분경, 루이스의 수비에서 아스널은 선제골이 터져나오는 듯싶었다. 페페의 전방 압박을 의식해 라포르트가 수비 진영에서 길게 걷어내자 이를 중간에서 차단한 루이스가 지체없이 스루 패스를 찔러주었고, 이를 받은 오바메양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힌 것.
비록 첫 득점 찬스가 무산됐으나 아스널은 곧바로 2분 뒤에 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수비 진영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무려 14회의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맨시티 공격진을 유인한 아스널은 루이스가 상대의 빈틈을 노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기습적으로 전진해 올라가면서 측면(티어니)으로 패스를 내주었고, 티어니의 전진 패스를 받은 라카제트가 돌아서면서 반대편 측면으로 길게 패스를 내준 것. 이를 받은 벨레린이 전진 패스를 연결했고, 페페의 크로스를 먼포스트로 쇄도해 들어가던 오바메양이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위험 지역에서 14번의 패스를 주고 받은 아스널 선수들의 대담성이 눈에 띄는 골이었다.
전반전이 0-1로 마무리되자 다급해진 맨시티는 후반 들어 파상공세에 나섰다. 실제 전반전 슈팅 횟수는 5회가 전부였으나 후반 들어 11회의 슈팅을 몰아친 맨시티였다. 하지만 아스널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를 감행하면서 맨시티 공격을 차단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를수록 맨시티 선수들은 평정심을 잃고 조급하게 무리한 공격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 경기에서 기록했던 16회 슈팅 중 유효 슈팅은 1회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슈팅 정확도에서 문제가 있었던 맨시티였다.
인내심을 가지고 전원 수비 모드를 가동하던 아스널은 후반전 단 한 번의 공격 찬스를 골로 연결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25분경, 역습 찬스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오바메양이 티어니의 롱패스를 받아 상대 골키퍼 다리 사이로 빠지는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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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메양의 골이 터져나오자 아스널은 곧바로 페페를 빼고 조 윌록을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다시 7분 뒤(후반 33분)엔 라카제트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루카스 토레이라를 투입하면서 수비 강화에 나섰다.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는 부상을 당한 무스타피 대신 롭 홀딩을, 그리고 수비 강화 차원에서 세바요스 대신 수비수 세아드 콜라시냑을 동시에 교체 출전시키면서 잠그기를 감행했다. 이대로 경기는 아스널의 2-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오바메양은 아스널을 대표하는 공격수답게 3번 밖에 없었던 찬스에서 2골을 넣으면서 승리를 견인했다. 이와 함께 레지 루이스(1950년 FA컵 결승)와 찰리 니콜라스(1987년 리그 컵 결승), 글고 알렉시스 산체스(2015년 FA컵 준결승)에 이어 웸블리 구장에서 멀티골을 넣은 4번째 아스널 선수로 등극한 오바메양이다.
게다가 오바메양은 이 경기 멀티골로 2018년 2월, 아스널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래로 공식 대회 66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오바메양이 아스널에서 뛴 기간을 기준으로 EPL 선수들 중 그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리버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68골)가 유일하다.
이제 아스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의 준결승전 승자와 오는 8월 1일, FA컵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다. 아스널은 FA컵 13회 우승으로 맨유(12회)보다 1회 앞서면서 최다 우승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맨시티를 꺾으면서 FA컵 강자로서의 면모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아스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