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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비 불안' 독일, 베르너-하베르츠 동반 활약이 위안거리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독일이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여전히 수비는 문제가 많았지만 공격에선 최근 첼시로 이적한 두 선수 티모 베르너와 카이 하베르츠가 맹활약을 펼친 게 위안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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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쾰른에 위치한 라인에네르기슈타디온에서 열린 2020/21 UEFA 네이션스 리그 A시드 조별 리그 4차전에서 스위스를 상대로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 경기에서 독일은 2020년 들어 처음으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베르너가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섰고, 레온 고레츠카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된 가운데 세르지 그나브리와 하베르츠가 좌우에 포진하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토니 크로스와 요슈아 키미히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표현)를 구축했고, 로빈 고젠스와 루카스 클로스터만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으며, 안토니오 뤼디거와 마티아스 긴터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을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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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 그래도 최근 수비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 대표팀 입장에서 포백 전환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스리백이 중앙 수비수를 3명 배치하기에 중앙 수비수 두 명이 서는 포백보다 더 수비적인 전술이다. 당연히 스리백에서도 흔들리던 독일 수비는 포백에서 민낯을 드러내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왼쪽 지역이 문제로 작용했다. 고젠스는 그 동안 비단 대표팀만이 아닌 소속 클럽(아탈란타)에서도 스리백의 측면을 담당하면서 수비 부담을 최대한 덜은 상태에서 공격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었다. 이것이 그가 지난 시즌 아탈란타에서 세리에A 34경기에 출전해 9골 8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면서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문제는 그는 포백 경험이 전무했다. 게다가 왼쪽 중앙 수비수로 고젠스의 뒤를 커버해줘야 하는 선수는 이번 시즌 첼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이번 시즌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뤼디거였다. 이래저래 불안하기 짝이 없는 조합이었다.

이 약점을 간판한 스위스는 고집스럽게 고젠스와 뤼디거 사이를 파고 들었다. 독일과의 경기에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스위스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에이스 셰르당 샤키리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오른쪽에 위치한 레모 프로일러는 물론 투톱의 오른쪽에 위치한 마리오 가브라노비치가 고젠스와 뤼디거 사이 지역을 지속적으로 침투하면서 독일의 골문을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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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경기에서 스위스의 총 13회 슈팅 중 절반이 넘는 7회가 왼쪽 구역에서 이루어졌다. 그 외 중앙에서의 슈팅이 5회였다. 오른쪽 구역에서의 슈팅은 1회가 전부였다.

이 과정에서 스위스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측면으로 빠져나간 프로일러의 땅볼 크로스를 샤키리가 받아선 돌아서면서 날카로운 슈팅을 가져갔으나 노이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곧바로 이어진 찬스에서 샤키리가 올린 코너킥을 상대 수비가 걷어낸 걸 프로일러가 헤딩 패스로 다시 페널티 박스 안으로 볼을 넘겨주었고, 이를 가브라노비치가 헤딩 슈팅으로 가져가면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은 스위스였다.

이어서 스위스는 26분경 크로스의 패스 미스에서 파생된 역습 기회에서 공격수 하리스 세페로비치가 반대편 측면으로 길게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걸 뤼디거와 고젠스의 사이로 파고 든 프로일러가 받아선 노이어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일찌감치 2-0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독일엔 첼시 공격 듀오 하베르츠와 베르너가 있었다. 28분경, 노이어의 롱패스를 스위스 수비수 파비안 셰어가 가슴으로 받아낸 걸 하베르츠가 가로챘고, 이를 받은 베르너가 드리블로 치고 가다가 골무 구석으로 향하는 정교한 왼발 슈팅으로 추격하는 골을 넣었다. 이어서 55분경, 이번에도 하베르츠가 상대 진영에서 가로채기를 하고선 홀로 드리블로 치고 가다 오른발 슈팅으로 직접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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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도 잠시, 독일은 동점골을 넣자마자 곧바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가브라노비치가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키핑하다 패스를 찔러준 걸 독일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든 세페로비치가 잡아선 슈팅을 가져갔다. 노이어가 세페로비치의 연이은 두 차례 슈팅을 선방해냈으나 가브라노비치의 리바운드 슈팅까지는 막지 못하면서 또다시 독일은 스위스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고젠스는 오프사이드 라인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세페로비치에게 노마크 찬스를 내주는 우를 범했다.

다행히 독일은 60분경, 고레츠카의 전진 패스를 받은 베르너가 측면 돌파하다 수비 제치고 컷백 패스(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를 연결한 걸 그나브리가 센스 있는 힐킥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패배는 면할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 독일 선수들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단연 하베르츠였다. 그는 1골 1도움에 더해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동료들에게 제공하면서 찬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패스 성공률은 무려 93.1%에 달했고, 드리블 성공 횟수도 4회로 최다였다. 말 그대로 독일의 공격을 이끈 하베르츠였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태클 3회와 가로채기 2회를 기록하면서 성실한 전방 압박으로 수비에서도 높은 공헌도를 보여주었다. 하베르츠의 1골 1도움이 모두 본인의 가로채기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은 하베르츠가 교체되기 이전이었던 77분경까지 무려 17회의 슈팅을 가져가면서 스위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하베르츠가 율리안 드락슬러로 교체되자 이후 독일의 슈팅은 1회가 전부였다. 이는 이 경기에서 독일 공격에 있어 하베르츠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베르너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베르너는 슈팅 4회 중 3회를 유효 슈팅으로 가져가면서 정교한 킥 감각을 자랑했다. 키패스도 하베르츠 다음으로 많은 3회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85.7%로 최전방 원톱 공격수 포지션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치였다.

그 동안 베르너는 독일 대표팀에서 원톱으로 출전할 때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문제를 노출했었다, 그나마 투톱으로 나설 때(2017 FIFA 컨페더레이션스 컵이 대표적인 예)만 제 역할을 해주었다. 이로 인해 쓰기 까다로운 공격수라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에 있었던 스페인과의 네이션스 리그 조별 리그 1차전에서 골을 넣은 데 이어 이번엔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최근 선발 출전한 A매치 3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서서히 원톱에서도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베르츠 역시 지난 10월 7일에 있었던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2도움을 올린 데 이어 이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추가하면서 대표팀 내에서의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는 최근 A매치 6경기에서 2골 5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그는 A매치 10경기에서 2골 6도움이라는 준수한 공격 포인트를 쌓고 있다.

이렇듯 독일은 포백 경험이 없는 고젠스를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시키는 등 급작스러운 실험을 감행하는 가운데 수비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하면서 3실점을 허용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적어도 공격에 있어선 베르너의 원톱 정착 가능성과 하베르츠의 영향력 강화에 성공하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무엇보다도 베르너와 하베르츠가 같은 소속팀(첼시)에서 뛰고 있는 만큼 둘의 호흡이 지금보다 더 향상된다면 이는 독일 대표팀 공격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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