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레알 마드리드가 중앙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를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시키는 변칙 포지션을 통해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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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이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홈에서 열린 2020/21 시즌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리가) 30라운드에서 라이벌 바르사에게 2-1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레알은 라리가 4연승 포함 10경기 8승 2무 무패 행진을 달리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 1경기를 더 치른 상태긴 하지만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레알은 평소 즐겨 사용하는 4-3-3이 아닌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카림 벤제마가 원톱에 배치된 가운데 비니시우스와 발베르데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를 중심으로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페를랑 멘디와 루카스 바스케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나초와 에데르 밀리탕이 중앙 수비수 콤비로 나섰다. 골문은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가 지켰다.
https://www.buildlineup.com/전술 변화의 가장 큰 키는 바로 발베르데의 측면 배치에 있었다. 유일하게 주중 리버풀과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변화가 있었던 포지션이었다(리버풀전엔 마르코 아센시오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면서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원래 중앙 미드필더인 발베르데는 측면과 중앙을 아우르는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바르사를 공수에서 괴롭혔다. 기본적으로 발베르데는 공격 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중원 싸움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바스케스가 오버래핑을 통해 측면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이에 더해 발베르데는 수비 시 측면 커버에 집중하면서 피지컬적인 우위를 통해 바르사 왼쪽 측면 공격을 주도하는 조르디 알바 봉쇄에 주력했다(경합 승률 발베르데 60% & 알바 50%. 공중볼 경합 승률 발베르데 66.7% & 알바 0%). 발베르데의 터치맵(하단 그래프 참조)을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측면 수비에 가담하면서도 중앙으로 이동해 패스를 풀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OPTA이 과정에서 레알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경기 시작하고 13분 만에 수비 진영에서부터 기습적인 드리블로 중앙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알바를 제친 발베르데는 바르사 스리백 중 왼쪽 수비를 담당하는 클레망 랑글레를 유인하고선 측면 빈 공간으로 오버래핑해 올라가고 있는 바스케스에게 패스를 찔러주었다. 이를 받은 바스케스가 노마크 상태에서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걸 벤제마가 센스 있는 논스톱 백힐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른 시간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레알은 28분경, 크로스의 프리킥으로 골을 추가했다. 레알은 34분경에도 역습 상황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비니시우스의 측면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발베르데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간 게 골대 맞고 나온 데 이어 바스케스의 리바운드 슈팅마저 바르사 골키퍼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의 선방에 막히며 점수 차를 3골로 벌리는 데엔 실패했다.
35분경까지만 하더라도 레알의 우위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으나 이후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악재가 발생했다. 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바스케스가 부상을 당해 알바로 오드리오솔라로 교체된 데 이어 발베르데마저 후반 초반 다리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은 측면 공격수 마르코 아센시오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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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바르사의 골이 터져나왔다. 알바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를 바르사 이선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이 뒤로 흘려준 걸 공격에 가담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오스카 밍게사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발베르데가 부상 여파로 알바에게 단 한 번의 돌파를 허용한 게 실점으로 연결됐다.
지단 감독은 곧바로 발베르데를 빼고 아센시오를 투입하며 변화를 감행했다. 발베르데 대신 아센시오가 나오면서 공격 흐름은 급격히 바르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실제 발베르데가 부상을 당하기 이전까지 레알은 슈팅 숫자에서 10대7로 앞섰으나 부상 이후 11대4로 크게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레알 선수들은 파울을 불사하는 육탄 방어를 통해 바르사의 공세를 막아냈다. 이 과정에서 후반 24분경엔 나초가 옐로 카드를 받았고, 경기 종료 직전엔 카세미루가 연달아 2차례 연달아 받으면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레알은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2-1 승리를 지켜냈다.
이렇듯 레알은 발베르데를 측면으로 배치하는 지단의 승부수를 통해 난적 바르사를 2-1로 꺾고 라리가 우승 경쟁에 있어 한 발 앞서나가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1978년 이후 무려 43년 만에 라리가에서 치러진 엘 클라시코에서 3연승을 기록했다.
레알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은 발베르데와 바스케스의 부상일 것이다. 두 선수 모두 큰 부상은 아니라는 소식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이에 더해 카세미루가 퇴장을 당했고, 나초가 시즌 5번째 옐로 카드를 받으면서 31라운드 헤타페전 결장이 확정됐다. 챔피언스 리그와 라리가 2관왕에 도전하고 있는 레알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선 벤제마와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 같은 핵심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은 물론 발베르데와 바스케스, 나초 같은 다재다능한 선수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