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지난 시즌 제주유나이티드가 다이렉트 강등으로 K리그2로 향하면서 2부 리그에서는 역사적인 맞대결이 성사됐다. 부천FC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06년 2월 부천SK는 연고 이전을 통해 제주에 새롭게 둥지를 텄고, 그렇게 탄생한 팀이 제주유나이티드다. 부천FC는 연고 이전으로 팀을 잃은 기존 부천 팬들이 중심이 돼 2007년 말 탄생한 시민구단이다. 부천SK의 전신인 유공 코끼리를 응원하기 위해 서포터즈가 조직된 1995년을 기념하기 위해 부천FC 1995라는 정식 명칭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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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를 거쳐 2012년 프로축구 승강제 도입과 함께 프로로 뛰어 든 부천FC는 2013년 K리그2(당시 K리그 챌린지)를 시작으로 프로 8년차를 치르는 중이다. 짠물 수비를 팀 컬러로 K리그2의 다크호스로 도약했고, 2016년과 2019년에는 K리그2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부천이 승격을 목표로 삼는 것은 더 높은 무대로 가고자 하는 것도 있었지만, 제주를 상대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일종의 복수전을 치르겠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제주가 예상치 못한 강등으로 2부 리그로 오자 부천의 구성원 대다수가 반가움을 표시하며, 제주와의 첫 경기에 대한 전투력을 불태웠다.
5월 26일 오후 7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역사적인 승부가 펼쳐진다. 코로나19 이전 일정은 5월 5일 어린이날에 두 팀이 맞붙는 상황이었지만, 새로운 경기 일정으로 인해 평일에 열리게 됐다.
하나원큐 K리그2 2002 4라운드인데 3라운드까지 부천과 제주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부천은 아산, 안양, 안산을 상대로 3연승을 달성하며 1위에 올라 있다. 제주는 1무 2패로 8위다. 특히 3라운드에서 첫 승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지만 2-0으로 앞서다 후반에 3골을 내주며 대전에 역전패를 당했다.
부담감은 제주 쪽이 더 많은 상황이다. 유력한 승격 후보라는 평가와 달리 아직 첫 승이 없다. 남기일 감독도 부천 원정의 특수성을 의식해 첫 승의 부담을 대전전에서 털길 원했다. 하지만 이창민의 퇴장이 나비효과가 돼 역전패를 당하며 부천 원정에서 첫 승에 도전해야 한다.
제주 구단과 남기일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인한 부담감에 시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남기일 감독은 “대전전 70분 동안 보여준 경기력은 어떤 팀도 압도할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 부담감을 버리고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한 걸음일 뿐이다”라며 평정심을 강조했다. 과거 부천SK에서 선수로 뛰었지만, 남기일 감독 본인부터 그런 역사적 관계를 의식하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제주 구단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공민현의 비중을 강조했다. 공민현은 2013년 부천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했고, 이후 성남에서 남기일 감독을 만나 제주까지 함께 온 사제 관계다. 대전전에서 환상적인 바이시클킥 선제골을 포함 1골 1도움을 기록, 좋은 경기 감각을 자랑하는 만큼 옛 소속팀 부천을 상대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공민현은 "정말 중요한 경기인 것을 알고 있다. 모두가 주목하는 경기다. 어느 때보다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천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고 최근 분위기를 반전시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홈팀 부천의 전의도 뜨거워지고 있다. 부천 구단은 주말 안산전을 마친 뒤부터 곧바로 이 경기에 집중, 제주와의 첫 만남에 대한 선수단의 각오를 영상 콘텐츠를 내고 있다. 구단은 ‘절대 잊지 않을 그날 20060202(연고 이전 발표일)‘, ‘같은 자리 같은 공간 부천 축구는 계속된다’ 등의 상징적 구호를 홈 경기 안내 문구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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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부천SK의 전신인 유공코끼리 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부천FC를 이끌고 있는 송선호 감독은 “부천 시민들이 기다려왔던 경기다. 제주전에 집중하겠다.”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구단에서 진행하는 편파 중계인 ‘부천애중계’도 경기 당일 아프리카TV를 통해 보낸다. 부천 서포터 출신인 박찬하 해설위원과 홍석현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고 부천에 일방적인 중계를 할 예정이다.
프로축구연맹도 이 경기의 내외적인 중요성과 스토리를 주목하고 있다. 연맹 내 구단지원팀에서 25일 부천 구단 실무자들과 경기장 외부의 돌발상황에 대비한 주의를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응 매뉴얼 상 홈팀이 무관중 상황에서의 장외응원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경호,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돼 있지만 혹시나 발생할 경기장 내외에서의 사고 가능성에 대해 재차 경계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